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회 청년연대은행 토닥 이사장

▲ 김진회 토닥 이사장은 “신뢰에 기반한 토닥의 대출모델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사진=지정훈 기자]
신용대출을 해주는데, 담보를 받지 않는다.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도 대출자격이 아니다. 담보는 단 하나, ‘대한민국 청년’이다. 이자는 내고 싶은 만큼 내면 된다. 채권 추심, 그런 건 없다. 신용대출을 유지하는 근간은 ‘믿음’이다. 이런 대출사업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현재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그렇게 벌써 만 2년을 넘겼다.

담보는 없다. 오로지 신용대출이다.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는 대출자격요건이 아니다. 조합원으로 가입만 하면 언제든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제한이 하나 있다. 나이다. 만 15세~만 39세의 청년이어야 한다. 대출금액은 조합활동내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하지만 가입 첫달 조합비(최소 5000원)만 내고 한달만 조합원 활동(재능기부 등)을 하면 3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된다. ‘청년연대은행 토닥(이하 토닥ㆍ옛 토닥토닥협동조합)’의 대출방식이다.

시중은행 이용 실적이 없어 신용도가 바닥인 청년들이 자존감을 상실하지 않고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게 토닥의 설립(2013년 3월) 취지다. 때문에 추심이 사실상 없다. 조합원 자격을 박탈해 대출을 못 받게 하는 게 불이익의 전부다.

사실 이런 대출방식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빌리기는 쉽지만 갚을 의무가 거의 없어서다. 아무리 청년을 위한 일이라지만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토닥 조합원들과 운영진은 느긋하다. 생각보다 상환율이 높고, 이자수익도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말이다. 조금득 전임 이사장의 뒤를 이어 올해 4월부터 토닥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김진회 이사장을 만났다.

✚ 출범한 지 올해로 2년이 조금 넘었다. 운영 상황은 어떤가.
“2013년 말 기준 315명(일반 조합원)이던 토닥 조합원은 5월말 현재 42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총 누적출자금은 4082만원에서 6779만원으로, 총 누적대출금은 725만원에서 9315만원으로 증가했다.”

✚ 출자금에 비해 대출금 규모가 너무 큰 것 아닌가.
“지금까지 총 누적상환액이 4308만원이니까 약 73.8%가 대출 상태다. 지난해 말 단체대출로 좀 큰 금액이 대출됐다는 걸 감안해도 높은 수준이긴 하다.”

✚ 위험해 보인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사실 토닥도 그런 이유에서 처음엔 누적출자금의 70% 한도 내에서 대출을 했다. 내부 감사에서도 그런 권고가 나왔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돈을 쌓아둘 목적으로 토닥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 누적출자금 대비 대출 한도를 더 늘렸나.
“그렇다. 지난해 말 정관을 개정해서 90%까지 대출해줄 수 있도록 했다. 일반 대출 한도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렸다.”

✚ 대출자가 돈을 안 갚으면 어떻게 할 건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청년이 발 뻗고 살기 힘든 사회다. 우리라도 그들의 언덕이 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 채무자들이 돈을 잘 갚도록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여전히 전무한가.
“그 부분에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누군가 배짱을 부린다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어렵게 손 내민 청년들을 믿는 수밖에 없다. 다만 재무상담사를 통한 상담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 2년 전 조금득 이사장도 이 물음에 똑같은 말을 했다. 성과는 있나.
“굳이 사례를 들자면 이자수익을 꼽을 수 있다. 토닥은 지난해 초부터 이자율을 아예 없앴다. 대출 형태에 따라 연 1~2%의 이자율을 부과하던 걸 채무자가 이자율을 책정하는 ‘자율이자’ 방식을 도입한 거다. 특별한 경우(조합원협동응원대출과 단체조합원 대출은 연 5% 이하)를 제외하고는 ‘자율이자’를 적용한다. 그런데 지난해 걷힌 이자를 계산해보니 2013년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신뢰에 바탕을 둔 토닥의 철학이 청년들에게 통한 걸로 이해할 수 있지 않겠나.”

‘자율이자’ 제도 성공적 출발
 
실제로 2013년 대출원금 대비 0.97%에 불과하던 토닥의 이자수익은 지난해 1.18%를 기록했다. 어려울 때 도와줬던 감사의 표시로 이자를 많이 내는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실제로 100만원을 빌려갔다가 3개월 만에 상환하면서 10만원의 이자를 낸 사람도 있다. 원래는 연 2% 이자율을 적용했을 때 5000원의 이자만 내면 되지만 20배를 낸 셈이다. 토닥이 운영되는 내부 상황을 모르면 고리대로 오해를 받을 만한 수준이다. 심지어 30만원을 빌렸다가 5만원의 이자를 낸 사람도 상당하다.

✚ 현재 상환율은 얼마나 되나.
“5월말 기준으로 현재까지 88%의 상환율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상환율이 약 70%였던 걸 감안하면 상환율도 오히려 개선됐다.”

✚ 시중은행권 신용대출 상환율이 대략 99.1%, 미소금융 신용대출 상환율도 91.1% 정도다. 상환율이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채무자의 월 수입에 기반한다. 담보가 없다고는 하지만 연체가 발생하면 차압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전제 하에 발생하는 상환율과 순수한 신용에 기반한 토닥 대출의 상환율을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 또 지금까지 토닥 대출을 이용한 사람이 총 153명인데, 그중 76명은 상환을 완료(5월말 기준)했고, 67명은 연체 없이 상환 중이다. 연체자는 10명에 불과하다. 전체로 따지면 6.5% 수준이다. 더구나 돈을 갚지 않으려는 악성 채무가 아니라 부득이한 사정에 의한 연체다. 그런 면에서 88%의 상환율은 의미가 있다.”

✚ 주로 어떤 용도로 대출을 많이 받나.
“제대로 된 직장을 갖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거나 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부득이하게 그만둔 이들이 많다. 그러면 월세 거주자가 많은 탓에 당장 생활이 힘들어진다. 때문에 당연히 생활비와 주거비가 가장 많다. 최근엔 여행을 목적으로 모자란 경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 출자금의 90%까지 대출사업에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운영비 충당에는 문제가 없나.
“사실 모자란다. 수익모델이 없다는 건 여전히 토닥의 가장 큰 숙제다. 상근 업무를 보는 사람이 나를 포함해 단 둘뿐인데, 최저임금에 맞춘 인건비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하다. 그래서 최근엔 일일주점을 운영해 운영비를 후원받기도 했다.”

 
순수한 신용대출과 자율이자의 도입을 밀어붙이는 토닥의 유일한 애로사항은 운영비다. 때문에 운영진의 희생이 없으면 토닥은 굴러가는 것조차 어렵다. 중요한 건 이런 사정을 조합원들도 잘 알고 있고, 조합원들 역시 토닥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는 점이다. 이를 증명하는 애피소드가 있다. 조금득 전 이사장은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않는 급여(월 50만원)를 받았다. 그러자 조합원들은 ‘임금체불’이라며 그동안 지급하지 못했던 ‘체불임금’을 모아서 조 전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약 560만원이었다.

신뢰로 쌓은 금융, 무너지지 않아

하지만 조 전 이사장은 이 돈을 고스란히 토닥 후원금으로 다시 냈다. 토닥의 대출이 파격적이면서도 위험한 대출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꽤 높은 상환율을 기록하고 있고, 자율이자 방식에도 이자수익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다. 김진회 이사장은 “토닥 같은 시민단체가 할 일이 없어지는 사회가 가장 좋은 사회”라며 “그런 때가 오기 전까지 노동정책이나 금융정책 등에서 소외된 청년들을 위해 청년연대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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