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➋ 우석훈 「88만원 세대」 저자(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1편

▲ 우석훈「88만원 세대」저자(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사진=지정훈 기자]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래상을 그려볼 수 없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가 ‘국제시장 세대’인 부모보다 더 힘들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으로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삶은 그것대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Q 멘티가 멘토에게
우리 세대는 꿈을 좇으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국제시장 세대’보다는 덜하겠지만 현실은 의식주를 해결하기도 버겁죠. 오죽하면 7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 마련, 희망, 꿈 등 7가지 포기) 세대일까요? 꿈과 이런 현실 간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살아가면서 무엇을 추구해야 하나요?

A 멘토가 멘티에게
‘7포 세대’는 과학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지금 대학생이 취업해 자기 소득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건 확률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가 지금 대학생이라면 열심히 일해도 저의 지금 위치에 이르지 못할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그러나 포기하지 말아요. 하나의 세대라는 집단의 차원에서 객관적으로는 포기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그래서 포기해 버리면 미래가 없잖아요. 예를 들어 결혼을 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결혼을 통해 총체적으로 배우고 얻는 것도 많습니다. 장차 여러분이 성공할 확률은 낮지만 포기하는 사람은 낮은 확률로도 성공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세대 전체를 향해 할 이야기는 아닙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속삭이는 거죠. 포기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삶은 그것대로 존중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이 사회의 리더가 되겠다면 결혼하는 편이 낫습니다. 결혼은 인간이 쌓아야 할 종합적인 지식의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아, 리더가 되고 싶다면 대화와 공감의 능력을 키우세요.

과거엔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따졌고 사리에 맞는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아무래도 공감 능력이 부족했고, 지금 기준으로는 대부분 ‘또라이’예요. 지금은 정답 찾기보다도 대화를 통해 공감을 끌어내는 과정에 강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세상입니다. 대박을 좇기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십시오. 대박을 노려 봤자 어차피 잘 안 될 거예요. 제가 경제학자인데 경제는 확률입니다. 이 시대에 대박을 내는 건 확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해 보고 싶은 일, 기왕이면 보람도 있는 일을 찾아 보십시오.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머릿속에서 지우세요. 아, 성실하게 사는 건 중요합니다. 기왕 태어났으니 자기 삶에 충실해야죠. 사실 꿈이 없어도 살아가는 데는 문제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이렇다 할 꿈을 가져 본 적이 없습니다. 실은 여러분 나이에 돼 보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어요. 과거엔 국제시장뿐만 아니라 시장통 생선장수가 생선 다듬어 팔아 자식들 대학에 보냈습니다.

생애 소득 즉 평생 얼마나 버느냐를 떠나 직업적 안정성 어떤 면에서는 인생의 안정성을 놓고 보면 ‘국제시장 세대’보다 여러분 세대가 취약한 게 사실입니다. 지금은 어떤 20대도 60대가 됐을 때의 자기 모습을 그려볼 수가 없습니다. 과거엔 그렇지 않았어요. 시장통 생선장수는 30~40년 후에도 시장에서 생선을 다듬었죠. 본인만 성실하면 적어도 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현대그룹에 취직했을 때 일입니다. 두 사람의 신원보증이 필요했습니다. 신원보증인으로 한 명은 아버지, 다른 한 명은 동네 시장의 생선가게 할머니를 세웠어요. 이분, 집도 있고 신원보증인으로서 손색이 없었어요. 젊은 날부터 생선가게 해 자식들 다 대학에 보내신 분입니다. 지금은 치킨집을 차리면 30년 후 70%가 망합니다. 이렇게 볼 때 여러분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힘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8년 전 「88만원 세대」를 썼을 땐 20대에게 부모에게서 독립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시 집으로 들어가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생각할 때 자기 집이 버틸 만한 집이라면 부모와 다투지 말고 버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캥거루족이 돼선 안 되겠지만, 준비가 되기까지는 집에서 나오지 말고 버텨야 합니다. 주거비·간접비를 절약하고 돈은 꼭 필요한 데나 아니면 실력을 키우는 데 써야죠. 어떻게 보면 약은 해법이랄까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좋아하는데 남들은 안 하는 것, 그런 일을 해 보세요. 힘든 길이라 남들은 안 가는데 공교롭게 나는 그 길을 가고 싶다면 딱이죠. 그런 일의 특성은 보장이 없고 사회적으로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하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수요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영화 쪽에서 예를 들면 연기, 연출 말고 영화 기획이 그런 일이죠. 젊은 사람들도 안 하려 들고 몇 년 동안은 돈도 제대로 못 받아요.

 
그런데 이 춥고 배고픈 시절을 잘 견디면 아마 인력 수요가 생길 겁니다. 그 기간 동안은 열정 페이를 받는 거예요. 열정 페이에 대해서는 열정 폐인 만든다는 비판이 따릅니다만.  어느 분야든 비어 있는 쪽을 조사해 보고 그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세요. 보장은 없지만 그 길 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스위스, 일본 같은 선진국은 인력이 부족한 분야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몇 군데로 사람이 몰립니다. 만화를 예로 들면, 웹툰이 뜬다 싶으면 만화가 지망생이 다 웹툰으로 몰려가는 식이죠.

자명한 이야기지만 이 사람들이 모두 웹툰으로 먹고살 수는 없어요. 우리나라는 선진화된 사회가 아니라 전 분야에 인력이 골고루 퍼져 있지 않습니다. 일례로 특수한 분야를 전공한 박사를 채용하려면 뽑고 싶어도 전공한 사람이 없습니다.  자신의 직업 선호에 대해서도 한번 회의를 해 보세요. 진정 내가 원하는 건지 아니면 이 사회가 원하는 것을 내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건 아닌지 성찰해 보세요.

여러분. 단도직입적으로 정말 삼성전자에 들어가고 싶습니까? 최고의 직장인데 들어가고 싶겠죠. 그러나 어쩌면 삼성전자 입사를 내면에서 진심으로 원하는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은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일하는 다수의 사람이 즐거움도 희망도 못 느낍니다.  직업 이야기를 떠나서는 외국 여행을 많이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보다 한 도시에서 한 달가량 머물러 보세요. 돈이 없으면 경험치를 쌓아야 합니다. 지금 청년들은 돈도 없지만 경험치가 너무 적습니다. 1990년대 젊은이들은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경험의 힘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는지도 몰라요. 대박도, 꿈도 부질없다고 하면 사실 슬프죠. 그게 현실인데 어쩝니까?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재미있는 일을 자꾸 만들어 여러분의 인생을 채우는 수밖에.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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