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인슐린의 분비를 방해하는 다이어트 약은 위험천만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단기간에 살 빠지는 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분들에게 필자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인슐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라고 말이다. 살 빠지는 법을 알면 지방이 폭포처럼 녹아내릴 것으로 기대하는 분들에겐 다소 맥 빠지는 질문일 게다. 하지만 췌장의 β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을 잘 아는 이는 드물다. 심지어 ‘당뇨와 가장 관련이 있는 호르몬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제대로 못하는 이도 수두룩하다. 일반인이 굳이 호르몬 따위를 알아 무엇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슐린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뱃살이 제거되기를 희망하는 건 유치원 졸업장으로 명문대 입학을 꿈꾸는 것과 같다.

인슐린은 당을 세포 속으로 밀어 넣어 에너지로 쓰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과정에서 혈액 속 당 수치가 낮아지는데, 이를 통해 인체는 자동생명 조절장치인 ‘항상성’을 유지하게 된다. 인슐린의 역할은 음식의 양과 질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띤다. 폭식을 한 사람의 혈액 속으로는 당이 봇물처럼 밀려 들어오는데, 이때 인슐린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혈당을 70~110mg/dl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첫째,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게 한다. 둘째, 잉여 당을 간과 근육 속에 글리코겐(저장형 다당류)의 형태로 합성시켜 저장한다. 셋째, 두번의 단계를 거친 후에도 남아도는 에너지를 지방으로 합성한다.

인슐린은 흔히 동화작용을 하는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동화작용이란 간단한 구조를 가진 영양물질에 복잡한 분자가 합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고분자 물질의 분해과정인 이화작용과 반대의 개념으로 필자는 비만을 동화작용과 이화작용의 불균형 결과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체중으로 고생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셋째 단계(지방 합성)까지 도달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양과 질이 적당하다면 지방이 합성되는 동화작용까지 도달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다이어트 제품이 이 부분에 주목해 약 효과를 부풀린다.

‘남아도는 에너지의 체지방 전환을 막아 비만을 해소한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식사 후 우리 몸에 남아도는 고열량의 에너지는 대체 어디로 간다는 것인가. 다이어트 약의 제조사는 “속 시원하게 체외배출을 시킨다”고 설명하지만 우리의 몸이 소중한 에너지를 그냥 버릴 리 만무하다. 인간은 잉여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전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가 체중을 줄이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모든 다이어트 제품의 효과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생리작용 방해를 통해 나타난다. 이에 따라 당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걸 막는다는 의미는 식사 후 높아진 혈당의 조절을 방해한다는 것인데, 이는 ‘항상성 유지’를 훼방 놓는 위험한 행위다. 인슐린은 참으로 소중한 호르몬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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