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깊어지는 관광업계

▲ 메르스 영향으로 김포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의 관광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엔저 현상에다 메르스까지 겹치면서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일본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그런데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돌입하더라도 관광산업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유가 뭘까. 관광산업 전반을 짚어봤다. 

한국을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조금씩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직격탄을 맞은 관광업계의 시름은 여전히 깊다. 이유는 7~8월 성수기에 방한 예정인 외국인 관광객의 신규 예약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진정국면에 돌입하더라도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 등 악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24일까지 방한예약을 취소한 외국인은 13만2885명으로 나타났다. 24일 하루 동안에도 2205명이 방한 예약을 취소했다. 사태의 심각성은 이들 외국인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592만명이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754만명 보다 162만명이 적다. 이 격차는 지난해 11월 역전된 이후 계속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7~8월 성수기에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신규 예약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관광산업의 침체와 내수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여행 성수기인 7~8월 국내 패키지관광 상품을 예약한 외국인은 20만2541명이다. 지난해 동기의 외국인 유치인원(112만9536명)에 비해 82.1% 줄어들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인이 81만628명에서 13만2132명으로 83.7% 줄었다. 추정되는 손실액도 609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일본인으로 17만7190명에서 2만7641명으로 84.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동남아와 미국ㆍ유럽도 각각 69.8%, 70.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른 국내 여행업계의 피해액은 1085억원으로 추정했다. 여기에는 상대적으로 여행경비 ‘씀씀이’가 큰 개별여행 외국인 수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국내 관광업계의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외국인 관광객이 80% 정도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2014년 7~8월 방한객 280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7~8월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56만명에 불과하다. 관광수입도 2014년 7~8월 31억 달러에서 6억 달러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크게 증가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시트립은 6월 한 달간 일본을 예약한 관광객이 1만 명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증가했다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보도했다. 일본을 선택하는 것은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에 엔저와 일본의 비자정책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7월과 8월은 전통적으로 여름휴가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의 35%가량이 이 기간에 집중돼 있다.

7~8월 성수기 피해 1085억원

한국 관광의 중심인 제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6월 들어 23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은 75만3133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81만2654명과 비교해 7.3% 감소했다. 차이가 얼마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인 등의 유커 방문이 반토막 났다는 점이 심각하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이 방문했디만, 6월 들어서는 하루 평균 5000명 남짓 찾고 있다.

관광객 취소뿐만 아니라 국제항공노선 운항중단도 속출하고 있다. 메르스 발생 이후 국제선 항공기 운항계획 최소 신청이 4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6월 25일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이 공개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 이후 지난주까지 국제선 운항 취소는 4044건이었다. 중국 노선이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6~7월은 3389건, 8~10월은 655건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외국 항공사의 운항 취소가 국적 항공사보다 3배 많았다. 전국 공항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제주공항이다. 제주공항의 국제선 항공기 운항 취소는 1514건으로 인천공항 1204건보다도 많았다. 김해공항은 307건, 청주공항은 208건, 무안공항은 156건이 취소되면서 유커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 외에도 대만(344건), 일본(98건), 말레이시아(20건), 베트남(9건)도 한국행 운항을 일부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전국 공항의 8월 이후 감편 신청도 적지 않아 메르스 여파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현재까지 접수된 감편 신청은 인천공항 319회, 제주공항 159회, 청주공항 75회 등 655회에 달한다. 아시아권 국가의 한국행 기피는 국제행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9월 열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초대국가로 선정돼 그동안 전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던 중국은 메르스 확산을 이유로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호텔업계도 메르스 악재로 주춤하고 있다. 호텔업계의 최고 성수기인 6~8월 사이의 예약이 감소하고 있어 3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6월 외국인 예약고객들의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며 “7~8월 예약도 전년 대비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부분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경우에도 외국인의 객실 숙박예약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메르스 확진자가 숙박한 제주신라호텔이 당분간 영업을 중지, 투숙객들이 떠나고 있다.[사진=뉴시스]
제주도에 있는 호텔도 울상이다. 특히 호텔신라는 141번 환자가 제주도 여행 중 제주신라호텔에 머문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똥이 튀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는 메르스 141번 환자가 제주신라호텔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하루 3억원 상당의 예상 매출 손실에도 6월 30일까지 영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호텔시설 전체에 대해 철저한 방역과 소독작업을 실시했다. 제주신라호텔은 7월 1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

제주도 호텔 ‘울상’

외식업계도 메르스의 영향을 받았다. 56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6월 8일부터 14일까지 영향을 조사한 결과, 확산시점인 5월 30일인 2주 전에 비해 외식업체들의 평균매출액은 약 38.5%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거리던 명동이나 남대문 등의 상권 상인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대문 시장의 상인 중 한명은 “메르스가 진정되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6월 들어 터진 메르스의 영향으로 성수기 장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메르스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사태가 종료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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