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국토교통부가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의 임시운행을 불허했다.[사진=뉴시스]
르노의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가 차종 분류 기준과 제도의 장벽에 발목이 잡혔다. 트위지의 차종 분류가 애매해 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정부의 엇박자 행보로 초소형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5월 20일. 르노삼성과 서울시가 ‘에코(Eco) EV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을 때만 해도 트위지(르노의 초소형 전기차)의 국내 시범 운행은 가능할 듯 보였다. 실제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는 2000여개 점포 내 배달이륜차를 단계적으로 초소형 전기차로 교체할 계획까지 세웠다. 이는 친환경 전기차의 새로운 틈새시장이 열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친환경 모델인 트위지는 일반 자동차와 이륜차의 중간 개념이기 때문이다. 트위지는 번호판을 부여받고 보험도 가입했다. 지자체들도 트위지 구입 방법을 물어보는 등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도로에 초소형 전기차가 다니는 청사진이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차종 분류에 운행 막힌 트위지

그런데 이 청사진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국토부가 임시운행 승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위지의 차종 분류가 애매하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는 이륜차ㆍ승용차ㆍ승합차ㆍ화물차ㆍ특수차 등 5가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트위지는 이륜차와 승용차의 중간 모델로 현재로선 어떤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국토부가 임시운행을 막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쉬운 부분은 현재 기준으로도 트위지의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제도적 기준이 없어도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연구개발용으로 2년간 운행할 수 있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예 운행을 못하게 했다. 초소형 전기차 시대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길을 놔두고 굳이 먼 길을 돌아가는 셈이다.

혹자는 중앙정부 ‘갑甲질’의 대표 사례라고 말한다. 먼저 나서서 주도해야 할 중앙정부가 도리어 방해가 된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선 기업과 지자체는 찝찝한 심정이지만 입 하나 뻥긋 못하고 있다. 찍힐 수도 있는 만큼 기다리자는 심정일 게다.

트위지는 유럽에서 2012년 첫선을 보인 이후 1만5000대 이상 판매됐다. 이미 선진국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일선의 시장 진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도리어 방해가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트위지와 유사한 모델을 국내 중소기업이 출시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자본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은 판매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기회를 놓치면 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아직까지 법적 기준이 없다는 것은 중소기업에 죽으라는 얘기와 같다. 정부가 법적ㆍ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초소형 전기차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먹거리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커진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뛰어난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정보통신을 감안하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모델도 구축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 필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간담회를 자문하면서 저속 전기차 운행과 초소형 전기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창조경제 막는 중앙정부

최소한 앞서 언급한 연구개발용 운행이라도 시작해야 초소형 전기차 시대를 열 수 있다. 실증작업을 통해 각종 문제점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그사이 유럽 등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해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야 다른 정부 부서에서도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중소기업의 먹거리가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힘들여 개발한 상품을 정부가 죽이는 사례를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