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국정원 해킹사건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다.[사진=뉴시스]
국정원 해킹사건. 어려운가. 실생활에 접목해보자. 한 주부가 채소값을 줄줄이 꿰고 있다. 그 주부는 분명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채소를 살 것이다. 정보를 알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국정원이 정보획득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든 기업이든 일정한 틀을 갖고 있는 조직엔 정보를 다루는 전담기구가 있다. 흥미롭게도 이 기구의 위상은 조직 내 최고일 경우가 많다.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기인한 권력의 간극이다. 이런 상황은 실생활에 빗대보면 간단하게 이해된다. 상품의 정보를 제대로 습득한 이는 큰 이득을 얻게 마련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이는 큰 손실을 보기 십상이다. 이처럼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요즘 국정원 해킹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해킹을 담당했다는 국정원 직원이 자살까지 했으니, 정쟁은 더 심각해질 게 뻔하다. 쟁점은 내국인을 사찰했느냐다. 그런데 이는 별 의미가 없다. ‘고독사(홀로 남은 정보는 죽은 정보)’ ‘무경계(정보끼리 순환연결)’라는 정보의 속성 상 내국인, 외국인을 구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다.

정보는 경쟁사회에서 승리를 가져다 주는 최고의 동인動因이다. 정보를 먼저 습득한 이가 경쟁에서 패배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예를 들어보자. 중세기 세계를 정복한 몽고의 칭기즈칸이 적을 공격할 때 2년을 준비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수양대군을 제거하기 위해 거사를 도모했던 사육신이 실패한 것도 정보가 누설됐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반도 침탈을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성공한 것도 우리의 상황을 확실하게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전쟁 때 북한이 파죽지세로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온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예를 보면, 경쟁시대에 승리와 실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정보인 것만은 틀림없다.

40년 동안 기업 컨설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필자(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는 회사의 정보능력에 따라 사세社勢와 사운社運이 바뀐다는 걸 현장에서 목도했다. 30대 그룹의 경우에도 그 순위에 따라 정보능력이 상당히 달랐다. 일부 대기업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하고, 기술확보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에 대입하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인용하면, 지기지피는 승리 및 확장을 뜻한다. 지기부지피知己不知被는 안주 및 정체, 부지기지피不知己知彼는 실패 및 퇴보, 부지기부지피不知己不知彼는 패배 및 붕괴를 의미한다. 여기에 필자(전 구조조정본부장 김우일)는 한가지 더 추가해 지기지피지환知己知被知還을 말하고 싶다. “자기를 알고 상대를 알고 현재와 미래 환경을 알면 영원한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어려운 게 ‘지환知還’인 것 같다. 미래환경의 변화야말로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고 불투명해서다. 이런 와중에 정보능력을 갖추려면 기업은 다음과 같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수많은 정보수집 힘(빅데이터). 둘째, 거짓정보와 진실정보를 판단하는 힘. 셋째, 진실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힘. 넷째, 수직적 조직(사장~임원~간부~직원)과 수평적 조직(기획ㆍ생산ㆍ영업구매ㆍ경리회계ㆍ자재ㆍ유통)간에 진실한 정보를 교류시키는 힘.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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