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Il corsaro(해적)

▲ 오페라 속 해적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해적과는 다르다.[사진=뉴시스]
Il corsaro(해적) 하면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애꾸눈과 해적선이 떠오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들이 무법자였던 것만은 아니다. 빈곤탈출을 위해 해적이 됐지만 이들은 계약 관계를 통해 보스(영주나 왕)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대신 신분상승의 기회를 얻는다. 동시에 해적행위는 합법화된다. 약탈자로서의 해적(the pirate)에서 해적(Corsair)으로 신분이 상승되는 셈이다.  이들은 배틀맨(Battle Man)이라는 호칭과 함께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깃발(Banner, ensigne)을 달고 무역선과 적군의 배를 공식적으로 납치할 수도 있었다.

때론 사람을 죽이는 특권까지 누린다. 이런 특권을 가진 해적들은 해적권리증까지 소유한 배를 타고 다니며 해적 행위를 한다.  작곡가 베르디(Verdi)는 1814년 영국의 바이런경(Byron)이 쓴 서사시 「The corsair(해적)」에 가사를 붙여 오페라로 만들었다. 「The corsair」은 3개 파트의 반자전적 스토리가 반영된 시로 국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다가 출판돼 대성공을 거뒀다. 이 시는 주인공이 사람에게 배신당한 후 속세를 등지고 ‘해적의 수령’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 작곡가 헥토르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는 같은 제목으로 오페라를 작곡했고 아돌프 아담(Adolphe-Charles Adam)도 같은 제목의 발레작품을 작곡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베르디는 한동안 오페라의 주제를 그리스의 해적 코라도(Corrado)와 가리발디(Garibaldi)로 정할까 망설였다. 가리발디는 이탈리아 통일에 헌신한 장군이자 정치가다. 베르디는 처음엔 코라도를 가리발디 장군처럼 묘사하려고 생각했다.

그는 터키와 그리스의 해적간의 전쟁을 주제로 애국심(Patriotism)을 고취할까 고민하다 대본을 다시 읽고 난 뒤 생각을 바꾼다. 이 작품은 파리에 머무를 당시 시간에 쫓겨 급하게 작곡됐다. 메도라(Medora)가 애인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아리아는 너무 유명해 이 오페라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줄거리 = 그리스의 해적 코라도는 파샤(Pasciaㆍ이집트 및 터키의 총독)인 사이드(Said)가 통치하는 터키로 몰래 숨어 들어오는 데 성공한다. 변장한 코라도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코라도가 공격명령을 내리기 전 그의 부하들이 먼저 공격을 시작하는 바람에 신분이 탄로 난다.  그런데 부상을 당한 채 체포당한 코라도에게 사랑을 느낀 사이드의 첩인 굴나라(Gul nara)가 그를 구해준다.

하지만 코라도는 굴나라의 구애를 뒤로하고 탈출해 우연히 한 섬에 상륙해 평생 사랑을 약속했던 메도라(Me dora)를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약혼자인 코라도가 죽었다는 잘못된 소식을 듣고 고통스러워하며 죽어간다. 이런 그녀를 발견한 절망한 코라도는 바다에 몸을 던지고 파도와 함께 사라진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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