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해외 브랜드가 휩쓸던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좀처럼 맥을 추지 못하던 토종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어서다. 대표 주자는 빕스, 애슐리다.

▲ 2010년부터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는 빕스, 아웃백, 애슐리 3파전으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외식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자고나면 새 간판을 단 패밀리 레스토랑이 생겼다. 빨리 끓으면 식는 시간도 빠른 법. 패밀리 레스토랑의 열풍은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았다.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2000년대 말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2009년 롯데그룹이 운영하던 TGI 프라이데이스가 사업 부진으로 계열사인 롯데리아에 합병됐다. 2010년에는 오리온이 운영하던 베니건스가 팬시 전문업체 바른손에 팔렸다. 두 브랜드 모두 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였지만 국내시장에서는 계륵 신세로 전락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패밀리 레스토랑 매출 톱3는 빕스, 아웃백, 애슐리가 차지했다. 이들은 각각 3400억원, 3200억원, 24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아웃백을 제외한 빕스, 애슐리가 토종 브랜드라는 점이다.

빕스는 CJ푸드빌이, 애슐리는 이랜드그룹의 레저 계열사인 이랜드파크가 운영한다. 두 브랜드는 닮은 구석이 많다. 일단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샐러드바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스테이크 같은 메인 메뉴는 주문해 먹는다.

미국 프랜차이즈 브랜드 힘 못 써

중국 진출을 선언한 것도 공통점이다. 빕스는 올 7월 중국 베이징에, 애슐리는 9월 상하이에 1호점을 낸다.
두 브랜드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다른 것도 많다. 대표적인 차이점은 전략이다. 무엇보다 가격정책이 다르다. 애슐리는 200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저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애슐리의 런치샐러드바는 1명당 9900원(부가세 포함)이다.

 

오픈 이후 9년 동안 같은 가격이다. 제휴 할인정책도 쓰지 않는다. 제휴할인을 하면 과도한 지출이 발생해서다. 그 결과 애슐리 고객의 80% 이상은 ‘애슐리하면 9900원짜리 샐러드바’를 떠올린다.

애슐리 진보라 과장은 “물가가 계속 오르면서 가격인상을 고려한 적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격으로 손해를 메우는 것보다 ‘한결 같은 이미지’로 신뢰를 주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저가정책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애슐리가 저가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랜드그룹의 계열사를 십분 활용했기 때문이다.
 

▲ 애슐리는 '저가격 고품질' 샐러드바를 제공한다. 3개월에 한번씩 신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애슐리 매장은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NC백화점, 2001아울렛, 뉴코아아울렛에 값싼 임대료를 주고 입점해 있다. 여기서 남는 비용을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데 활용했다.

반면 빕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승부를 걸기 위해 고가정책을 썼다. 설립 초기 값비싼 연어와 새우를 샐러드바에 무한제공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알렸다. 최근엔 고대 로마시대의 고급 식재료인 아티초크•로메인을 활용한 샐러드 메뉴와 고가의 치즈메뉴도 선보였다. 피자는 화덕에서 굽는다.
 

▲ 빕스는 리뉴얼을 통해 최근 오픈키친을 선보였다. 사진은 오픈키친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모습.

빕스의 평일 런치 샐러드바 가격은 1만9800원(부가세 포함)이다. 애슐리보다 약 1만원 비싸다.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는 빕스를 찾는다. 유럽 재정위기가 깊어지던 지난해 3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보다 200억원 늘어난 수치다.

CJ푸드빌 최세연(빕스 담당) 대리는 “빕스는 식자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웰빙에 초점을 두고 샐러드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브랜드의 또 다른 차이점은 주력 메뉴에 있다. 애슐리의 주력은 샐러드바다. 방문고객의 90% 이상이 샐러드바만 이용할 정도다. 진보라 과장은 “애슐리 제1원칙은 샐러드바로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슐리의 샐러드바에는 볶음밥•치킨•잔치국수•파스타 등 허기를 채울 만한 메뉴가 가득하다. 샐러드바 신메뉴도 3개월 마다 선보인다. 올 봄에는 ‘까르보나라 떡볶이’ ‘몽키핫도그&바나나케찹’ 등 옛날 분식점에서 먹던 5가지 신메뉴를 선보여 고객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빕스는 샐러드바 보다는 ‘스테이크’를 통해 객단가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빕스에 따르면 올 3월까지 15년 동안 빕스를 다녀간 고객 1억여명 중 4000만명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빕스 이용 고객의 약 40%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쉐프가 스테이크를 굽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매장(오픈키친 매장)까지 리뉴얼했다. 아울러 ‘스테이크 마스터 제도’라는 자격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스테이크 굽는 능력이 떨어지면 조리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런 노력은 알찬 열매를 맺었다.

지난해 4월 오픈키친 매장으로 리뉴얼한 빕스 반포점의 초기 한 달 매출은 전년 동기비 73% 늘어났다. 같은 시기 오픈키친 매장으로 탈바꿈한 등촌점의 올 6월 매출도 리뉴얼 전보다 32% 증가했다. 최세연 대리는 “현재까지 리뉴얼한 매장들은 평균 25~35%의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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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일전하는 아웃백
“빕스가 1위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미국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은 한때 최고의 브랜드였다. 딱히 적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에 들어서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업계 추정치에 따르면 CJ푸드빌의 빕스가 2010년 아웃백 매출을 따돌렸고 애슐리는 최근 매장 수에서 아웃백을 앞섰다. 아웃백은 "미국 본사 방침에 따라 단 한번도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어떤 근거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 아웃백은 신메뉴 개발과 다양한 홍보활동으로 고객 만족도 1위를 고수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TNS리서치 조사에 따라 지금까지 5년 동안 아웃백이 패밀리레스토랑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며 "업계 순위가 매출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는 "빕스 측이 '업계 1위'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웃백은 앞으로도 업계 1위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기존 모델 조인성에 KBS 드라마 '빅'에서 활약 중인 이민정을 추가 투입했다. 신메뉴 개발에도 열심이다. 최근에는 애피타이저 '오지토마토머쉬룸'을 선보였다. 올 여름 한정메뉴인 '체리스파이시스테이크'도 팔고있다. 올 5월 출시한 9900원짜리 풀코스 런치세트는 반응이 좋아 몇 개 매장에서 실시하던 것을 전국 매장으로 확대 선보일 예정이다.

2009년 출시한 아웃백 도시락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아웃백은 최근 캠핑 등 야외활동이 많아져 도시락 신메뉴도 추가 개발할 계획이다.

김미선 기자 story @ thescoop.co.kr |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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