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

▲ 황창규 KT회장은 5G에 미래 먹거리가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뉴시스]
빛의 속도로 돌아가는 세상.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무조건 빨라야 살 수 있는 세상일지 모른다. 속도가 빠르다는 건 그만큼 많은 시간이 생긴다는 의미다. KT는 빠른 통신 속도를 구현해 고객에게 더 많은 시간을 돌려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황창규 KT 회장이 5G를 유독 강조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늘어난다’는 ‘황黃의 법칙’. 이 법칙을 만들었던 황창규 회장이 지난해 KT의 새로운 수장에 등극하면서 통신업계에도 ‘황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매년 2배씩 통신속도가 빨라진다.” 통신판 ‘황의 법칙’이 눈앞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황 회장이 취임하고 1년 뒤 KT는 기존보다 4배나 빠른 ‘광대역 LTE-A X4’를 내놨다. 흔히 3밴드 LTE라 불린다. 갤럭시노트4에 처음 적용됐는데, 통신 속도는 이전보다 2배수가 빨라졌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 6월 기존 LTE보다 15배 빠르고, ‘쿼드안테나기술(3CA)’ 기술이 적용됐을 때보다도 4배 빠른 기가 LTE(최대 1.17Gbps 속도)가 출현했다. 기가 LTE는 5G 핵심기술로 평가되는 이종망 융합기술이다. KT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LTE-WiFi 융합기술에서 진화된 개념이다. 지난해 9월부터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공동개발을 진행한 끝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KT는 “기가 LTE 사용화는 UHD 영화 1편(약 18GB)을 약 126초 만에, 초고음질 무손실(FLAC) 음원 100곡(약 3GB)도 약 21초 만에 내려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강조한다. 표준화 단계에 머물러 있던 이종망 묶음 기술을 발전시켜 모바일 환경에서도 기가급 속도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황 회장이 5G 실현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5G가 새로운 ‘황의 법칙’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5G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지만 5G라는 이슈를 황 회장이 한발 앞서 선점한 건 사실”이라며 “사람들이 황 회장을 ‘5G 전도사’ ‘5G 혁명가’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황창규=5G’ 등식이 성립하게 된 계기는 지난 3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5’이다. MWC 2015에서 황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5G가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역설했다.

“5G는 최고의 성능과 비용 효율성을 지닌 궁극의 네트워크다. 새로운 5G 네트워크는 미래 혁신의 토대가 될 것이다. 5G시대는 10억대의 자동차가 연결되고 이로 인해 네트워크의 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속도와 용량과 연결성 또한 증가시켜야 한다.” 이 기조연설 이후에도 황 회장은 5G 실현을 위해 올인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지난 5월 28~29일 노키와와 에릭슨을 각각 방문해 양사 경영진과 미팅을 가진 자리에서 5G 시범계획을 비롯, 핵심기술 개발, 표준화 협력 추진경과 등을 논의했다. 양사와 협력도 약속했는데, 그 중심에 5G가 있었다.

 노키아와는 5G 구축을 앞당기는 기술, 에릭슨과는 5G 기지국 사이의 동시전송 기술을 함께 끌어올리기로 했다. 5G 구축을 위한 로드맵 구상도 마쳤다. 7월 중에 서울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 5G 테스트베드(test bed)를 세우고 첫 발을 내딛는데, 내년에는 1차 테스트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엔 2차 테스트를 완료하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5G 시범망을 운용하며, 2020년엔 이를 상용화하겠다는 게 황 회장의 목표다.  이만하면 5G에 임기 전체를 건 모습이다. 경영 전략도 기존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 황창규 회장이 5월 29일 스톡홀름 에릭슨 본사를 방문해 5G 시연을 참관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탈脫통신’을 부르짖었던 전임 회장들과는 달리 ‘통신 집중’을 강조하고 있다. KT가 지난 5월 이통사 중 가장 먼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고, 6월 16일 기가LTE 상용화에 성공한 건 ‘통신 집중 전략’의 결과물이다. 이런 황 회장의 통신 집중 전략 역시 5G와 궤를 함께한다. 황 회장은 지난 5월 21일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청사진으로 ‘기가토피아’를 제시했다. ‘기가토피아’는 인간과 사물이 기가인프라로 연결돼 사물인터넷(IoT)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세상을 의미한다.
 
황 회장이 5G의 기술력 향상에 혼신의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G의 목적이 IoT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라서다. 삼성전자의 스타 CEO 시절 황 회장은 메모리 기술을 발전시켜 ‘모바일 혁명’에 불씨를 댕겼다. 공교롭게도 그는 지금 모바일이 중심이 된 통신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기술을 담는 기술이 ‘메모리’에서 ‘통신’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통신판 황의 법칙 ‘5G’는 과연 IoT 혁명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까. 황 회장은 5G라는 화두를 던졌고,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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