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 배곧 신도시 분양

▲ 한라의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배곧한라비발디 아파트의 분양 성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사진=한라 제공]
한라(옛 한라건설)의 운명이 배곧 신도시에 달렸다. 실적 부진에 빠진 한라가 반전을 꾀할 수 있는 대규모 주택사업이 그곳에서 진행되고 있어서다. 문제는 이곳에 들어선 서울대 캠퍼스 때문에 ‘울고 웃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체 한라가 배곧 신도시에 공급하는 아파트는 총 6700가구. 상가를 포함한 한라의 배곧 프로젝트 전체 사업비는 2조2000억원, 공사비는 1조2000억원 수준이다. 김포ㆍ파주ㆍ영종도 등 아파트 분양사업 실패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한라가 배곧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진행상황은 순탄하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1차(2701가구)’는 4개월여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최근엔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2차(2695가구)’가 평균 1.28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제 한라는 10월 30일 3차(1304가구)의 견본주택 개장을 앞두고 있다.

대규모 물량임에도 흥행을 기록한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아파트 옆에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는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함께 조성되는 특별계획구역에 첫번째로 공급되는 단지다. 또 배곧신도시 중에서도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가장 인접해 있다. 아파트 이름에 캠퍼스가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3차 분양 흥행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이 또한 ‘서울대’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사업은 2009년 서울대와 시흥시가 ‘국제캠퍼스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라가 수익금 4500억원을 투입해 캠퍼스 기초시설을 서울대 측에 무상으로 지어주기로 하면서 사업이 한발짝 진전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대와 시흥시 사이의 실시협약 체결이 연기되면서 사업 정상 추진을 놓고 잡음이 나왔다. 올 4월 경기도가 배곧신도시의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다시 추진력을 얻었지만 아직 시흥 캠퍼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서울대 내부 여론이 좋지 않다. 이런 분위기는 6월 11일 서울대에서 열린 ‘시흥 글로벌 캠퍼스, 쟁점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드러났다. 서울대 모 교수는 “본부에서 제시한 맞춤형 기숙 프로그램은 사실상 연세대 송도캠퍼스의 전철을 밟는 계획안”이라며 “관악캠퍼스와 분리돼 학부 교육의 유기적 통합성을 해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학생들 역시 학과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와 시흥시는 7월 시흥캠퍼스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실시협약을 앞두고 있다. 시흥캠퍼스에 들어설 시설의 규모와 종류에 따라 최종 분양 성적이 갈릴 수 있다. 한라의 재기가 서울대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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