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부회장’ 오너반열 진입하나
12년 만에 ‘부회장’ 오너반열 진입하나
  • 성태원 대기자
  • 호수 145
  • 승인 2015.06.09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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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 정태영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내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5월 말 12년 만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태영(55) 현대카드 대표이사. 그에게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의 역할 변화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는 정몽구(77)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다. 사업수완이 워낙 독특하고 뛰어나 금융업계에서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오너가家 일원이면서 ‘스타 CEO’로도 꼽히는 그가 앞으로 어떤 행로를 걷게 될까.

정태영 대표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한 직급 승진한 걸 두고 왜 이리 관심이 많을까. 2003년 10월(43세) 사장에 오른 지 벌써 12년이나 됐고, 그동안 실적도 많이 냈는데 말이다. 게다가 정몽구 회장의 1남3녀 중 차녀인 정명이(51)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이 아닌가. 사위 경영자로 현대차그룹 오너 일원이란 얘기다. 일반인에게는 이런 생각이 깔려 있다. ‘오랜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걸 보니 현대차그룹 내에서의 그의 역할과 위상에 변화가 있겠구나’ 하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4개 금융계열사를 사실상 이끌어 가고 있다.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ㆍ현대커머셜 대표이사를 겸하면서 2012년 인수한 현대라이프생명보험(옛 녹십자생명보험)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그의 승진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코멘트는 이렇다. “12년간 현대카드 사장으로서 현대ㆍ기아자동차 성장과 보조를 맞춰 금융 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해 이번 인사를 했다.” 공功이 있으니 승진을 시킨다는 얘기다. 인사철도 아닌데 현대카드에 없던 ‘부회장’ 직급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배경 설명치곤 너무 평면적이다.

재계에서는 정의선(45)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기 등을 고려한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역할과 위상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까지의 역할 외에 더 확대되는 것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부문에서 부회장이 나온 게 처음이지만 그렇다고 금융부문을 강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계열사 사장 중 재임기간이 가장 길고 재임기간 동안 사업규모를 크게 늘린 공로를 인정한 정도로 이해해 달라는 주문이다.

다소 이외라는 반응도 일부 나왔다. 현대차그룹이 부회장단을 축소해 온 데다 사위들의 경영 참여를 제한해 온 현대 가풍家風을 고려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이번 인사로 현대차그룹의 부회장은 9명으로 늘어났다. 오너가家 부회장은 정의선, 정태영 두 사람뿐이다. 1960년생인 정태영 부회장은 정의선 부회장(1970년생)을 뺀 8명의 부회장 중 가장 젊다. 나머지 부회장들은 1950년대생이다.

 
이들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카드 등 4개 사업군별로 포진해 있다. 금융부문 계열사는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ㆍ현대커머셜ㆍ현대라이프ㆍHMC투자증권 등 5개. 이 중 HMC투자증권을 뺀 나머지 4개 금융계열사 성장에 정태영 부회장의 노력이 많이 숨어 있다. 그런 만큼 이들 금융계열사에 대한 그의 애착 또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사가들은 그가 지금까지 키워온 금융 계열사들의 계열분리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는다.

금융부문 첫 부회장, 의미는…

문제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금융계열사들 경영권이 온전히 정태영 부회장에게 넘어가겠느냐 하는 점이다. 현대가家 경영 승계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자가 1967년 설립한 현대자동차를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키운 이는 고 정세영 회장이다. 그는 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1999년 전후 정주영 회장이 2세들에게 계열사를 분할 승계하는 과정에서 소위 ‘왕자의 난’ 등을 겪게 된다. 이때 정세영 회장이 형에게 현대자동차를 자신에게 분할해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주영 창업자는 아들 정몽구에게 넘겨주기로 결정한다. 결정적인 시기에 ‘동생보다 아들 우선’이란 현대가 가풍家風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사건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정의선 부회장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사위는 3명이었으나 3녀 정윤이씨(47ㆍ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지난해 이혼해 두명으로 줄었다. 신성재 전 현대하이스코 사장이 전 남편으로 그는 지난해 가을 현대차그룹을 떠났다. 장녀 정성이(53ㆍ이노션 고문)씨의 남편은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으로 현대차그룹 경영에 참여 않고 있다. 차녀 정명이(51ㆍ현대커머셜 고문)씨의 남편이 정태영 부회장이다. 3명의 사위 중 정 부회장 혼자 그룹에 남은 셈(그래픽 참조).

그는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오래 전부터 재계에 나돌았다. 하지만 금융계열사 경영권 승계라는 결정적인 순간에 정 회장이 아들과 사위 중 누구를 택할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사위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며 “현대카드 합작선인 GE캐피탈 지분 정리 결과에 따라 그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03년 10월, 현대카드 사장이 된 이래 그는 당시 업계 하위권이던 현대카드 경영을 많이 개선했다. 특유의 디자인 경영과 문화마케팅, 단순화 전략이 핵심이었다. 취임 당시 시장점유율이 2%에도 미치지 못했던 현대카드를 선두권 카드사로 올려놓았다. 슈퍼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개척했고, 신용카드 상품 체계를 두 갈래로 단순화해 큰 호응을 얻었다. 슈퍼콘서트, 디자인 프로젝트, 라이브러리 등 공연ㆍ문화 행사를 결합시킨 소위 문화마케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ㆍ캐나다ㆍ중국ㆍ영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고도 있다. 미국에서 현대자동차의 성장을 캐피털사 측면에서 뒷받침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그는 평소 “현대카드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포화상태에 빠진 카드 시장에서 할인 경쟁을 벌이기보다 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정신적 만족감’을 제공하겠다는 생각. 그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훨씬 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수많은 경영 혁신 전략을 내놔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사위 경영자이지만 재계는 그를 인문학과 금융업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스타급 전문경영자로 꼽는다. 오너경영자인가? 전문경영자인가? 현대차그룹 내에서의 그의 위상 변화가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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