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평균보다 낮다. 결혼 적령기를 지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혼과 출산의 이익이 줄어든 원인도 있다.

▲ 우리나라의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01년 이후 1.25명이다. 세계 평균인 2.54명의 절반 수준이다. 출산 가능한 여성 1명이 1.25명을 낳는다는 소리인데, 꽤 심각한 수준이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여성 1명이 2명의 자녀를 봐야 우리나라 인구가 현 수준으로 유지될 테니까 말이다. 현재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가 늘고 있다니 더욱 걱정이다. 왜 결혼 적령기를 지난 젊은이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회피할까.

어려운 경제 상황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남자들은 결혼하기 위해 일단 취직을 하고 전셋집이라도 얻어야 한다. 처자식을 먹여 살릴 만큼 벌어야 하는데 그 준비가 쉽지 않을 터다. 여성들은 또 어떤가. 결혼을 잘 하려면 여자도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하고 신혼집 사는 데도 돈을 보태야 한다. 이 모든 준비에 돈이 드니 결혼을 안 하고 아이를 안 낳겠다는 게 이상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아지는 게 꼭 금전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결혼과 출산의 이익과 비용을 분석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Gary Becker) 시카고대 교수에 따르면 결혼과 출산의 이익이 줄어든 것도 출산 감소 이유 중 하나다.

예전엔 결혼을 해야 사회적으로 성인이라 인정받았다. 그리고 자녀를 낳아 길러 가족의 노후를 위한 노동력을 확보했다. 우리나라에서 자녀는 부모의 노후뿐만 아니라 사후 제사를 위한 제주祭主의 역할까지도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농업 사회나 초기 산업 사회에선 노동력이 중요했으니 딸보단 아들을 더 선호했다.
 

 

그러다가 사회가 물리적 힘보다 정보나 지식이 중요한 정보화 사회, 지식 기반 사회로 이행하면서 자녀의 수보단 인적 자본으로서의 질이 중요해졌다.

잘 키운 자녀 하나가 열 자녀 안 부럽게 된 것이다. 부모들은 교육과 건강, 외모 등 자녀의 질적인 것에 집중투자하기 시작했다.

가족 가치관도 변하면서 이제 자녀는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노동력이나 제주로서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자녀는 키워 놓으면 부모를 책임질 투자재가 아니라 키우는 동안 부모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소비재로서의 의미가 크다.

요즘 힘들게 결혼을 결심한 부부들 중에서도 출산을 포기하고 자유로운 시간과 취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필자의 한 친구는 결혼한 아들 부부가 자녀를 안 낳고 대신 돈을 모아 요트를 사겠다고 선언해 아직도 기절 상태다.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는 데 1억원이 훨씬 넘게 든다니 고급 요트를 사고도 남을 돈이란다.

반면 어찌어찌 한두 명의 자녀를 낳은 사람은 종합적으로 우수한 자녀를 만들기 위해 고급 요트 한 대 값을 기꺼이 쓴다. 심지어 뱃속에 있는 아이를 태교할 때부터 조기 교육을 시작한다. 태교에 좋은 음악·음식·그림·여행·운동 등이 팔리고 초음파 사진으로 태교 앨범도 제작해 준다.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자녀수는 당분간 계속 줄어들 거다. 하지만 태어난 자녀들은 공부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치고 태권도도 잘 하고 영어도 수학도 글짓기도 줄넘기도 잘 하는 일당백 자녀가 될 테니 조금 위안이 된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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