활력 잃은 앱 시장
세계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본격화한 지 5년이 훌쩍 넘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작동하는 앱은 약 250만개 출현했고 지금도 하루 3000개의 새로운 앱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앱으로 인한 매출 규모만 3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앱이코노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앱 시장을 둘러싸고 ‘잿빛 전망’이 흘러나온다. 스마트 기기 사용자들이 앱 사용량을 갈수록 줄이고 있어서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영국 스마트폰 이용자 1명이 내려 받은 앱의 수는 2014년 현재 월 평균 1.82개로 2013년 2.32개에서 큰폭으로 줄었다. 폴 리 딜로이트 애널리스트는 “조사 결과가 앱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모순적이지만 앱이 좋아질수록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더 오래 이용하게 되면서 새 앱의 필요성을 전보다 덜 느끼게 됐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앱 업체들은 수익성마저 장담하기 어렵다. 유료앱은 다운로드하지 않는다는 스마트 기기 사용자가 10명 중 9명에 달해서다(2014년 딜로이트 분석). ‘승자독식’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 분석업체 디벨로퍼 이코노믹스가 2014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상위 1.6%의 앱 개발자가 전체 앱 매출의 약 99%를 가져간다. 시장에선 앱간 희비喜悲가 뚜렷하다. ‘우버’와 ‘포스퀘어’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9년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에서 출발한 우버는 최근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무인차·지도서비스·헬리콥터 택시·음악서비스 업체와의 제휴 등을 통해 돈과 인재를 흡수하고 있는 거다. 기업가치는 최소 500억 달러(약 54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5월 180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새 약 3배로 커진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상황은 어떨까.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지난해 집계한 국내 앱마켓 시장규모는 4조5055억원가량이다. 지난 한해 국내에 선보인 앱은 20만개 정도다. 문제는 앱 생존율이 28.4%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유저 1명이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의 개수는 평균 40.1개인 반면 그 앱을 최근 한달간 한번이라도 실행한 건 11.4개였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앱시장이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앱 마켓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앱의 명맥은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카카오톡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쥐략펴락한다. 유저가 플랫폼 기반 서비스에 몰려 있어서다. 실제로 탈脫카카오를 선언했던 일부 게임앱은 생존이 불투명하다. 한 게임앱 관계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광고를 해도 한달 만에 순위권에서 벗어나는 게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으로 보면 플랫폼을 통하지 않으면 신생 앱이 인기를 끌기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그나마도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 부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게 현실이다. “개천에서 용 나올 수 없는 구조”라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다음카카오에 인수된 택시앱 ‘김기사’를 두고 ‘그나마 잘 된 사례’라는 자조 섞인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바일 앱 전문 분석업체 캘커타 커뮤니케이션의 고윤환 대표는 “앱 거품이 꺼지곤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정작 큰 문제는 독립적인 앱 개발자들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플랫폼 영향력이 지나치게 막강해 앱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 출현 이후 한국경제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었던 앱. 이마저도 ‘양극화’와 ‘승자독식’이라는 두꺼운 장벽 앞에 쓰러지고 있다. 앱이 죽어가고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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