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투자자문의 ‘바른투자’

▲ 국내 극장산업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영화산업이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영화산업의 입장권 매출액은 1조6641억원, 총 관람객 수는 2억1507만명을 기록했다. 2004년 대비 매출과 관람객 수가 각각 4배, 3.1배로 증가했다. 특히 경기불황에도 극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줄지 않았다는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극장산업이 불황에 강하다는 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종로와 영등포는 극장의 메카였다. 종로에는 서울극장ㆍ대한극장ㆍ허리우드극장ㆍ단성사ㆍ피카디리극장 등이 있었다. 이는 영등포도 마찬가지였다. 영등포 로터리를 중심으로 연흥ㆍ경원ㆍ영보ㆍ삼보ㆍ남도극장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를 멀티플렉스 극장이 차지하고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수십년간 이어져온 중소극장의 경쟁력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다.

1998년 4월 개관한 서울시 광진구의 ‘강변CGV’를 필두로 대기업은 롯데시네마ㆍ메가 박스 등의 브랜드를 통해 극장산업에 진출했다. 이에 따라 2001년 21%에 그쳤던 멀티플렉스 극장의 시장점유율은 2007년 85%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95%를 기록했다. 또한 스크린 수 역시 2001년 168개에서 지난해 2164개로 10배 이상으로 확대됐다. 멀티플렉스 극장의 등장으로 지역극장이 쇠퇴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국내 영화산업의 저변은 크게 확대됐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과거 20~30대 중심의 영화 관람층이 40~50대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영화 관람인구가 증가하자 대규모 투자가 발생했고 영화 제작에 자본 투자가 진행되면서 제작 수준도 크게 향상됐다. 그 결과, 1900년대 중반까지 20~30% 수준을 기록했던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2000년대 들어 50%까지 상승했다. 이는 관람객수 증가로 이어졌다. 2002년 연간 1억명 수준이던 관람객수가 최근 2억명을 훌쩍 넘어섰고, 국내 1인당 영화 관람 횟수도 연간 4.2회로 ‘미국(3.9회)’ ‘프랑스(3.3회)’ ‘영국(2.7회) 등을 웃돌고 있다. 게다가 10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극장산업의 가파른 성장세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했다는 것은 해외 시장에도 투자기회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극장산업이 10여년전 한국 수준에 머물러 있어서다. 현재 중국에서는 250여개 극장 운영업체가 4000여개의 영화관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우처럼 경쟁을 통해 대형 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공산이 크다. 영화를 향한 중국인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올 1분기 영화 관람객 수는 지난해 대비 39% 성장했다. 하지만 1인당 영화 관람횟수는 여전히 연간 1회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극장산업의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를 간파한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는 중국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초기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되지만 시장을 선점하면 그 어떤 산업보다 사업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1위 업체는 CGV는 2013년말 기준 27개였던 중국내 극장수를 최근 43개로 확대했고 같은 기간 스크린 수도 210개에서 339개로 늘렸다. CGV는 중국 내 극장수를 2016년까지 8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베트남 극장수 역시 2013년 12개에서 23개로 확대했다. 국내 멀티플렉스 업체의 해외진출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2위 업체인 롯데시네마를 비롯한 멀티플렉스 업체가 중국ㆍ인도네시아ㆍ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서다.

극장산업은 대표적인 과점 산업에 속한다. 극장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본투자가 필요해 섣불리 뛰어들기 어렵다. 실제로 영화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투입된다. 또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건설이나 개발 초기부터 계획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게다가 영화 콘텐트를 통한 차별화가 힘들다. 이에 따라 후발업체가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 CGV가 멀티플렉스 사업을 시작한 이후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정도만 극장산업에 진입했으며, 이들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극장산업이 다른 산업보다 시장초기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극장산업의 가장 큰 장점은 불황을 버티는 힘이 크다는 거다. 이는 다른 산업에 비해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방증이다. 심지어 경기불황기에도 관람객수가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여가 수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제작산업은 극장산업에 비해 안정성이 낮다. 우선 영화제작 산업은 완전경쟁에 가깝다. 그래서 과거 영화제작을 잘하고 크게 성공한 경험이 많다고 해서 새로운 영화의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 1년 동안 수백편의 영화가 제작되지만 의미 있는 관객 동원을 기록하는 영화가 손에 꼽히는 이유다.

기업의 경영진은 전문성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하지만 경영진의 전망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경쟁자가 출현해 어려움을 겪는 일은 부지기수다.

게다가 매우 빠른 기술변화로 회사의 신기술이 무용지물이 되는 일도 쉽게 볼 수 있다.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기도 하고 시장에서의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런 영향으로 경영진이 예상했던 실적과 현실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경영진의 능력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경영진의 고민과 스트레스는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편하게 사업을 하고 큰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투자자 역시 편하게 믿고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극장산업의 최대 강점이 있다. 사업의 안정적 측면에서 보면 극장 사업자는 매우 편한 투자처다.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여럿이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을 선점한다면 추가적인 경쟁사가 출현하기 어렵다. 비교적 저렴한 여가활동이라는 점에서 경기의 영향도 크게 받지 않는다. 초기 투자 이후엔 장기간 투자 회수기에 진입한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적인 투자를 즐기는 이라면, 극장산업에 관심을 가져도 괜찮겠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ww.barunib.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