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는 쇼잉이 아니다
메세나는 쇼잉이 아니다
  • 채명기 DSE(엠엘씨월드카고) 회장
  • 호수 152
  • 승인 2015.08.04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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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기의 Mecenat Message

▲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화재 콜로세움을 후원한 곳은 피혁제품으로 유명한 토즈그룹이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시즌마다 새로운 상품과 브랜드를 발빠르게 출시하면서도 후원만은 천천히,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진행한다. 이는 메세나 활동의 목적을 이윤창출에 두지 않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이처럼 기업 메세나 활동은 공공성과 진정성을 담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메세나는 ‘쇼잉(showing)’이 아니다.

글로벌 패션그룹 중엔 직접적인 문화 투자에 애쓰는 곳이 적지 않다. 자신들의 패션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자 ‘예술 후원’에 나선 것이다. 몇몇 패션그룹이 진행 중인 문화재 복원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펜디’는 로마의 유산, 트레비 분수를 비롯해 로마의 대표적인 분수 복원 작업을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은 212만 유로에 달한다.

이탈리아가 ‘펜디’ 브랜드의 뿌리이자 예술적·문화적 영감을 준 곳인 만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화재 복원에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서 피혁제품으로 유명한 토즈그룹은 2011년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의 상징인 콜로세움의 복구를 후원한다고 발표했다. 로마시대의 유적 중 가장 유명한 콜로세움은 차량 배기가스, 소음, 진동 등으로 훼손 정도가 심각했는데, 보수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때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토즈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후원을 선언한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문화재 복원 사례에서 빠지지 않는 건 에르메스다. 대량생산과 기계화를 거부하고 ‘한 장인이 한 번에 한 제품만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는 1837년 말 안장가게로 시작해 100년 동안 3대가 내려오면서 액세서리·장신구·여행용품 등을 만들었다. 이후 여성과 패션에 관심을 기울여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거듭났다.  에르메스는 말 안장을 만들던 1837년 당시처럼 장인정신이 깃든 프로젝트나 수공예품의 복원, 기마 문화 관련 전시회와 공연에 후원을 아끼지 않는다.

에르메스라는 브랜드 자체가 예술이며 자신들의 장인정신이 곧 문화재 정신이라는 자부심이 읽히는 사례다.
에르메스와 종종 비견되는 까르띠에는 1847년 네덜란드의 루이 프랑소아 까르띠에(Louis Francois Cartier·1819~1904년)가 프랑스 파리에 세운 보석 판매회사이자 브랜드명이다.  까르띠에가 명품 브랜드가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84년 까르띠에의 회장 알랭 도미니크 페렝이 주도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설립이다.

현존하는 예술가와 연대해 현대미술의 창작물을 소개하기 위해 설립된 이 재단은 까르띠에그룹이 지닌 예술적 시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까르띠에는 1940년 드골 장군이 런던에서 시행한 ‘자유 프랑스 운동’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는 까르띠에가 일찍부터 영리만이 아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추구했음을 방증한다.  이런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단계는 필랜스로피(philanthropy)적 관점으로,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고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걸 말한다. 둘째 단계는 스폰서십(sponsorship) 관점이다. 광고 게재를 비롯한 직접적 반대급부를 매개로 하는 협찬 등을 말한다. 셋째 단계는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문화투자적 관점이다. 이런 단계를 살펴보면 기업 메세나 활동의 패러다임은 자선에서 협찬으로, 다시 문화 투자로 전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성공적인 문화 투자의 특징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은 시즌마다 새로운 상품과 브랜드를 발빠르게 출시하면서도 후원만은 천천히,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 진행했다. 이는 메세나 활동의 목적을 이윤창출에 두지 않았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만약 이윤에 초점을 맞췄다면 소비자 반응이나 기업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메세나 프로그램이 바뀌었을 게 불보듯 뻔해서다. 다시 말해 기업 메세나 활동은 ‘공공성’과 ‘진정성’을 담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메세나는 ‘쇼잉(showing)’이 아니라는 얘기다.
채명기 DSE(엠엘씨월드카고) 회장 mkchai@dsecar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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