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옐런의 충격 방지전략

▲ 옐런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발언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재닛 옐런 의장이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요동치지 않았다. 오히려 안정세다. 옐런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다. 시장은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안도했다. 신뢰와 소통이 시장에 통했다는 평가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똑똑했다. 악재는 악재 그 자체보다 ‘악재로 인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악재라는 점과 신뢰와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옐런은 6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 금리인상 시점보다 더 중요한 건 첫 금리인상 후에도 연준이 높은 수준의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아닌 ‘인상 속도’였다. 6월 FOMC에서 하반기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힌트는 없었다. 다만 옐런은 5월 지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언급한 하반기 금리인상 단행의 의지를 재차 확인해줬다. 금융시장의 눈치를 보며 말을 바꾸기보다는 신뢰에 무게를 둔 거였다.

옐런은 금융시장과의 소통에도 적극 대응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장기 금리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금리인상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자 시장도 옐런의 의도대로 하반기 미국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채 2년물의 금리는 옐런의 금리인상 발언 당시인 5월 21일 0.57%에서 6월 14일 0.72%로 급등했으나, 6월 FOMC 이후 0.63%로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도 6월 FOMC 이후 93.68포인트로 추가 하락했다. 5월 FOMC에서 예상보다 빠른 출구전략이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했던 금융시장이 연준의 ‘완만한 금리인상’ 발표에 오히려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매크로 가격지표도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달러도 당분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조정을 보이고 있는 신흥국 주식시장에는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리스크 지표(Citi Macro Risk Index)는 5월 옐런의 금리인상 발언 이후 120일 이동평균선을 웃돌고 있는데, 6월 FOMC 이후 소폭 하락했음에도 0.73포인트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추가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렉시트 리스크도 줄어들고 있다. 그리스는 6월 22일 EU 긴급 정상회의에서 조기퇴직 지원 폐지, 누진세 강화, 연금시스템의 적자 축소를 통해 올해 GDP 대비 0.4%, 2016년부터는 1%에 이르는 세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버텨온 연금삭감을 일부 수용한 일종의 절충안이다. EU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이런 분위기가 한국 주식시장에는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6월 8일 이후 외국인의 순매도(1조2000억원 수준)가 늘고 있어서다. 당연히 코스피지수 상승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곧 코스피가 저점에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더구나 외국인 중에서도 미국계 자금은 순매수가 더 많다.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얘기다.    
김병연 NH 투자증권 연구원 lawrence.kim@nh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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