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수의 오해와 진실

탄산수 열풍이 불고 있다. 탄산수 매출의 가파른 성장세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생수 시장에서 탄산수의 비중이 어느덧 7%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탄산수가 이렇게 고속성장하는 이유는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 덕분이다.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풍문도 나돈다. 사실일까. 탄산수의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

▲ 탄산수 인기가 탄산음료 사이다를 앞질렀다. [사진=뉴시스]
탄산수가 톡 쏘듯 뛰어오르고 있다. 탄산수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거다. 지난해 국내 탄산수 시장은 생수 시장(6000억여원)의 약 7% 규모인 400억원대까지 성장했다. 2013년보다 134.6%나 커졌다. 올해 시장 규모는 8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닐슨코리아 자료).

대형마트의 탄산수 실적도 눈에 띄게 성장 중이다. 이마트의 탄산수 매출은 2013~ 2014년 1년 사이에 25.4%나 성장했다. 전체 생수 매출에서 탄산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5.4%에서 올해 1분기 11%로 5.6%포인트 늘었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탄산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배 성장했다.

각 제품의 성장세는 더 도드라진다. 지난해 국내 탄산수 중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롯데칠성의 ‘트레비’는 성장을 거듭했다. 롯데칠성의 올 1분기 탄산수 매출액은 70억원가량으로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탄산수가 여름에 특히 잘 팔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

하이트진로의 ‘디아망’도 지난해 100만병 이상 판매돼 전년 대비 100%에 달하는 판매증가율을 찍었다. 이마트가 지난해 6월 출시한 ‘피코크 스파클링 워터’는 한달 만에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한 데 이어 1년간 138만개의 누적판매량을 기록했다. 최근 식음료 업체들이 속속 ‘탄산수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음료 업체 ‘탄산수’에 빠져 빠져

▲ 탄산수 인기에 가정용 탄산수 제조기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원F&B는 지난 6월 탄산수와 차茶를 결합한 ‘보성녹차 스파클링’을 내놨다. 보성녹차 농축액에 탄산을 담은 신개념 음료다. 웅진식품은 지난 4월 탄산수 ‘빅토리아’를 출시했다. 라임과 레몬 총 2종으로 구성된 ‘빅토리아’는 세계 3대 폭포로 손꼽히는 빅토리아 폭포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같은달 CJ제일제당은 ‘이너비워터 스파클링’을 선보였다. 피쉬콜라겐 100㎎을 함유해 피부 관리에 도움을 주며 그린애플맛으로 상큼함을 자랑한다. 지난 3월에는 남양유업이 프리미엄 탄산수 ‘프라우’로 탄산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자연유산 ‘융프라우’에서 이름을 딴 이 제품은 레몬맛·라임맛 2종류다. 탄산수 시장에 이미 뛰어든 업체들도 ‘변신’을 모색 중이다.

글로벌 브랜드 ‘페리에’는 지난 4월 신제품 자몽맛을 출시했다. 국내 탄산수 시장의 급성장을 입증하듯 140여개 수출국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지난 4월 신제품 2종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한 ‘초정탄산수’는 이번엔 협업 마케팅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과일 발효 음용 식초인 ‘쁘띠첼 미초’와 함께 섞어 마시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등 적극 홍보에 나섰다.

탄산수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 덕이다. 탄산수에 들어 있는 ‘미네랄 성분’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거다. 탄산수를 마시면 소화가 잘 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사실일까.

 
우선 모든 탄산수가 물보다 미네랄 함량이 풍부하다는 건 잘못된 얘기다. 천연 탄산수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일반 물에 비해 많다. 그러나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사먹는 탄산수의 미네랄 함량은 일반물과 비슷하다. 소화가 잘 된다는 것도 풍문에 불과하다. 되레 탄산수를 자주 마시면 위 식도 역류 질환이나 복부 팽만감이 악화될 수도 있다.

탄산수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탄산수의 이산화탄소 가스가 일시적으로 팽창해 포만감을 주니까 식전에 마시면 식사량 조절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물을 먹어도 마찬가지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는 “탄산수 자체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피로물질(유산)을 탄산수에 포함된 중탄산이온이 중화해 ‘피로감이 개선된다’는 주장도 과장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는 “탄산수에 당이 가미됐다면 그 포도당에 의해 피로가 풀릴 수 있지만 탄산수 자체가 피로를 풀어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탄산수는 ‘물+이산화탄소’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그저 청량감을 충족하는 기분전환용 음료라 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콜라를 마시고 싶은데 건강이 염려될 때 열량이 없는 탄산수로 그 청량감을 대신할 수 있다. 하지만 탄산수를 마신다고 건강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관련 근거도 없다. 탄산수, 기호에 따라 마실 순 있지만 그 효능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박소현 더스쿠프 기자 psh056@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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