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➊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교수

▲ 박재성 교수는 건축법에 소방안전 철학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근에 지은 아파트가 1978년에 지은 것보다 소방안전이 더 취약한 데는 이유가 있다. 건축법에 있어야 할 안전규정이 소방안전법 등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법이 충돌할 경우엔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반면 선진국들은 건축관련법에 안전규정을 넣어 건축설계에서부터 ‘안전한 건물’을 짓도록 하고 있다.

작은 차이가 ‘안전’과 ‘불안전’을 가르는 법이다. 여기 좋은 예가 있다. 선진국은 건물 용도를 ‘화재위험별’로 구분해 ‘화재안전기준’으로 활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건축법규 운영상 ‘건축허가’에 따라 분류한다. 쉽게 말해 외국의 건축물엔 ‘소방안전’ 철학이 들어가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이런 주장을 내놓은 건 박재성 숭실사이버대(소방방재학) 교수다.

✚ 건축물의 용도 분류가 소방안전과 어떤 연관성이 있나.
“건물에 다중이용업소가 들어선다고 치자. 우리나라는 어지간하면 다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은 그렇지 않다. 수용인원이 몇명이 될지, 그만한 인원이 피난할 시설과 설비는 갖춰져 있는지 등을 모두 고려한다. 아무 건물에나 다중이용업소가 들어설 수 없다는 얘기다. 건물을 지을 당시부터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용도를 분류하기 때문이다.”

✚ 국내법에는 화재안전기준이 없나.
“주로 소방안전법에 규정돼 있다. 문제는 소방안전과 직결되는 아파트 비상계단, 옥외계단, 옆집으로의 탈출구 등에 대한 규정은 건축법에 있다는 거다. 건축법의 안전규정은 조금씩 완화됐지만 소방안전법은 계속 강화돼 왔다. 16층 이상의 건축물에 적용하던 스프링클러 규정을 11층부터 적용하도록 한 것도,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소방안전에서 비롯된 거다.”

✚ 두 법이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 일례로 제연설비는 소방법에서, 계단설치는 건축법에서 규정하니까 제대로 굴러갈 리 없다. 건축법과 소방안전법을 묶어 통일된 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 외국의 화재안전 관련 규정과 우리나라의 규정은 얼마나 다른가.
“피난시설 규정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미국ㆍ캐나다ㆍ영국ㆍ호주ㆍ싱가포르 등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한다. 층별 수용인원, 문의 개폐방향, 피난시설 조명, 심지어 복도 길이까지 제한한다. 막다른 복도를 돌아 나와 피난계단까지 가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

 
✚ 우리보다 안전규정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 국내에선 안전규정을 ‘규제’라고 몰아붙이지만, 외국은 더 구체적이고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각국의 피난설비 규정을 비교했을 때, 유독 우리나라와 일본만 관련 규정이 약하다.”

✚ 일본에 안전규정이 약하다는 건 의외다.
“오해가 있겠다. 건축관련법이 그렇다는 거다. 일본의 건축관련법은 큰 틀만 명시하고 있다. 지역별 조례를 통해 다양한 규정을 세워놓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아파트는 우리처럼 아파트 발코니를 확장한 곳이 단 한곳도 없다. 심지어 발코니에 창호도 없다. 화재 시 발코니의 역할을 알고 있어서다. 창호를 다는 순간, 발코니를 거실로 사용한다고 간주하고 건폐율 용적에 집어넣어 그만큼 세금을 매긴다. 얻는 이득이 없으니 안 하는 거다. 우리나라 같지 않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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