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ad | 비상과 추락

일본과 한국 롯데를 마침내 신동빈 회장이 모두 장악했다. 사실상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는 의미다. 불과 4년전만 해도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원톱체제를 갖춘 신 회장의 비상이 기대된다. 반면 정부기관장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무리하게 부실 인수를 추진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재판에 넘어갔다. 손해 피해액은 무려 5500억원이다.

▲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뉴시스]
Good | 신동빈 롯데 회장
한·일 원톱시대 ‘개막’

신동빈 롯데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장악하며 원톱 시대를 열었다. 롯데그룹은 지난 16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15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참석한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신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신 회장이 롯데의 원톱으로 나선 것에 대해 많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그의 경영 능력이 뒷받침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을 맡기 시작한 이후 한국롯데가 일본롯데보다 20배 이상 외형을 확장하면서 결국 두 형제의 운명은 엇갈렸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일본롯데 계열사 세 곳에서 해임안이 전격 결정됐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일본롯데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홀딩스에서도 해임돼 일본롯데의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후 신 회장은 지난 3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호텔롯데의 등기이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고 7개월 만에 한국과 일본을 장악했다.  신 회장은 아버지 신격호 회장이 했던 그대로 ‘현장 경영 정신’을 자신의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현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젊은 시절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에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이 지난 2004년 롯데 정책본부장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나설 당시 23조원이였던 매출은 현재 83조원으로 커진 상태다. 

신 회장은 과감한 투자 확대로 경기 불황을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 러시아 모스크바 복합쇼핑몰 ‘아트리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복합쇼핑몰 ‘스나얀시티’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  또한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과 유선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합한 ‘옴니채널’ 구축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사진=뉴시스]
BAD |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검증 안 했다가 ‘낭패’

캐나다 정유업체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 부실 인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해외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에너지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날 오후 강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함께 사들여 석유공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석유공사는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날을 시장 가격보다 5500억원 높은 1조3700억원에 사들였다. 석유공사는 5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셈이다. 조사 결과,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에 1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줬다는 석유공사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 석유공사는 정부가 100% 출자한 공기업으로, 하베스트가 이 돈을 갚지 않으면 그 부담을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당시 이명박 정부의 평가 지표였던 ‘자주개발률’을 높이고 정부기관장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무리한 부실 인수를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강 전 사장은 2008년 정부기관장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지만 하베스트를 인수한 2009년 A등급으로 뛰어올랐다.

검찰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을 상대로 서면·소환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하베스트 부실 인수에 대한 최종 책임은 강 전 사장에게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강 전 사장은 6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서도 ‘최 경제부총리에게 하베스트 인수 내용을 보고했지만 최종 결정은 강 전 사장이 직접 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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