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동부 구조조정 괜찮나

▲ 동부그룹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책임이 산업은행에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산업은행이 기업 관리 능력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동부그룹을 주도적으로 구조조정한 결과가 주요 계열사의 잇따른 ‘법정관리’라서다. 간신히 매각한 계열사마저도 헐값에 팔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산업은행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사는 동부대우전자만 남았다.

지난 6월 29일, 동부제철은 공시를 통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 중’이라고 알렸다. 업계는 늦어도 7월이면 워크아웃이 진행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7월 초 동부제철의 워크아웃 검토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재계 관계자들은 워크아웃이 중단된 이유를 채권단 소속 은행 간의 대립을 꼽았다.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 주도로 추진된 워크아웃에 일부 채권은행이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게 원인이라는 거다. 자율협약체제가 잘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워크아웃 이후 이뤄질 출자전환, 충당금 적립의 부담을 안고 갈 필요를 못 느껴서다.

이렇듯 동부제철의 최대주주이자 산업은행은 자꾸 길을 잃고 있다. 구조조정의 목적은 기업 정상화다. 하지만 동부제철은 동부그룹에서 나온 이후로도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산업은행의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기업 회생’과는 거리가 멀어서다. 동부그룹이 산업은행에 선제적 구조조정을 요청한 것은 2013년 11월 18일.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 주력계열사인 동부제철, 동부건설이 흔들리며 위기를 맞은 여파다.

당시 동부그룹은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의 자산 매각이 핵심 골자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부그룹과 산업은행의 만남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산업은행이 추진했던 패키지 딜(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파는 것)이 무산되면서 자구안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패키지 딜에 실패한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무상감자 실시를 요구하며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의 경영권을 가져갔다.

이후 동부제철은 채권단 협의 끝에 자율협약 체제로 들어갔다. 동부제철과 패키지로 묶여 있던 동부발전당진은 2010억원을 받고 SK가스에 팔렸다. 동부특수강은 2940억원에 현대제철로 넘어갔다.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은 KTB PE에 3100억원에 팔렸고, 동부택배는 KG이니시스에 팔렸다. 그룹의 모태인 동부건설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매각을 준비 중이다.

동부메탈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자구계획안에 없던 동부팜한농까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업체 ‘동부하이텍’은 1년 넘게 매각이 표류 중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내려놓기로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서 빼달라는 계열분리 신청을 마쳤다. 금융계열사를 제외하면 이제 동부그룹에 남은 회사는 동부대우전자뿐이다.

김상겸 단국대(경제학) 교수는 “당초에 산업은행이 그렸던 구조조정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며 “적어도 드러난 상황만을 놓고 평가하자면 스스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민영금융회사의 행태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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