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➋ 유영호 전 M타워 감리단장

▲ 유영호 전 감리단장은 안전한 건물을 만들려면 현장 감리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건축법에 더 많은 안전규정을 넣는다면 안전한 건물이 늘어날까. 아니다. 결국 건설사는 그 안전규정을 피해갈 방법을 찾을 것이다. 더 싼 값에 짓고, 더 비싼 값에 파는 게 건설사의 속성이라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철저하게 감시하는 거다.

“화재로부터의 안전이든 붕괴로부터의 안전이든 구조적으로 ‘사람에게 안전한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건 현실에 맞는 안전규정을 제도화하는 거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건설 현장에서 건설사가 안전규정의 취지를 이해하고 안전한 건물을 짓고 있는지 제대로 감시하는 거다.” 건설비리를 세상에 알려 2011년 참여연대로부터 ‘의인義人’에 선정된 유영호 전 M타워 감리단장의 얘기다. 현장이 ‘안전’을 외면하면 제도는 무용지물이라는 거다.

✚ 안전규정들이 완화돼 안전에 취약한 건축물이 속출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일부는 강화된 측면도 있다.”

✚ 건설사들이 ‘안전한 건물’을 짓는가.
“그건 아니다. 우리나라에 지어진 건축물의 90% 이상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그렇게 말하는 근거는 뭔가.
“시공도 해보고 현장 감리도 해본 경험을 토대로 한 거다. 건설사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놓는 경우가 많다.”

✚ 안전규정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현장에서는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대표적인 게 공사기간(공기) 단축이다. 원래 건설사는 토지주택공사가 정하는 표준공사기간에 맞춰 공사를 진행한다. 15층 아파트의 경우 평균 22~25개월 걸린다. 이 공사를 12개월 만에 마친다고 생각해보라. 10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았다고 하면 건설사는 연간 100억~200억원 이상의 이자를 줄일 수 있다. 고정비까지 합하면 그 액수는 어마어마하다.”

✚ 건설기술 개발로 단축할 수도 있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공기가 절반 이상 줄어들지는 않는다. 공기(돈)와 안전을 맞바꾸는 건 관행에 가깝다. 철근콘크리트가 아직 굳지도 않은 상태에서 거푸집을 떼어내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건 양반이다. 아직도 철근을 왕창 빼먹고 공사했다는 뉴스가 나오지 않나. 원래 공기보다 단축된 공사는 부실시공을 충분히 의심해볼 만하다.”

 
✚ 소방안전에 관한 것도 사정이 비슷한가.
“건물 자체를 안전하게 짓지 않는데 소방안전 관련 분야라고 다르겠나. 일단 건설사는 소방안전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다. 소방설계와 소방설비 등은 전부 하청에 맡기는데, 하청업체들이 무슨 돈이 있겠나. 당연히 최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최소한의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설비를 넣는다. 스프링클러의 경우, 검사 당시 작동만 되면 그만이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으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이다.”

✚ 건설사가 ‘사람들에게 안전한 건물’을 짓도록 할 방법은 없는가.
“건설사 스스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현장에서의 관리ㆍ감독이 중요하다. 감리담당자가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책임을 명확하게 부여해야 하는 이유다. 건축법에 소방안전 관련 규정을 포함시켜 건설사가 좀 더 안전한 구조의 건물을 만들도록 하는 것도 그 연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일단은 현장이 바뀌어야 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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