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➊ 수출부진

수출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계속해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엔저와 유로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내수부진의 영향으로 불황형 흑자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금리인하를 통해 원화 강세에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5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감소하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역지표가 5월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최근 5개월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진을 우려하는 이유는 수출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2014년 국내총소득 1496조6000억원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25%. 금액은 752조1000억원이다. 여기에 수입을 합치면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5%에 달한다. 이는 한국의 대외 의존도가 99.5%에 달한다는 얘기다. 수출 부진에 심각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5년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424억 달러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이어갔고 감소폭은 2013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주요 13개 수출 품목의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컴퓨터ㆍ반도체ㆍ무선통신기기(스마트폰) 등 IT 제품의 수출은 증가했지만 자동차ㆍ선박ㆍ철강 등 10개 품목의 수출은 감소했다. 특히 선박(-33.4%)ㆍ가전(-34.7%) ㆍ석유제품(-40.0%) 등의 감소율은 30%를 넘어섰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 수출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5월 대對미국과 대對중국 수출 증가율은 각각 -7.1%, -3.3%를 기록했다. 특히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어 수출 감소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 저유가에 따른 단가하락, 엔저와 유로화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등을 꼽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저유가의 영향이 점차 약해질 전망이란 것이다. 지난 3월 16일 배럴당 43.46달러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油는 6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두바이油와 브렌트油도 하락세를 멈추고 6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가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으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의 수출 감소폭이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원구원은 “세계적 공급과잉과 경쟁심화로 주력 제품의 수출단가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라며 “최근의 수출부진은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적ㆍ구조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비상등 켜진 수출경기

문제는 이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중간재 비중이 높아 상당기간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는 내수 소비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소비에서 내구재 소비가 감소하는 대신 서비스업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미 2013년을 기준으로 3차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2차 산업의 비중을 추월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중국의 산업 경쟁력과 기술력이 강화되면서 자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수출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엔저의 부정적인 영향도 여전하다. 2013년 11월까지만 해도 달러당 80엔대 수준이었던 엔화의 가치는 현재 달러당 124엔으로 50% 이상 하락했다. 여기에 유로존의 양적완화 조치로 유로화 약세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엔저와 마찬가지로 유로화 약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경상수지의 과도한 흑자로 외환당국은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다.

실제로 수출 부진에도 5월 무역수지는 63억 달러 흑자를 기록, 40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해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의 영향 때문이다. 5월 수입액은 36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3% 감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더 큰 문제는 불황형 흑자가 수출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황형 흑자의 지속이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이것이 다시 수출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수출과 4월 산업활동의 부진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리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인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수출 부진 해결할까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부진한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수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내수시장의 부진이 불황형 흑자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보다는 내수시장 활성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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