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IT를 만났을 때…

▲ 최근 편의점이 IT기술을 통한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편의점이 똑똑해지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는 동시에 고객 스마트폰에 ‘할인 쿠폰’이 뜬다. 매장 안 대형 화면을 통해 인기 스타와 춤을 추고, 사진촬영도 할 수 있다. 매장에서 고객이 움직일 때마다 조명 밝기가 변하기도 한다. 편의점은 도대체 얼마나 스마트한 걸까.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근처 세븐일레븐. 겉보기엔 평범한데 매장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포스가 조금 남다르다. 일단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을 올라서면 ‘고래사’라는 낯선 이름의 어묵 베이커리 매장이 보인다. 1963년 부산 부전동에서 시작한 부산지역 대표 어묵 기업이다. 한쪽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이곳에서 파는 어묵뿐만 아니라 최근 아이돌그룹 걸스데이멤버 혜리가 광고하는 도시락을 구매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이 매장의 포스가 남다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매장 곳곳이 스마트하다. 매장 테이블 일부는 PC가 장착된 ‘스마트 테이블(Smart Table)’이다. 음식을 먹으며 간단한 인터넷 서핑은 물론 동영상도 볼 수 있다. 끝이 아니다. 화면 속 버튼을 누르면 바로 앞 커다란 대형 화면에 ‘걸스데이’ 혜리가 등장, 현란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버튼을 누른 사람의 모습도 화면에 함께 비친다. 테이블에 앉아 있을 뿐인데 마치 화면 속 혜리와 함께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화면 속 춤을 출 수도 있고 혜리와 사진 촬영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화면에 찍힌 동영상과 사진은 휴대전화로 전송 받을 수도 있다. 이 점포가 눈길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증강현실이라는 IT기술을 접목해 가상현실을 구현해서다. 증강현실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서 가상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고객이 화면 속 혜리와 춤을 추고 사진을 찍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이 기술 덕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점주 위한 서비스도 개발


 
편의점 한쪽 벽면에는 풀HD스크린 10대를 연결해 만든 ‘미디어 윈도우(Media Window)’가 설치돼 있다. 터치를 통해 홍콩 야경·동남아 휴양지·눈 내리는 동유럽 등 원하는 배경을 선택하면 전체 화면이 변한다. 마치 휴양지에서 도시락이나 어묵을 먹는 듯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이번 점포를 기획해 오픈했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롯데의 다양한 채널에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세븐일레븐측 설명.

최근 편의점이 똑똑해지고 있다. IT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이미 보편화되다시피 한 실시간 쿠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CU·GS25·세븐일레븐 편의점 대표 3사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으면 해당 매장 근처를 지나치거나 매장에 들어섰을 때 ‘할인 쿠폰’나 이벤트 공지가 뜬다.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 비콘을 통해 가능한 서비스다. 비콘은 블루투스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장치다. 저전력으로 최장 70m까지 교신할 수 있다.
 
단점은 있다. 스마트폰 설정에서 블루투스 기능을 켜야 해서다. 이런 이유로 CU는 별도의 수신 설정 필요 없이 자동으로 쿠폰이 제공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테이블도 대표적인 사례다. 2013년 9월 CU는 업계 최초로 IT기기인 태블릿PC가 내장된 스마트테이블을 일부 매장에 비치해 이목을 끌었다. 고객이 삼각김밥 등을 먹으며 게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콘셉트였다. 이후 경쟁사들도 스마트테이블을 속속 도입하면서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CU의 BGF리테일 관계자는 “처음 패밀리마트에서 CU로 브랜드를 변경해 론칭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스마트테이블이었다”며 “고객들이 음식을 먹으며 인터넷 서핑이나 동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어 체류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CU는 앞으로 스마트테이블 설치를 1000개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IT기술을 통한 새로운 시도는 많다. 올 5월 GS리테일이 한 벤처기업과 손잡고 선보인 무인 사진인화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편의점 내 비치된 키오스크(터치모니터)에 QR코드를 인식시켜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편의점 자체 앱의 진화도 눈에 띈다. GS25는 2011년부터 ‘나만의 냉장고’ 라는 앱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앱 이름처럼 1+1, 2+1 등의 행사상품을 구매한 후 증정품을 앱 속에 보관했다가 행사 기간 중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 GS25는 이 앱을 통해 통신사 제휴멤버십 카드를 저장하고 팝카드(GS리테일과 한국스마트카드가 합작해 출시한 통합권종 교통 카드) 결제도 한번에 진행할 수 있게 했다.
 
IT기술로 집객효과 노려

IT기술을 통한 새롭게 가치를 창출하는 시도도 있다. CU의 배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CU멤버십’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1만원 이상 구매하면 최대 40분 내 원하는 장소에 상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흥미로운 점은 IT기술을 통해 주문자의 가장 가까운 CU매장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원하는 상품의 재고가 없을 경우 필터링 기능을 통해 인근의 다른 매장으로 연결해 준다는 거다. 

▲ GS25의 나만의 냉장고 서비스. [사진=지정훈 기자]
소비자가 아닌 점주들을 위해 IT기술을 접목한 사례도 있다. CU는 올 3월 CU 서울대 관정도서관점에 매장 에너지 관리시스템(REMS)을 도입했다. 매장 내 온도와 습도는 물론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신선도 측정까지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매장 내 동체 감지 센서를 갖춘 ‘LED 디밍 시스템’도 적용했다. 고객 유무와 시간대별 일조량 등을 분석해 조명 밝기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일반 형광등 대비 약 52%, 일반 LED 대비 약 18% 전기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다.

이렇듯 편의점 업계가 스마트한 변신을 꾀하는 이유가 뭘까. 이는 편의점 업태만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며 “이는 IT기술의 특성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편의점은 단순하게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공간이 됐다”며 “편의점 업계가 IT기술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재미 요소를 제공해 집객효과와 동시에 매출효과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포화된 편의점 시장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시장 포화로 더 이상 점포 확대를 통한 경쟁이 의미가 없어진 만큼 상품 및 서비스 차별화가 관건이 됐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가 IT기술을 도입해 다양한 시도를 꾀하는 이유다. 앞으로 이들이 구현할 편의점의 모습은 더욱 스마트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GS25의 GS리테일은 ‘2014창조경제박람회’에서 미래형 편의점을 선보였다. GS리테일이 선보인 미래형 편의점의 모습은 이랬다.
 
‘고객이 포스 위에 상품 올려놓으면 스캔 없이 자동으로 계산…. 포스 화면에 고객의 구매 및 할인카드 사용 패턴을 분석한 스마트리포트, 필요하면 고객 스마트폰으로 전송…. 매장 내 스마트테이블에 상품 올려놓으면 상품 조리방법·모디슈머 레시피·가격·원산지·칼로리 등 상품 정보 한눈에 확인….’ 앞으로 편의점은 얼마나 더 똑똑해질까. 지켜볼 일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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