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이중 임대차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할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부동산 임대차계약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많다. 그중 하나가 이중 임대차계약이다. 신뢰도 잃어버리고 법적 문제까지 발생한다. 법원도 사회질서에 반한다면 무효라는 입장이다. 사례를 들여다봤다.

A씨는 ‘사후면세점’ 사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듣고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서울 모처 빌딩 주인 B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가진 돈이 별로 없어 겨우 계약금만 충당하고 나머지 잔금은 투자자를 구해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뜻대로 돈을 마련하지 못해 잔금기일에 잔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그러자 B씨는 임대차계약을 해제하면서 계약금을 몰취하겠다고 하고, 새로운 C씨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C씨는 A씨와 B씨 간의 임대차계약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유효하게 해제된 것으로 인식했다.

여하튼 계약금을 날리게 된 A씨는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궁리 끝에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이중계약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C씨가 진행하는 인테리어공사의 중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B씨와 C씨가 새로이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A씨의 주장처럼 무효일까.  서로 간에 채권채무를 발생시키는 계약은 당사자가 자유로이 체결할 수 있다.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물 주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다른 사람과 동일한 목적물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최초의 임차인에게 계약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런데 A씨는 임대인 B씨에게 계약불이행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이중 임대차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대법원은 이중매매가 사회질서에 반反한다면 무효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의 입장은 이렇다. “이중매매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제2매수인이 이중매매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매도인의 배신행위를 유인, 교사하거나 이에 협력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이중매매계약에 이른 경위, 약정된 대가 등 계약 내용의 상당성 또는 특수성 및 양도인과 제2매수인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이중매매라고 해서 무조건 무효라고 할 수는 없으며, 원칙적으로 매도인은 첫번째 매수인에 대해 계약불이행책임을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두번째 매수인이 매도인으로 하여금 이중매매를 하도록 유인하거나 교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매도인의 배신행위에 가담했다면 이중 매매계약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무효인 법률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중 임대차계약은 어떠한가. 대법원은 “이와 같은 법리는 이중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사안에서 A씨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B씨로부터 계약 해제를 당했다. 반면 C씨는 전에 임대차계약이 있었던 사실은 알았지만 B씨로 하여금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적극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이를 두고 B씨가 배신행위를 했다거나 C씨가 배신행위에 적극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B씨와 C씨의 임대차계약은 유효한 법률행위이며, 무효를 전제로 한 위 가처분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인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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