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복의 까칠한 투자노트

▲ 금융 전문가들이 상품을 권할 때, 투자자는 냉정하게 전문가를 평가해야 한다.[사진=뉴시스]
간접투자가 대세인 시절이다. 시간도, 능력도 없으니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기는 거다. 그런데 만족도가 신통치 않다. 대부분의 간접투자자는 투자수익률이 형편 없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경기가 안 좋아서 그렇다’며 꼿꼿하게 답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낸 상품은 있다는 거다. 뭐가 문제일까.

“세상에는 백락伯樂이 있은 후에야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항상 있는 게 아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중 한 사람이었다는 당나라의 시인 한유의 잡설에 있는 ‘세유백락연후유천리마世有伯樂然後有千里馬’란 시구다. ‘백락’은 주나라 때 좋은 말을 잘 식별하기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이런 백락의 눈을 두고 혹자는 인재를 알아보는 군주나 경영자의 눈에 비유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백락의 눈을 ‘투자자의 눈’에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테크를 하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목적은 하나다. 투자수익률의 극대화다. 관건은 투자자 스스로 좋은 투자처를 골라 투자하고, 적절한 시기에 현금화해서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느냐다. 일부 투자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직접투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전문가들에게 자산을 위탁하는 간접투자를 선호한다. 아무래도 자신보다는 전문가들이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그런데 문제(불만)는 늘 여기서 비롯된다. 내가 기대하는 것과 실제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기대 사이엔 확연한 간극이 있다는 거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 이 답을 찾기 전에 먼저 전문가들이 우리의 자산을 기대만큼 잘 운영하고 있는지를 체크해보자. 우리 주변에는 전문가로 통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그 사람들이 진정한 전문가인지 객관적으로 구별해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투자자들도 당연히 누가 ‘백락의 눈’을 가졌는지 알 수가 없다.

원래 전문가는 자칭自稱하는 게 아니다. 제3자가 누군가를 전문가로 인정해줘야 비로소 전문가가 된다.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고 워낙 빠르게 변하다보니 제3자가 오랜 세월을 두고 전문가를 판단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그 이후 특정집단에 의해 자격증의 유무나 직업, 관례화된 절차에 따라 전문가들이 대량 생산됐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고 다시 보면 우리가 만나는 전문가는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공산이 무척 크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금융산업이 대표적이다. 금융전문가는 넘쳐 나지만 이들은 각각의 금융회사가 인정한 전문가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그 전문가가 얼마나 그 일에 종사했고, 경험이 많으며, 수익률은 얼마나 좋았는지 고객의 입장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저 금융회사의 인지도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가짜 전문가 판치는 금융시장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투자자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과 가장 많이 듣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 : “이 상품에 가입해도 큰 문제는 없겠죠?”
판매자 : “그럼요. 이 상품 수익률이 얼마나 좋은데요. 몇달 전에 가입하셨던 다른 고객님들은 벌써 수익률이 10~20%를 넘어서고 있어요. 고객님도 그때 가입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자, 이 대화에서 전문가적인 의견은 찾아볼 수 있는가. 고객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제 상담에서는 고객이 금융상품에 가입하도록 부추기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왜 금융회사의 전문가라는 이들은 투자자에게 전문가적 식견보다는 고객을 부추기는 상담을 더 많이 하는 걸까.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누가 가입했다더라’ ‘누구는 몇 %대의 수익을 올렸다더라’는 사례를 듣고 실제 투자계약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전문가들도 회사로부터 항상 평가를 받아야 하는 월급쟁이라는 점이다. 월급쟁이 입장에선 일단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계약을 유도하는 쪽으로 상담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런 사실을 투자자들은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투자자가 기대하는 것과 실제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기대에 차이가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자산 규모, 투자성향, 투자기간 등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해하는 ‘진짜 전문가’를 찾아내야만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중매체가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진짜 전문가’일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전략은 부단한 질문이다. 투자자 스스로 전문가를 찾아낼 수 있는 ‘백락의 눈’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거다. 전문가가 어떤 금융상품을 권한다면 왜 그 상품을 권하는지 꼬치꼬치 따지고 캐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신문이나 TV에서 듣고 보던 것을 모두 동원하면 된다. 논리적으로 설득을 당해 투자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그 자리에서 당장 사인을 하지 말고 다음에 와서 가입을 고려하겠다며 뜸을 들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그러면 아마도 전문가들은 자신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적잖게 당황할 것이다.

 
또 다른 전략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권해주는 금융상품에 다른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휩쓸려선 안 된다는 거다. 그 상품은 이미 가입한 그들에게 맞는 상품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맞는 상품은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 ‘백락의 눈’을 가져라

결국 답은 하나다.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이 ‘백락의 눈’을 가져야 한다. 더구나 투자자가 ‘백락의 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전문가 중에서 천리마도 나올 수도 있다. 고객이 백락이 되면 전문가도 천리마가 된다는 거다. 저금리와 저성장의 새로운 경제상황에서 우리의 자산을 든든하게 불려줄 천리마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자. 그럴 바엔 천리마를 구별해 내는 ‘백락의 눈’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게 낫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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