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어반비즈 대표

목적이 분명하면 길이 생기게 마련이다. 도시양봉사업가 박진(34) 어반비즈 대표의 발걸음이 그렇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었던 그는 ‘도시양봉’ 사업을 시작했고, 이를 통해 ‘공익이 가득한 꿀길’을 개척하고 있다. 박 대표는 “꿀벌을 통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박진 어반비즈 대표는 “꿀벌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태양(목적)을 쫓다보니 자연스레 그림자(돈)가 따라오더라구요.” 서울 명동 유네스코 회관 옥상에는 커다란 꿀벌통이 있다. 이곳에는 수만마리의 벌이 산다. 서울에서도 가장 비싼 땅,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이는 명동 한복판의 옥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꿀벌들 키우는 이는 도시 양봉가 박진(34) 어반비즈 대표다. 박 대표는 대학 시절 사회공헌경영활동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사회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대학 졸업 후 공공기관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그는 재래시장 활성화, 농산물 유통 등을 담당했다.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 들어갔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평소 농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도시양봉’이 주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꿀벌이 살려면 주변에 꽃이나 나무 등이 제대로 조성돼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꿀벌은 주변 환경의 좋고 나쁨의 척도가 됩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민간이 주도해 도시양봉을 하는 사례가 희박하다는 점을 알아낸 그는 2013년 어반비즈를 창업하고 양봉사업에 뛰어들었다.

그해 3월 첫 벌통을 설치했고, 현재 서울 12곳을 비롯해 수원ㆍ인천ㆍ일산 등 16곳에 120개 벌통을 두고 도시양봉을 하고 있다. 모두 옥상공간을 활용했다. “건물주들에게는 비어 있는 옥상을 활용해 도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취지를 강조합니다. 생산된 꿀의 일정량은 임대료 대신 나눠주기도 하구요.” 주변에선 그를 두고 봉이 김선달 같다고 하는 동시에 “어떻게 먹고 사냐”고 묻는다. “많지는 않아도 직장생활 할 때보다 잘 법니다. 목적을 쫓으니 수익이 따라오더라고요.”

똑똑한 벌통으로 세상 바꾼다

박 대표는 도시양봉을 배우고 싶은 이들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한다. 벌써 400명 넘게 이 교육을 들었다. ‘도시양봉’을 ‘기업’과 연결시키는 B2B(기업간 거래) 사업도 한다. CJ대한통운ㆍ버츠비ㆍ슈퍼잼 등의 기업이 어반비즈와 손을 잡고 ‘도시양봉’과 관련 사회공헌활동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클라란스도 최근 어반비즈와 함께 명동 유네스코 회관 옥상에 꿀벌을 위한 생태정원을 꾸미고 도시양봉 활동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이런 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 중 일부를 도시에 가로수를 심고 빌딩 옥상에 텃발을 가꾸는 데 사용한다.

 
박 대표는 조만간 서울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스마트하이브를 설치할 계획이다. “스마트하이브는 벌통과 IT를 접목한 이른바 똑똑한 벌통이라고 보면 됩니다. 벌통을 통해 대기환경이나 온도ㆍ습도ㆍ중금속 등을 측정해 주변 환경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연결해 관련 정보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산학연 협력을 통해 개발 중입니다.”

스마트하이브를 통해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지자체가 나무와 꽃을 심어야 하는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이보다 좋은 ‘사회공헌활동’은 찾기 어렵다. 그의 도시양봉사업이 주목을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토종벌을 통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싶습니다. 꿀벌이 남긴 부산물로 뭔가를 하는 회사가 아니라 벌을 둘러싼 우리가 사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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