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서비스 기상도

▲ 최근 나오는 페이서비스들은 복잡한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페이’라는 서비스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금융·포털·IT제조사·유통사 등이 업종을 불문하고 ‘페이먼트 서비스’에 열을 올린다. 현재 페이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2개사다. 이들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까. 전문가들은 삼성보단 포털이 유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케이페이, 페이나우, 페이팔, 알리페이, 애플페이, 구글페이,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여기저기서 ‘○○ 페이’란 말이 쏟아져 나온다. 금융권·IT업계를 비롯해 유통업체들마저 ‘페이먼트’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뭔가 획기적인 서비스가 탄생한 인상을 풍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페이’는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시중에 나온 페이 서비스는 알고 보면 기존 결제 서비스와 별반 다른 점이 없다.

간단히 말하면 ‘간편결제서비스’ 정도다. 여기서 ‘간편’이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온라인이나 스마트폰에서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가령 모바일 결제의 경우 액티브엑스(ActiveX), 키보드 보안프로그램 등 각종 플러그인을 설치하거나 카드정보, 개인정보 같은 결제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최근 ‘○○페이’라는 서비스에선 그런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최초 등록만 해두면 아이디·비밀번호만 이용해 간편하게 결제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페이먼트’ 서비스가 쏟아지는 이유를 ‘공급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에겐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데 시장이 들썩인다면 그건 기업들의 욕구 때문이라는 거다. 실제 국내 시장에선 페이먼트에 대한 관심이 해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늦은 시기에 나타났다. 지난해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에 빗대 AcTiveX, 공인인증서를 비롯한 전자결제 분야의 규제문제를 거론하면서 핀테크가 관심 대상으로 부상했다. 

미국 나스닥 사상 최대의 공모금액으로 주목받은 알리바바의 금융서비스 ‘알리페이’가 혁신적 금융서비스로 세간의 주목을 끈 것도 ‘페이 매니지먼트’의 인기를 부추겼다. 이런 상황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기업들의 눈에 기회로 비쳤다. 결제나 거래, IT 분야에 관련 있는 기업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출사표를 던졌고, 그 결과 다양한 페이먼트 서비스가 출시됐다. ‘○○페이’ 열풍을 공급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각종 서비스의 이름 앞에 그 회사의 이름들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국내에서 눈길을 끄는 페이서비스는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카카오페이’, 그런 카카오를 추격하기 위해 6월 새롭게 출시된 ‘네이버페이’, 오는 9월 선보일 예정인 ‘삼성페이’ 등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9월 출시했다.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에 신용카드 정보와 결제비밀번호를 등록하면 스마트폰에서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단하게 결제를 마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모바일 결제의 복잡한 결제 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거다.

무엇보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은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카카오톡만 사용하면 별도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간편결제를 사용할 수 있다. 특정 통신사나 단말기, 운영체제에 종속되지 않은 범용성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 가입자수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44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신용카드 사용자 20%가량이 카카오페이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출시한 지 1년이 채 안됐지만 이 도면 꽤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네이버페이의 출발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네이버 역시 기존 온라인 포털 이용자라면 쉽게 서비스에 접촉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는 ‘네이버 모바일’ 이용자가 하루 평균 약 2400만명이고 그중 61%가 자동 로그인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하루 약 1500만명의 네이버 회원들이 로그인 없이 간편 결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거다. 이용 방법도 최초 결제시 본인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와 계좌 정보를 한 번만 등록해 놓으면 된다.

 
반면 삼성페이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삼성페이는 비밀번호 대신 지문인식을 통해 사용자를 식별하는 방식을 구현해 보안성과 사용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수수료도 무료다. 업계에선 삼성페이가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처럼 서비스 기반이 없고 운영체제도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삼성페이를 실제로 사용하려는 수요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많다. 삼성페이를 쓰려면 갤럭시S6나 갤럭시노트5와 삼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 수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털기업들이 출시한 페이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은 “지금 시중에 쏟아지고 있는 페이서비스들은 차별성이 별로 없다”며 “킬러앱과 연동돼 사용자 기반이 확고할 뿐만 아니라 쿠폰이나 이모티콘 등 소비자 혜택을 조금이라도 더 줄 수 있는 포털회사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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