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 보험·연금 등 소비자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상품은 다양하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교적 보험에 많은 돈을 지출한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이런 성향은 때론 불합리한 소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미래의 위험을 미리 두려워하거나 과대평가하는 것도 어쩌면 낭비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인구당 보험료는 세계 5위(재보험사 스위스리·2012년 기준)다. 우리나라의 보험침투율은 11.4%로, 선진국의 평균(8.6%)보다 2.8%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보험침투율은 국민이 한해 동안 버는 돈에서 보험료가 얼마만큼 지출되는지 확인하는 지표다. 또한 총 납입 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보험 산업 규모도 세계 10위권 안에 든다.

보험료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위험은 경제적·신체적·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될 불확실성, 이를테면 확률을 말한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지출이 많다는 건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사회의 복지 수준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문화심리학자 홉스테드(Hofstede)는 우리나라를 위험 회피 성향이 매우 강한 나라로 분류했다.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사회의 사람들은 위험을 수반하는 도전적인 업무를 원하지 않는다. 삶의 계획을 세울 때 본인의 사후와 자손의 삶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으로 여러 측면을 고려한다.

일상생활에서의 경제적 손실 가능성뿐만 아니라 신체가 아프거나 사고를 당할 가능성, 사회적으로 손가락질 받을 가능성 등 다양한 위험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이를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으로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에 대비하려면 현재의 희생이 필요하다. 문제는 미래의 위험을 과대평가하거나 비합리적으로 판단해 현재의 소비를 불합리하게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사람들은 노후의 질병, 사고 등 발생 확률이 높은 위험은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한다.

하지만 잘 모르거나 결과가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 위험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복권 당첨처럼 결과가 본인에게 긍정적일 가능성은 과대평가하며 음주운전 사고 같은 결과가 부정적일 가능성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 확률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과도한 두려움을 갖게 되면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른다.

두려움을 없애 주는 상품들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보험이나 연금, 병원 종합 검진 서비스, 유기농 식품, 안전마크를 단 공구들, 친환경 페인트 등. 그뿐인가. 제품의 품질을 제대로 평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 사회적으로 용인받지 못한 상품을 선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그 두려움을 없애려 한다.

두려움을 주는 많은 위험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위험이 누구에게나 100% 발생한다면 그것은 이미 위험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는 발생하지 않는 많은 위험에 대비하려고 수많은 돈과 시간을 쓰고 안심이라는 정서를 구매한다. 발생 확률이 극히 미미한 위험에 돈을 쓰기보단 누구에게나 분명 닥쳐올 노화와 쇠약, 외로움을 먼저 대비하는 건 어떨까. 열심히 운동해 체력을 비축하고, 지나친 흡연과 음주를 삼가고, 맘에 안 들더라도 가까이 있는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를 개선해 보는 건 어떨지 말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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