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고든 사물인터넷

▲ 사물인터넷(IOT)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왔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피부 컨디션을 알려주는 거울.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들리는가. 아니다. 시연까지 마무리한 사물인터넷 적용 제품이다. 인터넷을 활용해 모든 사물을 연결한다는 ‘사물인터넷’. 더 이상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일상도 사물인터넷의 세계다.

# 한 여성이 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거울을 터치한다. 그랬더니 ‘찰칵’하는 소리와 사진이 촬영된다. 사진을 찍은 것은 거울 속에 내장된 특수고해상도 카메라. 이 여성의 피부를 촬영한 것이다. 잠시 후 거울에 모공·트러블·주름·피부결·피부톤·잡티 등 각종 피부정보가 뜬다. 특히 오늘은 모공점수가 나쁘다며 클렌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 거울은 한 이동통신업체와 가구업체가 신개념 사물인터넷 상품으로 내놓으려는 매직미러다. 여성들이 집안의 거울을 보며 자신의 피부타입을 측정해가며 맞춤형 피부관리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 한 남성이 거실에 서 있다. 샤워를 위해 옷을 벗는다. 거실 안엔 이미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남자가 샤워실로 향한다. 음악 소리가 멀어진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남자는 다시 방향을 돌려 거실로 향한다. 탁자 위 스마트폰으로 손을 뻗는다. 손안에 화면을 보며 뭔가를 조작한다. 그리고 다시 샤워실로 향한다.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소리가 갑자기 강렬한 메탈음악으로 바뀐다. 샤워실 안에 들어서자 이미 그곳에서도 같은 음악이 거실과 같은 음질로 흐르고 있다. 남자가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며 샤워를 시작한다. 남자는 대체 뭘한 걸까. 간단하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집안 곳곳에 있는 와이파이 스피커를 작동했을 뿐이다.

 
이 이야기는 터무니없는 미래를 묘사한 게 아니다. LG유플러스와 KT에서 선보일 예정이거나 이미 선보인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들이다. 올해부터 국내 통신사와 IT제조사들은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상용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사물인터넷이 이제 막 실제 생활에서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물인터넷. 사전적 의미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 및 서비스를 말한다.
 
말뜻은 알겠는데 피부엔 잘 와 닿지 않는다. 막연하게나마 미래공상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질 거란 상상만 할 수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정작 사물인터넷은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아파트 단지 쓰레기통이다. 요즘 쓰레기 수거통은 더 이상 냄새를 풍기며 더러운 것들을 담아내는 물체가 아니다. LTE 기반 RFID(무선인식전자태그) 기술을 응용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다가오면 쓰레기통 스스로 뚜껑을 열고 음식물쓰레기양을 측정한다. 쓰레기양에 따라 내야 할 종량제 요금도 알려준다.

LG유플러스는 2011년부터 ‘스마트크린’이란 서비스 내놓고 전국 40여개 지자체에 1만5000여대의 쓰레기통을 공급했다. KT도 2013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하며 전국 30개 지자체에 약 1만2000대를 보급했다. 이 쓰레기통 사용으로 아파트 세대별 배출량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지자체별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이 25~35%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물인터넷의 실용 사례는 ‘하이패스’를 들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결제할 때 징수원을 거치지 않고 그냥 지나가는데도 통행료가 결제된다.

여기에도 사물인터넷의 원리가 숨어 있다. 자동차에 부착된 하이패스 기기와 톨게이트에 설치된 판독장치가 서로 정보를 교환해 운전자의 계좌에서 통행료를 이체하도록 돼 있다. 교통 분야에 사물인터넷이 이용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의 키를 가지고 차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문잠금 장치가 해제되고 키를 자동차에 꽂지 않아도 시동을 걸 수 있는 스마트키를 비롯해 차량 관제 부분에도 적용된다. 최근 위험 물질이나 축산물 등을 운반하는 트럭에는 대부분 원격 관제장치가 달려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할 때 축산 농가를 드나드는 차량에 통신 모뎀이 달려 있어 위치를 쉽게 추적해 대응할 수 있다.

 
버스·택시 등에도 속속 이동통신용 모뎀이 장착되는 중이다. SK텔레콤은 2014년 차량용 블랙박스에 통신모듈을 탑재한 ‘스마트 라이브온 블랙박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제품이다. 만약 주차해둔 차에 이상이 발생하면 떨어져 있어도 스마트폰에서 현장의 실시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마치 관제장비처럼 활용해 떨어져 있어도 차량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밖에 사물인터넷은 가스·전기·수도 사용량을 측정하는 원격검침 및 가로등 관제는 물론, 독거노인 돌봄· 전자 바우처· 범죄자용 전자발찌까지 적용돼 실생활에서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해 성범죄자의 위치를 관리기관에 자동으로 전송하는 전자발찌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대표적 예다.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오지나 위험 물질 오염 지역에선 LTE통신 모듈을 탑재한 CCTV가 기능을 발휘한다. 업계에서 “사물인터넷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출현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연구원이 2014년 발간한 ‘초연결시대 사물인터넷의 창조적 융합 활성화 방안’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사물인터넷은 2000년대 중반 정부의 신성장동력사업의 일환이었던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시범사업, U-City 시범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사물인터넷 서비스 기반이 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RFID·USN기반 구축과 2009년 사물지능통신 기반구축 기본계획 등이 수립되면서 사물인터넷이 생활현장 곳곳으로 확산됐다.

게다가 이동통신사들은 유무선 통신망을 활용해 주로 원격 검침, 건물·시설관리, 교통정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20년까지 국내에서 통신네트워크에 연결된 기기가 1억대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그때쯤 전 세계에선 260억대의 기기가 이동통신망에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4년쯤 후 우리 일상이 어떻게 변화할까. 답은 나와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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