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바셋이 스타벅스 옆에 매장 내는 이유

커피전문점 폴바셋이 스타벅스 따라잡기에 나섰다. 최근 로드숍 확장에 나선 폴바셋 매장 중 상당수가 스타벅스와 상권이 겹친다. 심지어 마주보는 매장도 꽤 있다. 폴바셋은 스타벅스의 반사효과를 누리려는 걸까. 아니면 자신감의 발로일까.

▲ 최근 폴바셋이 스타벅스 따라잡기에 나섰다. [사진=지정훈 기자]
# 서울 2호선 시청역에서 5호선 서대문역 방면으로 걸어가다 보면 재미있는 광경이 눈에 띈다.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두 커피전문점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쌍둥이’처럼 붙어 있어서다. 시청역 9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바로 옆 건물 1층에 폴바셋 서소문로점이 보이는데 바로 옆 건물 1층에는 스타벅스(리저브매장) 서소문로점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시청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대문 경찰서 앞에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진다.

폴바셋 서대문역점 맞은편에 스타벅스(순화동에이스점) 가 마주보고 있다. 폴바셋 매장에 앉아 있으면 스타벅스 로고가 ‘한눈’에 들어오는 ‘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최근 스타벅스 옆 혹은 맞은편에 오픈하는 폴바셋 매장이 하나둘 늘고 있다. 이를테면 폴바셋 서소문로점은 올 3월 오픈했는데 바로 옆 스타벅스는 지난해 10월 오픈했다. 2011년 2월 오픈한 스타벅스 순화동에이스점은 바로 맞은편 폴바셋 서대문역점은 지난해 7월 오픈했다.

폴바셋 구로지밸리몰점은 스타벅스 구로디지털로점 오픈(2013년 8월) 후 약 1년여 만인 지난해 9월 오픈했다. 번화가뿐만 아니라 주거지역인 목동 지역에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진다. 폴바셋 목동5단지점과 스타벅스 목동5단지점이 325m 거리를 두고 있다. 이 도로변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라곤 이 둘뿐이다. 스타벅스 목동 5단지점은 2013년 6월 오픈했고 폴바셋 목동 5단지점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 옆에 매장 내는 이유

폴바셋이 스타벅스 따라잡기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폴바셋은 “의도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폴바셋 관계자는 “스타벅스를 염두에 두고 매장을 오픈한 게 아니라 상권이 우연히 겹친 것 뿐”이라며 “스페셜티 커피를 조금 더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고객층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장을 오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폴바셋이 ‘스타벅스 따라잡기’에 나섰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2009년 처음 커피시장에 뛰어든 폴바셋은 커피전문점 시장에 후발자로 뛰어들었다.  이제까지 폴바셋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주로 대형 몰에 입점하는 전략을 쓰다가 최근 들어 로드숍 매장 오픈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폴바셋 매장 수는 55개로 스타벅스 매장수(750개)와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된다. 이중 상당수는 대형몰에 입점해 있다. 그런데 몇 안 되는 로드숍 매장 중 상당수가 스타벅스와 상권이 겹친다. 이유가 뭘까.

‘스타벅스 반사효과를 노렸다’ ‘스타벅스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두가지 분석이 나온다. 100% 직영 형태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는 입지 선정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부동산 업계에선 공공연하게 “스타벅스는 상가를 살리고, 맥도날드는 상권을 살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스타벅스 인근에 매장을 오픈하면 ‘반사효과’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스타벅스는 상권 입지 선정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가 많다”며 “폴바셋이 스타벅스를 통해 이미 검증된 상권에 매장을 오픈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폴바셋뿐만이 아니다. 이디야 역시 초기 스타벅스 옆 자리를 사수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해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폴바셋 서대문역점에서 보이는 스타벅스 순화동에이스점.[사진=김미선 기자]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폴바셋과 이디야의 DNA는 다르다. 이디야는 ‘저가커피’를 내세우는 한편 폴바셋은 ‘프리미엄 커피’를 판매한다. 전략은 같지만 이면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이대우 커피마케팅 연구소 소장은 “최근 스타벅스 매장이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중 상당수가 손님으로 가득해 들어가지 못한다”며 “이디야는 저가전략을 통해 스타벅스에 들어가지 못하는 고객을 잡으며 동반 상승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폴바셋은 반대로 스타벅스 커피보다 1000원 정도 비쌀 정도로 고가 포지셔닝을 고수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스타벅스 인근에 매장을 내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가격’이 아닌 ‘품질’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폴바셋 커피 가격은 비싸다. 카페라떼(스탠다드 기준) 가격은 5700원, 스타벅스 카페라떼(톨 사이즈)는 4600원이다.

이디야 카페라떼는 3200원이다. 이처럼 커피값이 비싼 폴바셋이 스타벅스 매장 바로 정면에 매장을 오픈하는 식의 도발은 자신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폴바셋의 경쟁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폴바셋은 2009년부터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 진출해 역대 최연소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알려진 폴 바셋과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아왔다.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우유를 베이스로 한 유기농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폴바셋의 성장을 이끌었다.

매일유업 폴바셋 외식사업부문에서 2013년 물적 분할해 설립 된 폴바셋 운영사 엠즈씨드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엠즈씨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엠즈씨드는 지난해 28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2013년(118억원) 대비 141.5%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 역시 2013년 10억원에서 지난해 14억원으로 40%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22.2% 늘었다.

폴바셋 ‘프리미엄 커피’로 승부수

폴바셋 매장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23개, 지난해에는 42개, 현재 56개까지 늘었다. 100% 직영으로 운영되는 폴바셋은 매장수 오픈은 더딘 반면 대형 규모의 매장과 독특한 인테리어로 스타벅스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폴바셋의 도발은 스타벅스에게 ‘눈엣가시’일 만도 하다. 하지만 스타벅스 측은 “폴바셋 매장 오픈과 관련해서 전혀 모른다”며 선을 그었다. 물론 폴바셋이 스타벅스 따라잡기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스타벅스는 폴바셋에게 강력한 ‘골리앗’ 같은 존재라서다. 폴바셋이 다윗으로 남을지 새로운 골리앗으로 탄생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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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바셋은 최근 들어 스타벅스와는 다른 듯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의 대표 메뉴인 프라푸치노와 비슷한 메뉴인 ‘프라페’를 출시하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1+1 쿠폰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폴바셋은 6월 말부터 SK텔레콤 할인을 중단하고 자체 멤버십 제도(폴바셋 소사이어티)를 실시한다.  그런데 폴바셋 소사이어티는 스타벅스 멤버십 제도와 많이 닮아 있다. 카드에 일정금액을 충전해 결제하면 크라운(Crown)을 적립해 주는데 12개가 모이면 무료 음료를 한잔씩 준다. 스타벅스는 ‘크라운’ 대신 ‘별’을 적립한다. 폴바셋의 최근 행보에 ‘스타벅스’가 묘하게 연상되는 이유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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