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의심되면 방문해 예비군 연기하라”
“감염 의심되면 방문해 예비군 연기하라”
  • 김정덕 기자
  • 호수 145
  • 승인 2015.06.0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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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메르스 대책 ‘천태만상’

▲ 국민들은 메르스 확산으로 공포에 떨고 있지만, 정부는 안심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사진=뉴시스]
메르스 공포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세월호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니 안심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도, 사람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뒷짐을 지고 있는 것도 모두 똑같다. 그러는 사이 방역망은 다 뚫렸다.

“예비군훈련 입소 시 신체검사를 통해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발견되면 즉시 귀가 조치하기로 했다. 또 최근 중동지역을 여행했거나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자, 메르스 치료 병원을 출입한 자, 감염 증세가 있는 자 등은 별도의 신청서 없이 유선이나 방문을 통해 예비군훈련 연기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6월 3일 국방부가 내놓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예방 조치의 일환이다. 대응을 잘 한 걸까. 그렇지 않다.

사실 감염 의심자를 귀가조치하는 것도, 방문을 통해 예비군훈련 연기 신청을 받는다는 것도 메르스를 확산시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조치다. 박근혜 정부의 메르스 방역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6월 3일 국방부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오산공군기지 소속 원사와 메르스 의심자로 의심돼 6월 5일 격리된 해군소속 하사가 모두 아무런 문제 없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가족을 만나고 왔다는 점만 봐도 현행 방역시스템 수준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미 정부와 방역당국이 첫 번째 메르스 환자를 검사하던 단계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방역시스템은 작동한 적이 없다는 데 있다. 메르스 공포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일단 최초 감염자에 대한 검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5월 17일 환자 A씨는 호흡기질환으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을 찾았다. 진료를 하던 의사는 환자가 바레인을 다녀온 적이 있다는 걸 확인한 뒤 메르스를 의심하고 다음날 질병관리본부에 확진 검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검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예멘, 오만, 카타르, 요르단, 쿠웨이트 7개국만을 메르스 위험국가로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병원 측에 12가지의 다른 호흡기질환 검사를 해보라고 요구했다. 모든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온 뒤에도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가 아니면 병원이 책임지라”는 단서까지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초 감염자는 어렵게 검사를 받았고, 검사를 요청한 날로부터 3일이 지난 20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국내에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날이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이날부터 이틀간 자체적으로 계획돼 있던 운동회를 개최했다.

 
질병관리본부가 대책 마련에 소홀하던 사이, 같은 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꾸려졌지만 2차 감염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아직 정확한 이동경로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초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던 의료진, 같은 병동을 사용했던 환자들에게 2차 감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2차 감염된 환자의 가족들은 3차 감염자가 됐다. 3차 감염자가 5월 26일 중국으로 출장을 가는 동안에도 정부의 방역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 3차 감염자는 결국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최초 감염자 놓칠 뻔

감염이 확산될 동안 보건복지부는 병원의 휴원이나 임시폐쇄 명령을 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택성모병원이 5월 29일, 자체적으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메르스 관련 공지를 한 후, 휴원했을 정도다. 

정부는 불안에 떠는 국민들을 향해서는 괴담 유포자를 잡겠다고 엄포를 놨다. 메르스 확산을 막으려는 노력에 비하면 훨씬 강력한 조치였다. 5월 30일 보건복지부는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유언비어 유포자 엄단’이라는 지시에 따라 수사를 벌이거나 관련자를 입건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대표적인 괴담으로 꼽던 ‘공기를 통한 감염’은 복지부 보도자료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가 ‘엄벌’을 얘기하기 전까지 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 자주하는 질문’을 통해 “비말(대화나 기침 등을 통해 나오는 침분비물), 공기전파 또는 직접접촉을 통해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5월 22일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증상과 예방수칙 알아보기’라는 홍보자료에서 “메르스는 비말이나 공기전파,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를 꾸려 메르스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주장은 무시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6월 2일 “신종플루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대본을 가동했다”며 “지금은 중대본을 가동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이다. 메르스의 심각성에 대해 정부와 일반 국민들의 시각이 전혀 달랐던 셈이다. 현재 메르스 확산 상황이 여전히 ‘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정부가 국내 현실상황과 맞지 않는 ‘낙화 지침’을 내놓는 것 역시 그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6월 2일 “마스크는 위생을 위해 장려하지만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장관은 5월 23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메르스 확산방지 검역상황을 점검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6월 1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정부 관계자들을 질책해 여론을 악화시켰다. 현직 대통령이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하기보다는 책임을 전가하는 데 중점을 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잘못”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여객선이 침몰해도 우왕좌왕, 치명적 전염병이 돌아도 우왕좌왕. 지금 이 나라를 무정부상태로 만드는 건, 무슨 반정부세력이 아니라 정부 자신”이라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에볼라 환자가 단 한 명일 때 이미 비상대책회의를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열흘 만에, 그것도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사과도 해명도 아닌 ‘지적’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발 책임지고 비상대응을 하시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6월 8일 현재 메르스 확진 사망자는 단 며칠 만에 총 5명으로 늘었고, 확진 환자도 87명으로 늘었다. 또 메르스 의심자로 분류돼 격리 조치된 환자만 해도 2361명에 달하고 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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