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형 김치버스 대표

세계에 김치를 알리기 위해 달리던 ‘김치버스’가 건대 앞에 정착했다. 600일 넘게 진행된 ‘김치버스 세계여행 프로젝트’를 끝마친 후다. 류시형 김치버스 대표는 “돈을 벌어 자립으로 김치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후원으로 진행하던 ‘김치 프로젝트’를 이제 자신의 힘으로 진행하겠다는 거다. 이 젊은이, 동키호테 같지만 실행력이 남다르다. 그를 건대에서 만났다.

▲ 류시형(왼쪽에서 두번째) 김치버스 대표는 “계속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대로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지정훈 기자]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컨테이너 쇼핑몰 건대의 커먼그라운드. 이 쇼핑몰 앞에는 푸드트럭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수제버거’ ‘츄러스’ 등을 파는데, 유독 눈에 띄는 푸드트럭이 있다. 김치버스다. 마을버스를 개조한 김치버스 안에선 건장한 남성들이 독특한 멕시칸 요리를 뚝딱뚝딱 만들어 낸다. 그런데 이름 참 특이하다. ‘상계동 타코’ ‘마장동 타코’ ‘회기동 케사디아’ ‘이태원 케사디아 맥앤치즈’ ‘북한산 프라이즈’….

“마장동 타코에는 소고기가 들어가요. 마장동은 우시장牛市場이 유명하잖아요. 돈암동敦岩洞 타코의 ‘돈豚’은 돼지고기를 의미해요. 일부로 이름을 재미있게 지었어요. 이태원 케사디아의 재료는 맥앤치즈(마카로니&치즈)입니다. 왠지 이태원스럽잖아요.” 류시형 김치버스 대표의 이야기다.  김치버스의 주메뉴는 김치와 멕시칸 요리를 조합시킨 것들이다. 마장동 타코의 재료는 소고기와 김치다. ‘이태원’의 향기를 고스란히 담은 이태원 케사디아 맥앤치즈는 김치가 들어가서인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이런 그가 만든 김치버스의 멕시칸 요리는 매력적이다. 블로거 사이에서 ‘맛집’으로 통할 뿐만 아니라 오픈한 지 두달 만에 이정, 김성령 등 연예인이 발도장을 찍었다. 작은 테이블 위에 음식을 놓고 먹는 불편을 감수해야 함에도 매일 문전성시다. 그렇다고 김치요리를 팔아서 김치버스인 건 아니다. 이 김치버스, 연식이 좀 오래됐다. 98년식 중고 미니버스를 개조해 만들었는데 2011년부터 유럽ㆍ북미지역을 시작으로 2013년 한국ㆍ일본, 지난해 남미지역을 두루 돌며 한국의 ‘김치’를 알리고 다녔다.

자신이 기획한 ‘김치버스 세계여행 프로젝트’의 팀장역을 맡고 있는 류시형 대표는 전 세계 34개국 212개 도시를 돌며 ‘김치’를 알리고 다녔다. 김치를 알리기 위해 소비한 김치만 600㎏에 달한다. 그냥 알린 게 아니라 다양한 김치요리를 외국인에게 소개하고 다녔다. 러시아에선 김치보르시, 캐나다에선 김치볶음밥과 치즈를 섞어 튀긴 ‘김치 아란치니’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 김치소스를 넣은 김치피자, 김치브리토 등을 만들어 즉흥적으로 시식행사를 하며 ‘김치’를 소개했다.

 
그런데 이 김치버스가 시동을 끄고, 건대 커먼그라운드 앞에 정착한 거다. “기존의 김치버스는 너무 오래되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하지만 폐차시키고 싶지는 않았어요. 버스를 새롭게 래핑하고 내부를 다시 개조했어요.” 그때의 김치버스가 푸드트럭으로 재탄생한 거다. 그는 한국에서의 김치버스 활동을 김치버스 서울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604일의 김치버스 프로젝트

그렇다면 굳이 멕시칸 요리를 택한 이유는 뭘까. “미국 워싱턴에서 김치를 알리기 위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이때 ‘김치타코 트럭’를 우연히 접했어요. 모든 메뉴에 김치가 들어가는데 메뉴마다 그만의 개성이 있었죠. 왜 우리나라는 이런 걸 못할까란 생각을 했어요. 내가 하자고 생각했죠.” ‘김치버스 세계여행 프로젝트’는 대학시절 떠난 무전여행에서 비롯됐다. ‘사진’과 ‘여행’을 유독 좋아하던 그는 대학 시절 스페인 마드리드행 편도 비행기 티켓과 26유로(한화 3만원)를 들고 무작정 무전여행길에 올랐다.

돈이 없어 먹고 싶은 걸 참고, 때론 노숙도 감수했다. 1시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즐겼다. 친구를 많이 사귀고 다양한 곳의 문화도 경험했다. 심지어 26유로를 다 쓰지 않고 219일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런 꿈같은 무전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여행작가로 유명해졌다.

▲ 시즌 3에 걸쳐 전 세계를 누빈 김치버스. 이 버스는 현재 건대 커먼그라운드에 시동을 끄고 있다.[사진=김치버스 제공]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좋아하는 여행은 계속하고 싶었다. 결국 김치도 홍보하고 여행도 하는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기획한 거다. 말이 쉽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건 어려웠다. 김치버스를 처음 계획했을 때 그는 기업의 후원을 받아 떠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렵게 약속 받은 후원금은 제때 입금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팀원들과 종잣돈 4000만원을 모아 떠났다. 출발 후 뒤늦게 후원금이 입금됐지만 난관은 계속됐다.

뉴욕의 쉑쉑버거처럼…

배를 타고 처음 도착한 러시아에서는 김치버스 통관에만 ‘사흘’이 걸렸다. 스페인에서는 도둑을 만났고 러시아에서는 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북유럽 고속도로를 달리다 죽을 고비를 넘긴 적도 있다.  하지만 류 대표는 최근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김치버스 프로젝트 시즌4까지 총 604일의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끝냈다. 현대해운 등을 비롯한 기업들의 후원을 통해 가능했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끝낸 그는 어떤 감회에 빠졌을까.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건 없었어요. 버스를 통관할 때도 법적으로 안 되는 게 아니라 전례가 없었던 거였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전례가 없으니 내가 만들자.”  그는 후원을 통해 진행한 김치버스 프로젝트를 미래에는 ‘자립형’으로 만들 생각이다. 이를 위해 한동안 김치버스 푸드트럭을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에 가면 쉑쉑버거, 캘리포니아에는 인앤아웃이 있어요. 서울하면 사람들이 김치버스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김치버스가 일종의 관광명소처럼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