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 규제개혁, 1년 後

규제개혁의 대명사로 불린 ‘푸드트럭 합법화’ 작업. 지난해 7월 유원지 영업을 처음 허용했으니 올해 7월로 딱 1년이다. 하지만 전국의 합법적 푸드트럭은 25개(7월 13일 기준)에 불과하다. 국무조정실은 7월 말 기준으로 27개로 늘었다고 밝혔지만, 푸드트럭이 많지 않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푸드트럭 개조 문의가 그렇게 많이 늘었다는데, 왜 이리 적을까.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규제의 문턱이 여전히 높아서다.

▲ 전국에 운영 중인 합법 푸드트럭은 손에 꼽을 정도다.[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고 푸드트럭 영업을 할 수 있는지를 지자체에 문의해 보니 ‘매점이 있어서 안 된다’ ‘위생상 문제가 있어서 허가가 안 된다’는 상투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도대체 영업이 가능한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 “여기 전화하면 저기 물어보라 하고, 또 전화하면 다른 데에 물어보라 한다. 누구 하나 이 업무를 제대로 알고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규제정보포털 신문고에 올라온 푸드트럭 관련 하소연들이다. 규제개혁의 대명사로 불리던 푸드트럭 합법화의 현주소다.

지난해 3월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뺀다며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벌였다. 대통령의 지시가 정부 부처 관계자들의 ‘시정조치’로 이어지는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왔지만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바로 푸드트럭 합법화다. 불법으로 규정돼 단속의 대상이던 푸드트럭이 합법화하면 궁핍한 서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푸드트럭은 지난해 7월 유원지 영업 허용을 시작으로 도시공원ㆍ하천ㆍ관광지 등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푸드트럭 합법화의 결과는 초라하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전국의 합법 푸드트럭(7월 13일 기준)은 고작 25개다. 국무조정실은 7월 말 기준으로 27개라고 밝혔지만, 푸드트럭이 많지 않다는 건 매한가지다. 특히 이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는 송파구 종합운동장에 입점한 3대가 전부다. 지자체 차원에서 합법화시킨 푸드트럭도 아니다. 종합운동장 이용권한을 갖고 있는 민간구단이 입점시킨 거다.[참고 : 종합운동장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무소 운영기획과는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합법 푸드트럭이 적은 건 인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푸드트럭을 합법적으로 운영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아서다. 일단 푸드트럭을 운영하려면 국무조정실과 관계부처가 지난해 11월 정한 ‘이동하는 식품 조리ㆍ판매업소 영업절차ㆍ위생ㆍ안전관리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 매뉴얼은 푸드트럭 영업가능 지역을 유원시설ㆍ관광지ㆍ체육시설ㆍ도시공원ㆍ하천으로 제한했다. 지자체는 이 중에 영업 가능한 지역을 선정해 푸드트럭 사업 입찰공고를 낸다. 입찰에 응찰해 낙찰을 받으면 영업허가를 받는다. 문제는 이 프로세스가 푸드트럭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 매뉴얼’이라는 데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쟁입찰 방식이다. 푸드트럭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이에게 점용허가권을 주는 ‘최고가낙찰제’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된다. 장사를 하려면 돈부터 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거다. 서민 생계형 푸드트럭이 입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애초 우려했던 기업형 푸드트럭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민 위한 푸드트럭 맞나

지자체와 일선 공무원들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전담부서가 없다. 지자체 내에서도 유원지ㆍ관광지는 문화관광부서, 도시공원ㆍ하천은 녹지행정부서가 담당한다. 같은 도시공원이라도 수변공원은 녹지행정, 체육공원은 문화관광부서에서 맡는다. 푸드트럭 영업을 지원해도, 안 해도 그만인 상황에서 푸드트럭 영업이 활성화될 리 없다. 

더구나 일선 공무원 가운데에는 푸드트럭을 허가 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도 많다. The SCOOP가 서울 지역 한 자치구의 문화체육과와 공원녹지과에 푸드트럭 영업에 대해 물어보니, 뜻밖에도 “국토부에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유원지ㆍ도시공원 등 지정구역의 영업허가권한은 이미 지자체에 있다”며 “일선에서 제대로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국토부의 일처리가 깔끔한 것도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영업허가 관련 문의가 빗발치자 올해 1월 각 지자체별로 푸드트럭 영업이 가능한 지역의 리스트를 받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각 지자체의 리스트 취합 여부에 달려 있다니 언제 리스트가 공개될지도 미지수다. 공무원들이 적극적이지 않으니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불법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주말에만 영업을 한정하거나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별로 구분해서 입찰하면 점용료는 낮아지고, 응찰률은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문제는 영업가능 지역을 유원지ㆍ관광지ㆍ도시공원 등으로 한정해서 푸드트럭 영업을 활성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역 내에서라면 어디서든 영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정 구역 외에는 모조리 불법이다. 주차공간 같은 표시선 내에서만 영업해야 한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여러 군데 허가를 받아서 이동하면 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허가 자체가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이다. 한 푸드트럭 운영자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신시가지 주변에선 푸드트럭이 영업을 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신시가지 주민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지만 매뉴얼에 있는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럴 수 없으니 도리가 없다”고 한탄했다.

급하게 먹더니 결국 체했나

푸드트럭 합법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온 배영기 두리원 에프앤에프 대표는 “지자체가 기득 상권과의 조율을 꺼리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말을 이었다. “기존 영업자들이 지자체와 재계약을 할 때 ‘해당 지역에 푸드트럭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조항을 조례에 넣어 점용료를 낮추고, 기득 상권이 푸드트럭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상권분쟁 소지가 없어져야 공무원도 일할 수 있다.”

배영기 대표는 1년 전 The SCOOP와의 인터뷰에서 “밥을 급하게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라며 발빠른 푸드트럭 활성화 조치를 우려한 바 있다. 아쉽게도 이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았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푸드트럭 합법화를 추진하던 정부의 성급함으로 인해 푸드트럭은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푸드트럭은 달리고 싶지만 여전히 달릴 수 없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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