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City Trend

▲ 세계 선진국의 시니어 정책은 생각보다 수준이 훨씬 높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동양권의 시니어타운은 대부분 ‘도심’에 있다. 동양권 시니어는 문화·편의시설의 혜택을 누리길 원하고, 지인들과 어울리길 좋아해서다. 반대로 서양권의 시니어 타운은 대부분 도심 외곽에 있다. 노년을 자연 속에서 보내려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동양권이든 서양권이든 선진국이라면 ‘시니어 시설’의 수준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마켓 리서치(market research)를 진행할 생각으로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LA를 보름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을 통해 27년 동안 진행한 해외시장조사의 정점을 찍는 결과를 얻는데 성공했다. 나이 든 어르신을 위한 시니어타운(senior town)을 목도한 건 대표적 결과물이다. 선진 각국의 시니어타운과 초고령화의 대비책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을 찾아낼 수 있었다.

# 사례1. 캐나다 캔모어 = 캐나다 밴프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캔모어(Canmore)는 로키산맥에 기댄 고요한 도시다. 도심만 벗어나면 설산의 상공을 날고, 야생 속에서 말을 달리는 이채로운 체험이 진행된다. 석탄을 캐던 광산도시였던 캔모어는 인디언 말로 ‘머리 큰 추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도시 한편에는 실제로 머리 큰 추장의 모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선 캐나다의 은퇴한 시니어가 모여 살아서 그런지 요양병원과 요양원 시설이 많다. 더욱이 건강보조식품이 상당히 발달돼 있다. 너무나 안락한 천연자연환경 덕분에 캐나다와 미국 유명인의 별장도 많다. 시니어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꽤 많아,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 사례2. 미국 네바다의 라플린 = 라플린(Laughlin)은 수년전 필자가 미국 서부 일주를 할 때 잠시 묵었던 도시다. 네바다주 최남단에 있다. 콜로라도강이 이 도시를 지나서인지 사막 기후이지만 시원하다. 라플린에는 호텔, 카지노, 박물관, 수상 스포츠 시설 등 다양한 휴양 시설이 마련돼 있고, 대부분 주민이 은퇴한 시니어다. 그랜드캐니언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해마다 300만여명의 관광객이 이 도시를 찾는다.

이곳에는 노인만을 위한 카지노가 있다. 필자가 조사차 들른 이 카지노에서 이곳 시니어들은 팝콘을 넣을 수 있는 큰 통에 1센트짜리를 가득 채운 뒤 게임을 즐겼다. 미국 전역에는 이런 실버타운이 약 3000개에 달한다. 80%는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가 온화하고 경치가 좋은 버지니아·플로리다 등 남동부 지역, 서부 캘리포니아에 모여 있다.

# 사례3. 일본 도쿄 = 일본은 시니어 인구를 통해 새로운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의료·건강산업을 집중 육성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거다. 아울러 그들이 보유한 막대한 부를 청년층으로 이전해 중산층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일본 시니어 주택의 특징은 교통·문화시설이 모인 도심에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문화·편의시설의 혜택을 누리기를 원하는 시니어를 위해서인 듯하다. 도쿄東京 도심에 있는 다이토구 아사쿠사 근처의 민간 실버주택, 도쿄23구에 있는 주택처럼 시니어를 위한 배려와 장치도 많다.

# 사례4. 싱가포르 = 싱가포르에는 국가가 지은 시니어 전용 공공주택이 많다. 우리로 치면 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LH공사)처럼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싱가포르 HDB (Housing & Development Board·주택개발청)가 시니어를 위해 만든 스튜디오형 아파트는 전용 35·45㎡(약 10~13.6평) 규모 2개 타입이다. 55세 이상 싱가포르 국민이라면 우리 돈으로 8000만원 정도만 내면 30년 가까이 소유할 수 있다.

일반 민간주택 시세와 비교해 20~30% 선이다. 정부에서 공급하는 고령자 전용주택이 많다 보니 은퇴 후 지인끼리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국가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주목할 점은 두가지다. 동양권 나라들은 도심에서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원하는 시니어가 많다는 게 첫째다. 둘째는 서양권 시니어는 도시에서 많이 벗어난 곳에 있는 타운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같은 동양권인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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