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뉴시스]
재계 인사들 중 올 들어 몸값을 가장 많이 올린 이로는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이 꼽힌다. 특히 최근 서울시내 면세점사업권 획득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승부사 기질과 부드러운 감성경영 코드가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버지 이건희(73) 회장의 장기 입원과 경영불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열매 맺은 ‘이부진 리더십’이 큰 조명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리틀 이건희’란 애칭마저 얻게 해 준 그의 리더십 특성은 무엇일까.

이부진 사장은 알다시피 삼성가家 오너 3세 3남매 중 한 사람이다.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의 여동생이자 이서현(42)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언니다. 3남매 중 가운데로 장녀다. 이들 3남매는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주총 합병의결을 계기로 더욱 세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합 삼성물산은 이제 삼성전자•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실질적인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됐다.

통합 삼성물산 지분율은 이재용 부회장 16.5%, 이부진·이서현 사장 각각 5.5%다. 3남매가 27.5%를 보유해 그들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아직 과제가 많긴 하지만 한국 1위 기업군 삼성의 향후 명운이 이들 3남매의 어깨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삼성이란 기업집단이 오너 힘만으로 굴러가는 건 결코 아니다. 한국 기업의 특성상 오너 경영자들의 역량이 해당 기업의 흥망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한다는 얘기다.

‘이부진 리더십’에 앞서 삼성의 구도부터 살펴본 데는 이유가 있다. ‘이부진 리더십’이란 것도 삼성이란 큰 기업집단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부진 리더십’의 특성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얘기들이 나온다. ‘강한 몰입과 승부사 기질’ ‘명쾌한 상황 판단력과 추진력’ ‘상식을 파괴하는 과감함’ ‘부드러운 카리스마’ ‘여성 특유의 감성경영’ ‘소탈함과 격의 없는 현장소통’ ‘섬세함과 주도 면밀성’ 등등…. ‘리틀 이건희’란 애칭이 붙은 것은 아버지의 ‘강한 몰입과 승부사 기질’ ‘명쾌한 상황 판단력과 추진력’ 등을 그도 가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현대 한국이 낳은 독특하고 걸출한 오너 경영자의 한 사람이다. 몰입과 창의력, 추진력, 비전 제시능력을 겸비했던 그는 삼성을 일약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올려놓았다. 대중과의 소통에서도 그가 화두를 던지면 그게 곧 한국의 화두로 변하는 울림과 힘이 있었다.  이 사장이 아버지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는 얘길 들을 법도 하다.
 
그는 아버지가 가진 리더십 특성(몰입과 승부사 기질)을 이어받는 한편 여성이란 정체성이 주는 리더십 특성(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감성경영)도 살려 자신만의 독특한 리더십을 개척해 가고 있다. 이제 ‘이부진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최근 케이스를 명쾌한 상황 판단력과 승부사 기질,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감성경영 등 2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려 한다.

 
CASE1 명쾌한 판단력과  ‘승부사 기질’

◇현대가家와 손잡고 면세사업 따내 = 그는 올해 재계 최대 먹거리였던 서울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평소 신념(경영으로 평가받겠다)을 보기 좋게 입증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SK네트웍스 등 내로라하는 유통 대기업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따낸 값진 성과였다. 호텔신라는 면세업 노하우는 많았지만 입지가 마땅찮고 독과점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런 문제를 일거에 털어낸 신의 한 수가 바로 현대산업개발(정몽규 회장·53)과 합작사 HDC신라면세점을 세운 일이다.

그는 선대부터 치열한 경쟁 상대였던 현대가家 2세와 서슴없이 손잡고 이 문제를 해결했다. 사촌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는 끝까지 경쟁관계를 유지했다. 사업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절묘한 판단을 내린 후 강하게 밀어붙여 뜻을 이룬다는 건 여간한 능력이 아니다. 집중력·판단력·추진력 3박자가 필요하고 야무지고 공격적인 승부사 기질도 필수다. 이로써 자신의 경영능력에 대한 결정적인 시험대를 무사히 통과한 셈. 그의 리더십과 영향력이 더욱 강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메르스 연루 제주 호텔신라 폐쇄 = 6월 메르스 확진 환자가 제주 호텔신라에 투숙한 것으로 드러나자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로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켰다. 그는 사태 발견 즉시 제주로 날아가 영업을 중단시키고 관련 정보 공개를 지시했다. 하루 3억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감수했고 투숙객들에겐 숙박료·항공권을 보상했다. 9일간 제주에 머무르며 현장을 컨트롤했다. 삼성병원이 미숙한 조치로 완전히 죽을 쑨 것과는 큰 대조를 보였다. 명쾌하고 신속한 상황 판단과 대응 조치가 돋보인 케이스였다.

◇중국 현지서 관광객 유치에 전력 = 제주 메르스 문제를 해결한 그는 6월 말 곧바로 중국으로 날아갔다. 평소 중국과 연이 많았던 그는 중국 대형 여행사 CTS 총재와 국영 여행사 CYTS 부총재, 국가여유국, 외교부 관계자 등을 잇달아 만났다. 메르스가 진정된 만큼 “유커의 한국 방문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고 다녔다. 이런 활동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플러스 요인이 됐을 것이다. 외곽 활동을 통해서도 면세사업권 획득을 향한 그의 승부사 기질은 계속 발휘됐다.

CASE2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따뜻한 감성경영

◇PT장에 떡 돌리고 “떨어지면 제 탓” = 이 사장은 7월 9일 인천공항 인재개발원 면세점 입찰 프레젠테이션(PT) 현장에 떡 상자를 직접 들고 찾아갔다. PT를 앞둔 합작사 HDC신라면세점 CEO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PT 직전까지 그들과 환담하며 “너무 걱정마세요. 잘 되면 다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던 이 말이 세간에 화제가 됐다. 공功은 부하에게 돌리고 책임은 리더인 자신이 지겠다는 말로 비쳐 찬사를 받았다.

 
◇택시기사에 온정·고객에 직접 사과 = 그는 여성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성을 통해 대중들과 친화하며 그들과의 소통에도 능하다. 이런 점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도 따라잡기 힘든 부분이다. 지난해 2월 호텔신라 본관 회전문에 택시가 충돌한 사고가 있었다. 운전 부주의로 4억원을 배상할 처지에 놓인 80대 택시기사의 어려운 사정을 안 그는 대범하게 온정을 베풀었다. 모든 피해 복구비용을 호텔신라가 부담키로 한 것. 2011년엔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한 디자이너의 호텔신라 레스토랑 입장을 거부해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이 사장은 수모를 겪은 그를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해 위기를 벗어났다. 소탈한 성품의 그는 평소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등 경청에도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여론도 그에게 호의적이다.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경영 실적 등을 근거로 그를 ‘리틀 이건희’라 부르며 세계경제 100대 파워우먼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합병의결 이후 삼성 주변에서는 3남매가 계열분리 없이 협업 구도를 이어갈 것이란 얘기가 번져 나오고 있다.

한 매체는 “서로의 전문 영역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금은 물론 추후 상속이 이뤄지더라도 계열분리 없이 바이오(이재용)·레저(이부진)·패션(이서현) 등 각자 전문 영역을 존중하며 ‘한 지붕 세 가족 경영’을 이어간다는 얘긴데 두고 볼 일이다. 스스로의 엄청난 노력으로 경영능력을 키워 가고 있는 삼성가의 딸, 이부진 사장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i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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