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경제학

▲ 쏘나타는 30년동안 꾸준한 인기를 얻은 우리나라 대표 중형 세단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우리나라는 세계 자동차 생산 비중의 5%를 차지하는 생산량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이다. 6ㆍ25 한국전쟁 이후 남은 군수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들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그 발전의 중심에는 ‘쏘나타’가 있다. 30년 동안 꾸준한 인기를 얻은 최장수 브랜드다.

1980년대, 우리나라 국민의 소득 수준이 크게 증가했다. 소형차 일색이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중형차가 늘어나게 된 이유다. 1983년 현대차는 포니에 이어 자체 개발 중형차인 ‘스텔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경쟁사인 대우차의 ‘로얄’에 밀렸다. 2년뒤인 1985년 11월 4일. 현대차는 로얄의 대항마로 스텔라의 기본 차체에 일본 미쓰비시의 시리우스 엔진을 탑재한 ‘소나타’를 출시했다.

당시 ‘소나타’에는 최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연비향상과 주행안전성을 높여주는 5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또한 자동 정속주행장치, 파워스티어링휠, 파워브레이크, 자동조절 시트, 전동식 리모컨 백미러 등을 탑재했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만큼 ‘VIP를 위한 고급 승용차’를 콘셉트로 내걸었고 출시 이듬해인 1986년 ‘쏘나타’로 차명을 바꿨다. 하지만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소비자들이 스텔라와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2년 뒤 단종되기 전까지의 판매량은 2만6000대. 이때만 해도 쏘나타가 30년을 이어가는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세대가 실패로 돌아서자 현대차는 전략을 바꿨다.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1988년 6월 출시한 2세대 쏘나타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갖고 있다. 쏘나타는 국내 최초의 자체 디자인 차종이다. 기존 각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당시 기록한 공기 저항 계수(Cd)는 0.32. 또한 8인치와 9인치 부스터 2개를 조합해 제동 성능을 높인 탠덤 부스터를 국산 자동차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

고정관념도 깼다. 당시 중형차의 상징과도 같던 후륜구동 대신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개발된 승용차로는 처음으로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모델로 기록됐다. 또한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인 ‘뉴 쏘나타’에는 국산차 최초로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가 적용됐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2세대 쏘나타는 우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쏜 의미있는 모델”이라며 “우리 기술력으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2세대까지만 해도 쏘나타는 고급 브랜드였다. 하지만 1993년 5월 14일에 나온 3세대 모델 ‘쏘나타2’는 달랐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자동차에 대중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 차는 33개월 동안 무려 60만대가 판매되며 중형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쏘나타2는 대중화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도약한 모델이다. SRS 에어백, ABS, 전자식 서스펜션(ECS) 등 첨단기능을 적용했으며 신냉매 에어컨, 리사이클 시스템 등으로 친환경성까지 강조했다. 이후 그랜저의 전신인 마르샤의 기본 토대가 되기도 했다. 이어 출시한 ‘쏘나타3’는 쏘나타2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라인업 최초로 구동력 제어 시스템(TCS)이 적용됐으며 미쓰비시의 4단 변속기가 장착됐다. 쏘나타3에 이르러 쏘나타는 마침내 누적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그만큼 인기였다.

자체 개발 엔진 적용

4세대 모델은 현재까지도 도로 위에서 간혹 볼 수 있는 ‘EF쏘나타’. 이 모델부터 프로젝트명이 쏘나타 앞에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차는 이 모델에서 최초로 자체 개발한 엔진을 사용하게 된다. 그간 미쓰비시 엔진을 사용하던 현대차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175마력의 2500㏄ 델타 엔진과 트랜스미션 하이벡(HIVEC) 4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EF쏘나타의 출발은 힘겨웠다. IMF 구제금융 여파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그럼에도 이듬해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간 연속으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2001년에는 전장을 35㎜ 늘려 준대형급 차체를 갖춘 부분변경 모델인 ‘뉴EF쏘나타’가 출시됐다. 2004년 미국 JD파워가 선정하는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5세대 ‘NF쏘나타’부터 현대차는 쏘나타 엔진의 독립을 선언한다. 총 2600억원을 투입, 독자 개발한 2000cc, 2400cc 세타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다. 국내 최초로 ‘차체 자세 제어 장치(VDC)’도 적용했다. 현대차의 엔진 개발 역량이 총 집약된 세타 엔진은 초기 현대차에 엔진을 공급했던 미쓰비시를 비롯해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의 크라이슬러에 역수출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NF쏘나타는 3년간 총 158만6713대가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6세대 ‘YF쏘나타’는 현대차의 질적 성장을 이끈 모델이다. 최초로 현대차의 고유 디자인 콘셉트인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적용됐다.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도 더욱 높아졌다. 3피스 타입 파노라마 선루프, 가솔린 직접 분사 방식(GDi) 엔진, 풋 파킹 브레이크 등의 새로운 사양이 대거 장착됐다. 특히 YF쏘나타는 2011년 5월 국내 최초의 중형 하이브리드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 모델은 국내 최초로 해외에 수출된 하이브리드 차량이기도 하다.

국내 친환경차 시장 견인

지난해 출시된 7세대 ‘LF쏘나타’는 전작에 비해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YF쏘나타 대비 늘어난 초고장력 강판 사용(21%->51%)으로 차체강성이 강해졌고 연비가 개선됐다. 그리고 LF쏘나타는 하반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 역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제조한 최초의 PHEV 모델이다.

김필수 교수는 “쏘나타의 발전 역사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근현대사의 큰 줄기”라며 “국민의 기대가 컸던 만큼 품질ㆍ성능에 대한 비난 여론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끔 세상을 놀라게 할 더 좋은 모델을 생산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쏘나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길을 달리고 있단 얘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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