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 인 | 암살

▲ 영화 ‘암살’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암살 작전에 투입할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전문가 ‘황덕삼(최덕문)’ 등 세명을 지목한다.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이 이들을 찾아 나선다. 암살단의 타깃은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박병은)’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하지만 누군가의 의뢰를 받은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데….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펼쳐진다.

영화 ‘암살’의 제작은 이름 없는 독립군의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됐다. 이 사진을 본 최동훈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속으로 흔들림 없이 걸어가는 한사람의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최동훈 감독은 1930년대 독립운동사와 역사적 사건에 관해 연구하며 시나리오를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쓸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문학사적으로는 낭만주의가 팽배했고 모더니즘이 꽃을 피운 시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독립을 위한 투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최동훈 감독은 “우리와 다르지 않지만 시대의 비극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위해 다르게 살아야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조국이 사라진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고뇌와 힘든 삶을 관객과 함께 기억하고 싶다”고 전했다.

영화는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上海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중국의 10대 세트장인 상하이 처둔ㆍ성창ㆍ라오싱 세트장에서 촬영하며 시대적 리얼리티를 살렸다. 명치정(명동)에 위치한 ‘미츠코시 백화점’과 경성거리는 ‘처둔’ 세트장에 마련했다. 이를 위해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스태프 300여명, 보조출연자 4000여명이 동원됐다.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지는 미츠코시 백화점은 3층 규모의 건물을 짓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한개층을 더해 당시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경성의 서소문 거리는 경기도 고양시의 오픈세트에 3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완성했다. 한국영화 사상 가장 큰 규모인 1만3500㎡(약 4100평)의 오픈세트에 5개의 거리, 76개의 가채 건물을 재현해 냈다. 또한 ‘구舊 서울역’과 서울 종로의 ‘운현궁’, 광주 ‘오웬기념각’ 등 근현대식 건축물에서 실내 장면을 촬영해 관객이 보지 못했던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임시정부대원으로 활약하며 김구 선생의 신임을 받는 냉철한 요원 염석진 역을 맡은 이정재는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두달간 15㎏을 감량한 것은 물론 촬영 전 48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는 등 피나는 노력으로 영화를 빛냈다. ‘암살’의 주인공인 안옥윤을 연기한 전지현은 독립군 저격수를 연기하기 위해 5㎏에 달하는 총을 든 채로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을 선보였고 저격수 역할의 완성도를 더하기 위해 총을 매일 옆에 끼고 살았다는 후문이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처절하게 투쟁했던 순국선열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영화 ‘암살’을 추천한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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