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전망 | 조선

▲ 한국 조선업이 탱커 중심의 상선 수주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실적악화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조선업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국의 전문분야인 상선 수주량이 늘고 있는 반면, 경쟁사의 수주량은 줄고 있다. 수주량 증가 요인도 저가수주가 아닌 기술경쟁이다. 한국 조선업의 부활을 점치는 이유다.

한국 조선업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선박 인도량은 크게 줄지 않으면서 수주잔고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한국 조선업의 올해 상반기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었다. 이미 지난해 한국의 선박 인도량은 중국을 앞섰다. 6월 둘째주 기준, 국내 조선사 누적 합산 수주량은 709만8000CGT로 전년 동기 대비(616만9000CGT) 15% 증가했다. 이례적으로 수주량이 높았던 지난해 1월과 2월을 제외하고 3월 이후의 누적 수주량을 비교하면 전년 동기 대비 115.2% 늘어난 셈이다.

이는 글로벌 탱커시장의 성장세 덕분이다. 현재 탱커 시황은 조선업 호황기 때와 비슷하다. 역사적으로 탱커시장은 유가와 반대로 움직였다. 더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탱커 발주량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으로 석유수요는 늘어난 데 반해 탱커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탱커 운임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올해 탱커 운임은 호황기였던 2006~2007년 수준이다. 향후 탱커 운임은 더욱 오를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실적은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수주량이 주력선종인 컨테이너선, 탱커선, LNG선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10여년 전에도 한국 조선업은 컨테이너선과 탱커선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반면 글로벌 수주잔고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 조선업 수주량은 70%가량 감소했다. 특히 중국 조선업은 위기다. 글로벌 수주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던 중국은 심각한 건조지연 때문에 인도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중국선박의 인도 거절 사례도 늘고 있다. 인도량 감소는 다시 수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16년 한국의 수주잔고는 중국을 다시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일본 조선업마저 중국보다 수주실적을 보이고 있다. 세계 조선업이 한국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건 이런 상황이 시장환경 개선 덕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조선업은 해양산업으로 잠시 방향을 돌렸다가 다시 상선에 집중하면서 중국 조선업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선박을 보유한 선사들은 운임동향과 무관하게 수익성이 개선됐다. 한국선박의 우수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조선업을 성장세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상선 건조량이 늘고 해양플랜트 비중이 줄어들수록 실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상선은 해양플랜트와 달리 한국이 기본설계를 완벽하게 할 수 있고, 공정과 원가도 통제할 수 있다. 대량수주를 통한 반복건조가 가능해 수익성도 높다. 더구나 국내 조선업이 세계 1위인 분야도 바로 상선이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bossniceshot@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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