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두배 청년통장’ 흥행 실패 이유

▲ 서울시가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을 실시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사진=뉴시스]
서울시가 비정규직, 주거비 부담, 학자금 대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을 위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저축한 금액만큼 근로장려금을 지원해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는다는 ‘희망두배 청년통장’ 정책이다. 사업 발표 후 큰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청년층의 참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 1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약집을 발표했다. 60대 주요공약 중 40번째 항목이 눈에 띄었다. 저소득 청년층 자립기반 지원을 위해 ‘희망두배 청년통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이었다. 청년층이 일정기간 저축을 하면 금액의 두배를 돌려주겠다는 것. ‘열정페이’ ‘워킹푸어’ 등 일을 해도 가난한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정책이다.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만 18세~만 34세의 청년층으로 소득인정액이 최저 생계비 200% 이하인 근로자와 기초수급대상자다. 이들이 청년 통장에 가입해 매월 일정액을 저축하면 저축액의 100%(비수급자에게는 50%)의 근로장려금을 지원한다. 저축에 따르는 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비수급자인 저소득 근로청년이 매달 10만원을 3년간 저축하면, 3년 후 원금 360만원에 근로장려금(원금의 50%)인 180만원과 이자를 합한 54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기초수급대상자는 5만원과 10만원, 비수급자는 15만원까지 저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초수급대상자는 3년만에 최대 720만원, 비수급자는 810만원이 넘는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셈이다. 이자는 2년 만기 2.8%, 3년 만기 3.0%로 결정됐다.

저소득 청년층을 위한 정책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근로장려금은 서울시와 민간후원 자금으로 마련했다. 이중 서울시가 60%를 부담하고 민간 후원으로 40%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올해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에 3억1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나머지 2억원의 재원은 민간 후원금을 통해 마련했다. 서울시의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 소식이 알려지자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청년을 대상으로 큰 혜택을 주는 사업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선심성 사업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2018년까지 진행되는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에 사용될 예산은 총 48억4000만원이다. 구직이 가능한 청년층에게 수십억원의 서울시민 혈세를 주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서울시의 복지예산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의 올해 복지 예산은 7조8349억원으로 지난해 6조8425억원보다 9924억원(14.5%)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에서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1.8%에서 34.3%로 커졌다.

또한 장애인ㆍ다문화가정ㆍ한부모가정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제쳐두고 청년층을 돕는 것이 맞느냐는 형평성 논란도 있었다. 게다가 박원순 시장이 대출 출마를 노리고 청년층의 표심을 잡으려 한다는 의혹도 있었다. 희망두배 청년통장을 포함해 ‘청년층 대중교통비 10% 할인’ ‘공익 장학금 확대’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채무 조정 이자 지원’ 등 이른바 ‘원순 씨의 6대 청년 정책’을 발표하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논란과 이슈를 등에 업은 ‘희망두배 청년통장’의 흥행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큰 혜택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특수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모집가구를 모두 채우지 못했다. 6월 5일까지 진행한 모집에서 ‘희망두배 청년통장’을 신청한 청년은 998명을 기록했다. 당초 3대1의 경쟁률을 예상했던 것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 결과다. 게다가 추가 모집까지 진행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4월 30일부터 5월 20일까지 진행한 모집공고에서는 불과 686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다. 이후 6월 5일까지 보름간 추가로 진행한 추가 모집기간을 통해 312명이 추가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 사업을 진행할 때 선심성 논란까지 일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모집인원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집인원이 모두 ‘두배통장’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곧 진행될 2차 면접심사 등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800~900명이 ‘두배통장’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슈에 비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비슷한 서민정책프로그램이 많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미 ‘서울희망플러스통장’과 ‘꿈나래통장’이라는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서울희망플러스통장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라는 점만 제외하면, 금융교육ㆍ재무컨설팅ㆍ참가자모임 등을 제공하는 것까지 닮아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책인 희망키움통장ㆍ내일키움 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근로장려금의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청년층이 가입하기에는 통장의 가입 기간이 길다. ‘희망두배청년통장’의 근로장려금은 ‘학자금 대출 상환’ ‘교육비’ ‘결혼자금’ ‘주택구입ㆍ임대보증금’ ‘창업ㆍ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해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적금기간이 2~3년으로 이직이 잦고 취업상태가 열악한 청년층에게는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높은 이직률 때문에 첫 직장 근무기간이 3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게다가 최근 젊은층은 거의 저축 만기를 경험하지 못해 더 길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 실상 반영돼 있지 않아

가장 큰 원인은 기준이 엄격하다는 것이다. ‘희망두배 청년통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공고일 기준 최근 1년간 6개월 이상 근로하고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어야 한다. 또한 신용불량자와 전세자금 대출과 학자금 대출을 제외한 가구부채가 5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돼 참여할 수 없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참여 대상이 만 18~만34세의 청년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입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기존에 시행 중인 비슷한 사업에 청년층이라는 특정계층을 더한 것에 불과해, 신청 자격에 청년층의 특성이 반영됐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저생계비 70% 이상과 재직기간 6개월이라는 조건이 통장가입의 문턱을 높인 꼴이 됐다”며 “최저생계비 기준은 50%로 완화하고 재직기간도 3~4개월로 낮추는 보안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요즘은 청년층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것도 어렵고 3개월 이상 일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 계획을 수립할 때는 올해 부족한 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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