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➋ 가계부채

▲ 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사진=뉴시스]
한국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엔저폭풍에 수출이 부진한데다 때아닌 메르스 탓에 내수경기가 부진해서다. 금리를 더 인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역시 리스크가 크다. 11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첫째 변수 ‘가계부채’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은행 창구 직원의 얘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그는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고정금리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상품을 각각 보여주며 당장 금리가 더 저렴한 변동금리 상품에 가입하길 권했다. 그는 “은행 직원의 말대로 변동금리 상품에 가입했다가 3년 뒤쯤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고정금리든 변동금리든 미래의 금리추이를 알 수 없어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은행들이 변동금리대출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건 문제가 있다. 변동금리대출이 증가한 상황에서 향후 기준금리가 예상대로 오르면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는 고정금리가 오른 탓이 크다. 6월 1일 기준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한달 새 약 0.53%포인트 올랐다. 국민은행 ‘포유(FOR YOU) 장기대출’의 최저금리는 4월 3.15%에서 5월 20일 3.38%로 0.23%포인트 올랐다. 우리은행 ‘우리아파트론’ 금리도 같은 기간 2.74~ 4.13%(혼합형 기준)에서 3.22~4.81%로 올랐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 수준은 주로 국고채 금리 수준에 맞춰 산정되는데,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서 고정금리도 오른 것이다. 반면 변동금리대출 상품은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 수준이 반영된 코픽스(COPIX)에 연동돼 있어 이자율이 하향세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 고정금리대출은 은행에 부담이다. 금리가 오르면 그게 곧바로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급증하는 가계부채 현실은 외면한 채 고객에게 위험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099조3000억원이다. 금리가 1% 오르면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은 약 11조원이 더 늘어난다.

 
이미 가계부채 상황은 고정금리대출을 늘려 금리인상에 대비하겠다는 정부의 미온적인 정책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많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2014년말 23.6%에서 2017년말 4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30조원이 넘는 재원을 풀어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한 것도 이런 취지였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변동금리대출을 다시 늘리고 있다. 전문가들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정책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을 내놓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부채 구조개선, 부채규모 증가 억제, 가계소득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기업편향적 경제운영 기조에서 벗어나 가계부문에 대한 배려를 늘리는 방향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부채의 핵심은 소득”이라며 “일자리 안정성을 보장하거나 자영업자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등 소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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