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메르스 등 바이러스는 무섭게 전파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다, 변이까지 잘해서다. 침을 통해 유통되는 것도 ‘속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메르스를 통해 경영의 한수를 배워볼 순 없을까.

▲ 메르스의 파괴력을 경영에 대입해 볼 필요가 있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최근 중동을 여행한 사람으로부터 전파된 메르스 바이러스로 전국이 공포의 도가니에 빠진 6월 5일.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는 사업상 관계로 메르스의 진원지로 불리는 경기도 평택을 방문했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사람이 붐비던 평택역을 비롯해 백화점·극장·대형식당 등이 텅텅 비어 있어,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미래의 지구가 바이러스에 전염돼 99% 인류가 망하고 1%만 지하에 숨어사는 브루스 윌리스의 영화 ‘12몽키즈’가 연상되는 듯했다. 이렇게 가공할 만한 메르스가 어떤 방법으로 자신을 무장했기에 고도의 지능을 가진 지구의 지배자인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또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걸까.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통해 경영의 한수를 배워보자.

첫째, 단순구조로 변이해야 무섭다. 바이러스는 세포기관이 없다. 대신 RNA·DNA 등 유전물질과 이것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 껍질(캡시드)로만 돼 있어, 구조가 단순하다. 그래서 자체 증식이 불가능해 다른 숙주세포에 침투해 증식한다. 이 증식을 위해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변이가 잘 일어난다.

따라서 백신을 만들어봐야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바이러스는 이미 변이를 마쳤기 때문이다. 이를 기업에 대입해 보면, 조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은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경영법이 나온다. 급변하는 경쟁사회에서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은 다름아닌 변화라는 거다.

둘째, 눈에 보이지 않아야 폭발력이 있다. 바이러스의 크기는 20㎛ 내지 200㎛에 불과하다. 세균의 크기 400㎛ 보다 훨씬 작다. 그래서 전자현미경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바이러스가 밝혀진 거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눈에 잘 띄고, 흔적을 남기는 자는 승리하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눈에 띄지 않게 들어와 점령을 하기 때문에 손 쓸 겨를 없이 당하는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전략수행, 구조조정, 내실관리, 사기고취, 노사협의 등 모든 전략은 조용하면서도 치밀하게 수행해야 극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떠들썩하면 안티세력이 나타나 일의 진전을 방해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사전에 비밀이 누설되는 바람에 실패한 사건은 부지기수다.

셋째, 비말飛沫(입의 침방울)로 전파된다. 침방울로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건 집합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인류에게 치명적이다. 인간은 수없이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한다. 대화를 하면서도 침방울이 산포된다. 한번 기침을 하면 사방 5m까지 침이 튀긴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말을 유통경로로 삼은 메르스는 사악하고 교활한 전략가다.

이를 기업의 유통판매전략에 도입할 수 있다. 유통전략 중 으뜸은 광고선전, 인적네트워크, 대리점, 딜러,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이들 전략은 돈이 많이 들지만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가장 돈이 들지 않고 효과가 큰 건 ‘입소문’이다. 입에서 침방울이 튀게 만드는 게 유통의 첫째 전략이라는 거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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