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웃는 음식료기업

▲ 최근 방송계에선 ‘먹방’에 이어 ‘쿡방’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사진=‘집밥 백선생’ 페이스북]
방송계에 ‘쿡방(요리를 소개하고 대결을 펼치는 방송)’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요리를 따라하면서 저렴하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집밥’ 요리도 유행이다. 경기 불황에도 음식료 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를 살펴봤다. 아울러 음식 열풍이 불었던 1990~2003년 일본의 사례도 조명했다.

‘수요미식회’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삼시세끼’.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요리가 대세다. 이전에도 ‘찾아라 맛있는TV’ ‘식신로드’ ‘아프리카TV’ 등에서 음식을 소개하고 맛있게 먹는 방송, 일명 ‘먹방(음식 먹는 방송)’이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이제는 먹방에 이은 ‘쿡방(COOK+방송)’ 열풍이 불고 있다. 쿡방의 인기와 함께 집안 냉장고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집밥’ 요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요리를 따라 하기 시작해서다. 이제 ‘COOK’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이 쿡방에 나오는 ‘집밥’ 요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1인 가족화와 심리적 공허함, 그리고 경기 불황이다. 먹방이 인기를 얻을 무렵 학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결론은 스트레스 해소였다. 사람들이 현대사회의 스트레스와 핵가족화에 의한 심리적인 공허함을 원초적 욕구인 ‘먹는 것’으로 해소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경기 둔화가 가세했다. 그동안 맛집 투어로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거나 먹방을 보며 심리적인 공허함을 채웠다면, 이젠 얇아진 지갑까지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소득(가처분소득)이 계속 감소함에 따라 적은 예산으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았다. 과거 일본의 불황기에도 유사한 패턴이 보였다. 1983년 나온 만화 ‘맛의 달인’이 식도락 광풍(구르메 붐)을 일으켰다. 1993년엔 ‘요리의 철인’이 대결을 통해 요리의 재미를 극대화해 열풍이 불었다. 이에 따라 고급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으로 고급 음식점 중심의 외식 산업이 발달했다. 그리고 셰프는 선망의 대상이 됐다.

이후 일본에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고급 음식보단 ‘B급 구르메’가 인기를 누리게 된 거다. B급 구르메란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라면·오코노미야키·우동·야키소바·카레라이스·덮밥 등이 B급 구르메에 해당된다. 이런 음식에 대한 태도 변화는 식품 기업의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경기 침체기인 1990~2003년 식재료 기업인 ‘하우스 푸드’는 40%, ‘카오(KAO)’는 200%, 프랜차이즈 기업인 ‘오쇼(OHSHO)’는 70%, 편의점 기업 ‘이온(AEON)’은 100%의 상대수익률을 기록했다.

불황기에도 다른 업종과는 달리 식재료 프랜차이즈·편의점 등 관련 기업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대상·풀무원·동원홈푸드·샘표식품 등의 식재료 관련 기업의 매출은 요리 트렌드와 더불어 증가할 것이다. 직접 만들어 먹는 집밥 요리가 인기를 끌수록 음식료 관련 기업의 성장 폭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불황에도 음식료 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 lawrence.kim@nhw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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