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지자체 부동산 투자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지자체 통합’이 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통합을 논의하는 지자체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흩어진 행정력을 모아 지역경제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특히 땅값과 집값이 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지자체가 통합되면 정부의 주민편의시설 확충, 사회기반시설 확충 사업 예산 우선배정 등의 각종 호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 ‘지자체 통합’이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이슈로 떠올랐다.[사진=뉴시스]

청주 부동산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됐기 때문이다. 청주시는 통합으로 중부권 최대 기초자치단체가 됐다. 인구수 83만 629명으로 수도권(서울ㆍ경기)을 제외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창원시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재정 규모는 전국 50만명 이상 대도시 중 4위, 면적은 서울시의 1.6배에 달한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하면 경제력(10위→4위), 경제성장기반(7위→1위), 실물경제(10위→3위), 재정(10위→6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순위가 급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가 커지면서 청주시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 시장도 활기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청주시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고 공단 배후수요와 인근 지역의 인구가 계속 유입됐는데도 주택 공급이 적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청주산업단지, 오창, 오송으로 연결되는 중부권 최대 삼각경제밸트를 배후에 둔 입지적 장점이 더해졌다.

 
지자체 통합은 원칙적으로 행정적 측면에서 하나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각 시별로 나뉘어 있던 행정체계를 인접한 도시들끼리 하나로 뭉쳐서 세금과 예산편성, 학군조정, 정책 등 시정市政의 단일화가 핵심이다. 특히 지자체 통합이 필요한 이유로 ‘부동산 가치 상승’이 꼽힌다. 흩어진 행정력을 합치면 국비 지원이 필요한 교통ㆍ주거 등 인프라 개발이 쉬워져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자체 통합은 다른 도시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수원과 화성, 오산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수차례 논의가 무산됐지만 불씨는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구리와 남양주는 최근 두 도시의 시민ㆍ경제인 대표가 주축이 된 ‘구리-남양주 행정구역 통합 준비모임’을 열어 방향을 논의했다. 시ㆍ군ㆍ구가 통합되면 정부의 주민편의시설 확충, 사회기반시설 확충사업 예산 우선배정, 세제지원 등의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또한 규모에 따라 인구가 50만 또는 100만 이상이 될 경우에는 각종 대도시 특례를 적용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도 지자체 통합에는 걸림돌이 많다. 해당지역 시ㆍ군ㆍ구의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대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경기 양주ㆍ동두천시와 강원 동해ㆍ태백시, 경남 고성군 등은 지역 특성과 주민의 뜻을 고려하지 않아 반대하고 있다. 군산ㆍ김제ㆍ부안도 김제지역에서 통합반대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통합이 추진되는 지역은 해당 지자체 주민투표로 주민의 의사를 반영해 통합을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한 곳이라도 주민 투표율이 33.3%를 넘지 못하거나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통합은 무산된다. 논의가 진행 중인 곳이라고 해도 통합을 낙관하고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지자체 통합 분위기 ‘물씬’

그렇다면 실제로 지자체 통합은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까. 이 의견에는 찬반이 갈린다.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통합이 되면 각 지역의 경계지역이 중심지로 탈바꿈하면서 정비사업이나 시가화 사업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거대 도시의 탄생에 따른 원활한 기업유치와 함께 각종 인프라 사업도 활발히 진행된다.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나 의외로 반대 의견도 많다.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제한적일 것이라는 논리다. 통합은 전에 없던 게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들을 그저 하나로 묶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례도 있다. 지자체 통합의 대표적인 모델인 통합 창원시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통합이 이뤄진 이듬해 통합창원의 주택가격은 전년도 대비 21.26% 상승했고 과거 진해시 일대였던 진해구의 경우 25% 가까이 주택 매매가가 뛰었다. 부동산 호황을 두고 당시 언론과 업계에서는 ‘행정구역 통합의 결실’이라고 분석했고 향후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기대감은 곧 실망감으로 변했다. 2012년 이후 통합창원의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지금은 경남 전체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다.
▲ 지난해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 이후 청주 부동산 시장에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통합 직후에 기록한 높은 집값 상승률은 단지 마산ㆍ창원ㆍ진해만의 상황이 아니었고 주택 공급이 부족하던 경상권 전체가 ‘대세상승’을 보이던 시절이었다. 오히려 창원은 각종 개발사업이 엎어지며 어려움을 겪었다. 창원 도시철도 개발사업(총연장 30.36㎞)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백지화됐고 창원 곳곳에 산재한 11개 행정기관을 모아서 행정 타운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마산행정복합타운 계획도 지난해 중단됐다.

통합 이후 역풍도 거세다. 이미 통합 2년이 지난 경남 창원시는 자율통합의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한쪽에서는 분리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집값 못지않게 물가도 치솟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통합 사례인 제주도의 경우 기초자치단체를 없애고 특별자치도로 행정구역을 통합한 이후 중심권역인 제주시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창원 역시 통합시청사가 위치하는 곳에만 집중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효과 있지만 영향은 제한적

통합 청주시도 충북 전체 집값 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세종시 개발에 따른 파급효과로 청주시 인근 아파트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또한 지자체 인프라 개선이 확실히 약속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갈라져 있던 행정구역이 하나가 된다고 사업성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지자체가 통합한다고 해당 지역 모두 집값,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기대는 금물이다. 오히려 중심부 쏠림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에 주변부 인구가 줄어드는 등 부작용도 있다. 일부 통합된 지역은 수요 이탈에 따라 주택과 토지 가격이 하락하고 상권이 위축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뭉친다고 다 사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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