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주 왜 주춤하나

▲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각광받던 홈쇼핑주가 TV시청률 부진으로 하락세를 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14년 초, 홈쇼핑주는 무서울 만큼 상승했다. 2013년 1월 2일 27만3700원이었던 CJ오쇼핑 주가는 1년 후 42만6100원으로 56% 증가했다. GS홈쇼핑 주가도 같은 기간 15만2900원에서 30만7800원으로 두배 이상 올랐다. 현대홈쇼핑 주가도 별다르지 않았다. 12만2500원에서 18만9500원으로 55% 뛰었다. 당시 홈쇼핑주가 ‘황금주’로 통했던 이유다. 홈쇼핑 업계는 당시 마진이 높은 패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고가 여성브랜드를 중저가 라인으로 선보이는가 하면 자체 PB브랜드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론칭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디자이너, 연예인과 협업해 개발한 콜라보레이션 브랜드(CBㆍCollaboration Brand)를 선보이기도 했다. CJ오쇼핑의 경우 ‘온리원’ 브랜드를 만들어 자체 패션 브랜드 판매에 나섰고, GS홈쇼핑도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발굴해 독점 판매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백화점의 의류 판매가 부진한 데도 이들은 패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승승장구하며 파이를 키워나갔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도 기대감을 더했다. GS홈쇼핑은 2013년 4월 인도ㆍ태국ㆍ베트남ㆍ중국ㆍ인도네시아에 이어 터키 시장에 진출했고 2013년 10월, CJ오쇼핑은 중국ㆍ인도ㆍ베트남 등에 이어 필리핀에 진출하며 9번째 해외 진출에 나섰다. 여기에 ‘모바일 채널’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워 성과도 제법 냈다. 실제 2012년 CJ오쇼핑의 모바일 취급고는 3053억원에서 2013년 7804억원, 같은 기간 GS홈쇼핑의 모바일 취급고도 2789억원에서 692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의 모바일 취급고 역시 1036억원에서 2544억원으로 올랐다. 홈쇼핑주가 널뛰기처럼 뛸 만했다.

오른 만큼 떨어진 주가

하지만 홈쇼핑주는 어느 순간 힘을 잃기 시작했다. 2014년 초 고점을 찍고 등락을 거듭하던 홈쇼핑주는 하락세를 이어갔다. CJ오쇼핑 주가는 최근(6월 18일 종가 기준) 20만9000원으로 하락하며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 지난해 1월 2일 30만7800원까지 올랐던 GS홈쇼핑 주가도 23만400원(6월 2일 기준) 25% 떨어졌다. 현대홈쇼핑 주가도 같은 기간 18만9500원에서 12만4000원으로 35% 하락했다. 주요 화장품주가 같은 기간 두배 가까이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홈쇼핑 업계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 CJ오쇼핑 지난해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전년(1조2607억원)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5% 하락했다. GS홈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7% 하락했다. 올 1분기 실적도 좋지 않다. CJ오쇼핑의 1분기 매출은 2843억원으로 전년 동기(3283억원) 대비 13.4% 하락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9% 감소했다.

GS홈쇼핑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비 11% 늘어난 276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95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1% 감소했다. 홈쇼핑 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이유는 지상파 시청률의 하락세에 있다. 이를테면 CJ오쇼핑의 지난해 1분기 TV홈쇼핑 취급고는 450억원에서 올 1분기 447억원으로 0.6% 감소했다. 전분기(482억원)와 비교하면 7.2% 줄어든 수치다.

실속 없는 모바일 취급고 증가

익명을 원한 한 애널리스트는 “TV홈쇼핑의 경우 채널을 돌리다가 방문하게 되는 이른바 재핑효과(채널을 돌리다보면 중간에 있는 채널의 시청률도 높아지는 효과)가 큰 채널”이라며 “그런데 지상파 채널이 케이블과 종편 등에 시청률을 뺏기면서 지상파 중간 중간 채널을 보유한 홈쇼핑 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홈쇼핑 업계가 TV홈쇼핑 매출이 줄어들자 궁여지책으로 모바일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의 쟁쟁한 플레이어들과 겨뤄 승부를 걸기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가 문제다. 홈쇼핑 각사는 TV 부문의 고객을 모바일로 흡수하기 위해 일제히 마케팅 비용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11번가, 지마켓 등의 오픈마켓을 비롯해 소셜커머스 등의 기존 사업자, 여기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모바일 부문을 강화하고 나선 상태다. 홈쇼핑 업계의 모바일 취급고가 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올 3월 홈쇼핑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14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으며 업계 이미지가 추락했다. 납품업체에 매출과 관계없이 정액제 수수료를 강요해 받거나 약정한 액수 이상의 수수료를 받고 사은품 등의 판촉비용을 과도하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벌어진 ‘가짜 백수오’ 논란은 홈쇼핑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홈쇼핑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백수오 제품 환불 조치에 나선 이유다.

홈쇼핑 업계 올 2분기 실적 역시 백수오 제품 환불 사태로 인한 일회성 비용 증가로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전망도 밝지 않다. 무엇보다 올 7월 공영홈쇼핑인 제7홈쇼핑이 개국을 앞두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TV를 보면서 리모컨으로 간편하게 상품을 검색부터 구매ㆍ결제까지 할 수 있는 T커머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홈쇼핑 기업들뿐만 아니라 KTHㆍ아이디지털홈쇼핑ㆍSK브로드밴드ㆍTV벼룩시장ㆍ화성산업이 T커머스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제7홈쇼핑에 T커머스까지 앞으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홈쇼핑 업계도 나름의 묘안을 모색하고 있다. CJ오쇼핑은 e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와 단독판매 상품의 포트폴리오 개선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모바일 채널에서 나름 선방하고 있는 GS홈쇼핑은 앞으로 모바일 플랫폼 강화를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을 보다 좋은 조건에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TV홈쇼핑뿐만 아니라 최근 모바일로 고객이 이동하는 미디어 형태의 변화에 따라 모바일 서비스 내 큐레이션 서비스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홈쇼핑 업계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당장은 미지수다. 하지만 여지를 남겨둘 필요는 있다. 모두가 죽겠다고 한 외환위기(IMF) 상황을 ‘기회’의 발판으로 도약한 한국 홈쇼핑 아니던가.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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