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복고열풍

그 옛날 그 식품들이 돌아오고 있다. 추억의 아이스바 ‘삼강하드’가 46년 만에 돌아왔고 국내 최초 쮸쮸바(튜브형 빙과 제품) ‘아이차’도 재탄생했다. 샘표식품은 국수를 처음 출시한 1977년으로 돌아간다며 ‘그때 그 추억’을 론칭했다. 돌아온 옛 식품, 통할까.

▲ ‘아이스케키’라 불리던 빙과류가 전부였던 때 탄생한 ‘삼강하드’가 다시 돌아왔다. [사진=뉴시스]

식품업계에 ‘복고열풍’이 불고 있다.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포장·재료에 옛 감성을 심는 식품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거다. 우리의 입맛을 즐겁게 해줬던 그때 그 맛, 지금도 통할까. 6월 3일 롯데푸드는 ‘삼강하드’를 공식 재출시했다. 1962년 국내 최초로 ‘위생설비’에서 생산된 이 제품은 대량생산 아이스크림의 시초다.

옛스러운 폰트와 디자인으로 포장된 2015년 삼강하드는 맛이 한층 깊어졌다. 우유 맛을 진하게 업그레이드한 결과다. 첫 출시 당시 20원이던 가격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1000원으로 50배 정도로 올랐지만 인기는 그대로다. 편의점 CU에서만 판매되는 삼강하드는 출시 3주 만에 30만개 이상 판매됐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잘나가는 빙과 제품의 매출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단독 판매에서 이 정도 수준은 꽤 많이 팔린 걸로 볼 수 있다”며 긍정적인 출발 신호를 알렸다.

1974년 출시된 삼립식품의 ‘아이차’도 6월 9일 새롭게 돌아왔다. 아이차는 출시 이후 하루 평균 1만6000개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인기를 누렸던 제품이다. 삼립식품은 아이차를 현대인의 니즈에 맞게 부활시켰다. 2015년판 삼강하드의 콘셉트가 ‘복원’인 반면 아이차는 맛도 모양도 변했다. 예전 아이차는 메론·포도·딸기·오렌지·파인·펀치·밤·요구르트 등 맛이 여러 가지였다.

지금은 콜라맛·소다맛 2가지다. 형태도 육각형·로봇형·옥수수형 등에서 오목한 그립형으로 일원화했다. 손에 쥐고 먹기 쉽도록 한 거다. 첫 출시 때 50원이던 가격도 1000~1500원(오픈프라이스)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삼립식품 관계자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이차’가 과거 인기를 되살릴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제품을 리뉴얼해 옛 느낌을 살린 식품도 있다. 샘표식품은 6월 4일 국수 브랜드 ‘그때 그 추억’을 론칭해 5종의 국수를 새롭게 선보였다. 국수 제품을 처음 출시한 1977년으로 돌아간다는 거다. 각 국수별로 포장에는 그리운 과거의 한 장면을 삽화로 삽입했다.

추억 마케팅, 소비자 니즈 충족

면을 손으로 치대서 만들던 옛 방식을 차용했지만 면을 진공에서 반죽하는 현대식 비법으로 면발은 더 쫄깃해졌다. 깔끔하고 담백하게 맛을 낸 육수와 양념도 맛을 더한다. 론칭 결과는 성공적이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리뉴얼 전 제품과 비교해 판매량이 40%(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며 “월 50만개 정도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리뉴얼 기념으로 진행된 SNS 이벤트에서도 ‘샘표국시’를 외치는 댓글 행렬이 이어졌다.

돌아온 옛 제품이 긍정적 반응을 얻은 건 추억과 입맛을 동시에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름이나 포장에선 옛 느낌이 풍기지만 맛은 업그레이드되거나 현대인들의 니즈에 맞게 재해석됐다. 김경자 가톨릭대(소비자학) 교수는 “예전 제품이 여전히 통한다면 그 이유는 그때 맛을 선호하기보다 좋은 시절의 경험(추억)을 소비하는 것에 있다”며 “지금은 그때와 달리 입맛도 변했을 텐데, 추억에 지금의 입맛까지 충족된다면 옛 제품들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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