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강타한 한국산 마스크팩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핫한 상품은 단연 ‘마스크팩’이다. 중국시장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중국 상하이 무역관은 한 마스크팩 제품을 중국의 ‘페라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대기업ㆍ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마스크팩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중국의 마스크팩 시장, 과연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까.

▲ 중국 화장품 도매상 사이에서 한국 '마스크팩' 제품은 단연 인기다.[사진=지정훈 기자]
# 지난 1년간 주식 시장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성적을 거둔 기업은 ‘산성앨엔에스’다. 주가가 1년 만에 무려 10배 이상으로 올랐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산성앨엔에스가 2011년 인수한 리더스코스메틱의 마스크팩 제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리더스코스메틱의 2013년 마스크팩 판매량은 1500만장에서 지난해 약 7500만장으로 5배가 됐다. 알짜 자회사(리더스코스메틱)을 품에 안은 산성앨엔에스의 매출은 덩달아 730억원에서 지난해 1200억원으로 64.3% 늘어났다. 최근 안성공장을 추가로 짓고 핵심 제품의 위생허가를 획득한 이 회사의 주식은 메르스 여파에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마스크팩 전문 브랜드 메디힐의 마스크팩(시트 기준)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1600만장에서 올 상반기 1억1200만장으로 늘었다. 약 6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김현수 메디힐 마케팅팀 상무는 “전체 매출 중 면세점 비중이 30%로 높다”며 “수출 비중도 40%로 높은데 이중 70%가 중국 수출”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원브랜드숍은 잇츠스킨이다. 잇츠스킨의 지난해 매출은 2411억4200만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55%, 영업이익(991억3600만원)은 무려 1037% 증가했다. 모회사 한불화장품보다 덩치가 훨씬 커졌을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기준으로 이니스프리(764억원)와 더페이스숍(807억원)까지 따돌렸다. 성공 비결은 6초에 한개씩 팔린다는 ‘달팽이 크림’에 있다. 또 다른 공신은 달팽이 점액 추출물이 함유된 마스크팩(프레스티지 마스끄 데스까르고)이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마스크팩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마스크팩의 인기가 상한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어서다. 한 화장품 도매상은 “중국 도매상들이 마스크팩 제품이 단연 인기”라며 “특히 메디힐과 리더스의 마스크팩 제품은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물량이 달려 판매 수량을 1인당 10곽(1곽당 10매)로 제한했을 정도로 잘나간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는 면세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뷰티매거진 ‘시상망时尚网 ’에 따르면 한국면세점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제품 1위는 헤라의 멀티 선블록 파운데이션(UV MIST CUSHION LONG STAY), 2위는 리더스(Leaders)의 마스크팩(아쿠아링거 스킨클리닉 마스크) 제품이었다. 지난해 9월 중국 상하이上海 무역관은 ‘한국 마스크팩의 높은 인기’를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리더스’라는 키워드를 쳤을 때 약 216만건의 결과가 검색됐다”며 “잇츠스킨의 마스크팩은 중국 마스크팩 시장에서 페라리로 통한다”고 언급했다.

마스크팩 열풍에 편승했다간 큰코

한국산 마스크팩의 가격은 중국 현지 브랜드보다 20~50% 높다. 그럼에도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품질이 탁월하다. 리더스 마스크팩 제품은 개발 과정에 서울대 출신 피부과 전문의가 참여해 만들었고 잇츠스킨의 마스크팩은 달팽이 점액 여과물을 사용해 만든 ‘프리미엄’ 제품으로 포지셔닝됐다. 메디힐은 피부 표면에 거품을 생성하는 탄산수 원리를 응용한 마스크팩 등을 론칭해 인기몰이 중이다.

한 원브랜드숍 관계자는 “중국인들은 건조한 대륙성 기후 탓에 한번만 붙이면 촉촉해지는 마스크팩을 선호한다”며 “무엇보다 스킨케어 제품과 달리 효과가 금방 나타나기 때문에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마스크팩 제품을 경험한 중국 소비자의 재구매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 마스크팩 시장은 지난 3년 연평균 30%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 마스크팩 시장보급률이 45% 수준에 불과해서다. 국내 기업들이 마스크팩 제품생산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최근 앨앤피코스메틱의 메디힐은 가면무도회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마스크팩(마스크드레스)을 내놨다.[사진=앨앤피코스메틱 제공]
LG생활건강은 지난 2월 마스크 전문 브랜드 디어패커(DEARPACKER)를 내놨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맥스도 마스크팩 사업을 위해 지난해 12월 아이큐어(패치형 의약품 및 화장품 전문 ODM 기업)와 합작법인 ‘코스맥스아이큐어’ 설립했다. 후발업체들도 동물 모양의 마스크, ‘소녀시대’ ‘이민호’ 등의 한류스타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국인 관심 끌기에 나섰다. 화장품 기업의 한 관계자는 “마스크팩은 개발과 제조가 용이해 진입장벽이 낮다”며 “중소 화장품 업체라면 뛰어들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화장품 기업이 마스크팩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순 없다. 제품력과 브랜딩 등에 따라 기업들의 희비는 분명하게 엇갈릴 것이다. 한 마스크팩 전문기업 관계자는 “품질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라며 “최근 기업들이 시트의 미세한 가공법이나 마스크팩에 들어가는 에센스 차별화 등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품질 따라 승부 갈릴 것

중국의 화장품 위생허가도 승부를 가를 변수다. 국내산 마스크팩의 상당수는 지금까지 중국 ‘따이공代工(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에 수출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내수산업강화 차원에서 ‘따이공’ 제재를 강화하면서 수출길이 좁아졌다. 마스크팩을 중국시장으로 수출하려면 이제 ‘중국의 위생허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따이공’을 활용하던 중소 마스크팩 제조업체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유력 화장품 기업도 예민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의 위생허가가 실적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핵심 마스크팩 제품이 중국 위생허가를 받은 이후 주가가 치솟은 산성앨엔에스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국내산 마스크팩이 인기를 끈 건 품질 덕이기도 하지만 공급량 자체가 적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며 “앞으로는 중국인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마스크팩만 살아남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중국 마스크팩 열풍에 편승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