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칼로리의 수치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사진=뉴시스]
인간은 시동이 꺼지지 않는 기계와 같다. 활동이 없음에도 시동이 유지되는데, 이때 쓰는 에너지는 집에서 빈둥거리는 사람이나 중노동을 하는 노동자나 큰 차이가 없다. 인간의 생명활동을 위한 기본적 에너지를 우리는 기초대사량(BMR)이라 부른다.

개인별 기초대사량은 성별ㆍ나이ㆍ체중ㆍ체지방의 구성 성분 등에 따라 차이가 크다. 대략 남성은 체중 1㎏당 1시간에 1㎉, 여성은 0.9㎉이다. 체중 60㎏ 남성의 기초대사량은 1일 1440㎉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 사례를 보자. 여기 최소 생명유지 에너지가 1500㎉로 같은 두 사람이 있다. 둘은 점심에 만나 1700㎉의 식사를 했다. 계산을 마친 노동자는 일터로 향했고, 점심을 얻어먹은 실업자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온 실업자는 우두커니 벽을 응시한 채 남은 시간을 보냈다.

노동자는 밥값을 벌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 결과, 300㎉를 활동에너지로 사용했다. 점심 이후 유입된 에너지가 없다는 가정 하에 칼로리소모량을 계산해보면, 벽면 수행으로 하루를 마감한 자는 200㎉의 에너지가 남았고, 노동자는 100㎉ 에너지를 더 소모했다. 지방의 열량을 고려하면, 실업자는 20g의 체중증가, 노동자는 10g가량의 체중감소가 이뤄졌다. 이 사례, 맞는 이야기일까. 100%는 아니지만 모두 옳은 말이다. 이런 모호함은 ‘칼로리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은 정형화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실험실에서 음식을 태워가며 얻은 열량을 수치화했는데 이것이 칼로리의 개념이다. 에너지를 표시하는 단위인 칼로리(통상 ㎉)는 14.5도의 물 1L를 15.5도로 1도 높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고구마나 고기 조각 등을 태워 뿜어져 나온 열량을 말하는 것인데 완벽하게 산화해 연소한다는 게 전제다. 태울 수 있는 모든 물체는 열을 발산하지만 열량은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땅콩버터나 베이컨은 30g 정도면 200㎉의 열량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샐러리는 1500g을 태워야 땅콩버터만큼의 열량을 낸다.

그러나 인간이 음식에서 나온 에너지를 얻는 과정은 생명체 안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생화학 반응이다. 때문에 칼로리엔 함정이 있을 수밖에 없고, 칼로리의 수치보단 질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열량이 높은 도넛은 소화와 흡수가 무척 빠르다. 우리 몸은 고열량 에너지를 처리하기 위해 인슐린을 췌장에서 급히 방출해 잉여지방으로 쌓아놓는다. 도넛을 통해 섭취된 열량이 에너지가 아니라 중성지방으로 지방세포에 저장된다는 얘기다. 이는 칼로리 수치의 의미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제 현미밥에 채소 반찬, 과일 등으로 이뤄진 건강 식단을 보자. 칼로리가 높지 않을뿐더러 설령 칼로리가 높다 하더라도 우리 몸은 인슐린을 급히 방출할 필요가 없다. 얼마든지 쓰는 속도를 조절해가며 우리 몸에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거다. 열량밀도가 아닌 영양(비타민ㆍ미네랄 등)밀도가 높은 음식을 추구하는 식생활을 해야 하는 이유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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