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의 힘겨운 싸움

▲ 호텔업계가 취할 수 있는 메르스 대책이란 손소독제를 구비하고 객실을 소독하는 게 최선이다.[사진=브라운스위트 제공]
격리망에 없던 메르스 확진자들이 뒤늦게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메르스가 지역사회까지 퍼졌다는 얘기다. 애초 보건당국이 ‘진정세’라고 밝혔던 것과는 다른 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러자 업계에선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지만 역부족일 듯하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불안하다. 메르스로 인해 손님이 줄고, 장사가 안 돼 매출이 줄어드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메르스 사태의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서울 시내의 레지던스호텔을 운영하는 한 CEO의 얘기다.

그에 따르면 호텔 객실 가동률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메르스 때문에 중국 관광객들이 확 줄어서다. 한국여행업협회가 6월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과 8월 여행 예약자 수(인바운드 여행업계 대상)는 전년 동기 대비 82.1%나 하락했다. 손실액은 약 1085억원으로 추정된다. 메르스 여파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물론 정부는 직격탄을 맞은 관광ㆍ여행ㆍ숙박ㆍ공연업계 등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방안을 내놓기도 했고, 특히 여행자보험을 대신 들어주는 정책도 내놨다. 하지만 업계가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고 있기엔 메르스가 미치는 여파는 너무 크다. 때문에 나름대로 자구책들을 마련해 실시하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유통업계다. 명동의 복합몰 눈스퀘어는 1층 안내데스크와 6층 에스컬레이터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해 두고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 소독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한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여기에 대여품인 유모차 소독도 더하고 있다. 동대문 두산타워는 메르스 사태 이후 공기정화시스템을 새로 교체하고 직원용 출입구에 열 감지기도 설치했다.

관광객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객실을 제공해온 비즈니스호텔과 레지던스호텔들은 유커가 발 돌릴까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런트에 손세정제를 갖추는 건 기본이고, 매일 객실을 청소하면서 방역도 겸하는 곳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소독 약품 구매비용만 해도 월 100만원 이상을 쓴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브라운스위트에서는 특별히 주문한 비타민도 나눠준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 먹는 거 보다야 낫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브라운스위트 관계자는 “마스크도 나눠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메르스 공포감을 조성할 것 같아 그만뒀다”고 설명했다.

 
답이 없는 건 메르스 여파로 발길이 뚝 끊긴 식당들이다. 호텔 인근의 식당들 중에는 손소독제를 갖춘 곳들은 꽤 많았지만 유통업계나 숙박업계처럼 소독을 자주 하기는 어려웠다. 한 식당 관계자는 “먹는 장사를 하면서 소독약품을 쓰는 게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유통업계나 숙박업계, 외식업계 관계자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하는 얘기가 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는데 이게 줄어든 손님들을 다시 모으는 데 효과는 있는 건지, 메르스 사태가 끝나기는 하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거다.

더구나 이들은 또 “정부는 자꾸 곧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데, 업계 종사자로서는 절대 그럴 것 같지 않다”며 “정부가 빨리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관광 관련 업계 전체에서 문 닫고 빚더미에 앉는 곳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업계도 최선을 다하는 만큼 정부도 제발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이라며 “메르스가 진정되고 있다는 유언비어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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