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고속성장 비결

▲ 화웨이의 스마트폰 분야 성장률이 괄목할 만하다. [사진=화웨이 제공]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 중국의 한 장사꾼이 ‘전화교환제품’을 지게에 지고 시장을 누볐다. 중국 방방곡곡을 떠돌면서 제품을 팔았고, 거기서 얻은 수익금을 동업자 5명과 나눠 가졌다. 이런 가시밭에서 출발한 기업은 ‘화웨이’, 장사꾼은 창업자 런정페이다. 흥미롭게도 이 기업, ‘중국의 삼성전자’라고 불리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고속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

중국이 시장경제체제로 막 전환되던 1980년대. 중국 선전深圳 지역에 최초의 경제특구가 들어섰다. 그렇게 변화 바람이 일었고, 중국 내에선 국가가 아닌 민간인 주도의 기업들이 하나 둘씩 탄생했다. 정보 통신 기술(ICT) 솔루션을 제공하는 화웨이는 그 시기에 탄생한 대표적인 중국의 민영기업 중 하나다. 런정페이를 중심으로 5명의 동업자가 모여 1987년 창업한 화웨이는 초창기 PBX(자동으로 전화를 연결해 주는 구내 전화교환시스템) 제품의 판매를 대행하는 작은 회사였다.

런정페이 회장이 직접 PBX제품을 지게에 싣고 선전 일대는 물론 중국의 내륙 곳곳을 돌아다닌 건 유명한 일화다. 런정페이 회장은 하루 종일 물건을 팔고 돌아와 그날 번 돈을 직원들과 똑같이 나눠가졌다.  이런 영세기업 화웨이가 ‘성장 고속도로’에 올라탄 건 1990년이다. 그해 PBX제품을 생산하던 홍콩의 홍니안(Hong Nian)사와의 계약이 종료되자 화웨이는 ‘판매대행사→제조업체’로 팔색조 변신을 꾀했다.  독자적 연구·개발(R&D)을 시작한 결과, 1992년 48개 포트를 지원할 수 있는 통신기기(HJD48)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해 1억500만 위안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직원수를 100명까지 늘린 화웨이는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창업한 지 약 30년. 화웨이는 이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휴대전화 제조사로 거듭났다. ‘중국의 삼성전자’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다. 화웨이의 직원수는 17만명, 연 매출은 465억 달러(이상 2014년말 기준)다. 170여개국에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에게 ICT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부문에서의 약진이 돋보인다.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 그룹은 올 상반기 90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그중 79%(72억3000만 달러)를 휴대전화 사업 부문이 담당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휴대전화 사업부문의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87%에 달한다는 거다. 아울러 출하량은 올 상반기 4820만대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고, 평균판매단가(ASP)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의 약진도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7월 현재 총 2990만대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기록,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성장률은 전년 대비 48.1%,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8.9%를 달성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7월 30일 내놓은 자료도 큰 차이가 없다. SA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 상반기 3060만대의 휴대전화를 출시했고, 시장점유율은 7.0%를 기록해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00만대, 점유율은 2.2%포인트 상승했다. 켄 헤어스 SA 디렉터는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중 하나”라며 “특히 중국 4세대(4G) 이동통신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화웨이의 이런 눈부신 성장세를 이끄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리차드 위(Richard Yu)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 그룹 대표는 “프리미엄 제품을 지향하는 화웨이의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말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기업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R&D 투자, 종업원 지주제, 순환 CEO 제도가 가파른 성장세의 진짜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R&D 투자가 돋보인다.

▲ 화웨이의 성장동력 중 하나는 끊임없는 R&D투자다. [사진=화웨이 제공]
화웨이는 오랫동안 R&D 씨앗을 뿌린 덕분인지 다수의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화웨이는 중국에서 총 4만8719개의 특허출원을, 해외에선 2만3917개의 특허협력조약(PCT)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총 3만8825개의 특허를 승인받았다. 연구인력도 2014년 기준 7만6000여명으로,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깝다. R&D 비용은 연매출의 약 10% 이상 사용하고 있고, 전세계 16개국에 R&D센터를 설립했다. 화웨이가 R&D 부문에선 샤오미를 압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원동력은 종업원 지주제다. 이는 기업과 직원의 이해관계를 연동해 혜택과 책임을 공유하는 제도다. 현재 참여주주는 8만2471명으로, 전현직 화웨이 임직원들이다. 창립자이자 CEO인 런정페이 회장은 1.4%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순환 CEO 제도도 주목할 만하다. 이 제도는 3명의 부회장이 6개월씩 돌아가면서 CEO를 맡는 것이다. “여러 CEO가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런정페이 회장의 지론이 십분 반영된 제도다. 이런 독특한 제조들 때문인지 화웨이는 직원 결속력만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자, CEO, 직원간 괴리감도 우리나라 기업처럼 크지 않다.

그래서 화웨이 직원들은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30여년 전 지게를 지고 물건을 팔고 다녔던 일을 존경하고 또 기억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우리를 자꾸 삼성전자와 비교하는데,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아직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도 격차가 꽤 벌어져 있다. 하지만 화웨이의 기업문화만은 삼성전자 이상이다. 그 이전 소니를 추격하던 삼성전자가 그랬듯 말이다. 화웨이의 잠재력이 매섭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은경 더스쿠프 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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