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 ➎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은 벤처를 창업해 21년 만에 매출액 1조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교수 지망생이었던 그는 박사과정 재학 당시 뛰어난 교수가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은 “젊어서 하는 창업은 무조건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사진=지정훈 기자]
Q 멘티가 멘토에게

스펙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A 멘토가 멘티에게

휴맥스를 창업하기 전 대학교수가 되려고 대학원(서울대 제어계측공학 박사과정)에 다녔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교수가 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의 전공 분야는 수학을 잘해야 하는데 저는 뛰어난 교수가 되기에는 수학적 역량이 달렸어요. 뛰어난 교수가 못 될 바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해야겠다 하고 생각했죠. 어느 직업을 택하든 그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사업을 하기로 한 건 제가 사업을 못할 거라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 시절 프로젝트를 조직하고 관리해 나름의 성과를 내는 일은 잘했거든요. 저는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고통스럽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도 골프 선수가 되려면 힘들고 고통스런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저항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해야 직업적으로 성장하고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통과하려면 그 일을 잘해야 합니다.

잘하는 일엔 자신이 좋아하는 요소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 어려운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걸 좋아하는데 기업 경영은 깊이 이해하고 공부할 게 많습니다. 잘하는 일로 사업을 선택했더니 그 안에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들어 있더라는 거죠.

사업을 시작하고 보니 이 일에 제가 자신이 없는 요소도 있었습니다. 바로 영업이에요. 영업이란 쉽게 말해 내 물건과 남의 물건에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내 물건을 사 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저는 태생적으로 그런 부탁을 잘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렇다 보니 부탁할 일이 없도록 내 물건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죠. 영업행위가 많다는 건 기업이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고 만든 물건은 고객이 찾습니다. 진정한 마케팅이죠.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기보다 창업을 하세요. 무조건 해 보세요. 아마 대부분 실패할 겁니다. 그러나 ROI(투자자본수익률)는 기대할 만합니다. 투자한 돈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죠. 젊어서 하는 창업은 무조건 남는 장사입니다. 성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그 과정에서 내공을 쌓으면 언젠가 성공할 겁니다. 실패해 취업을 하더라도 직장생활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오너 마인드, CEO 마인드로 일하기 때문입니다.

 
창업경험은 성공의 발판

흔히 평직원에게는 팀장처럼, 팀장에겐 부서장처럼, 부서장은 CEO처럼 일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상사처럼 일하라는 거죠. 그러나 여기서 그친다면 일종의 사기극이에요. 정작 CEO는 그럼 누구처럼 일하죠. 특히 대기업의 총수나 CEO는 자기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적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자기 훈련을 해야 하고, 그럴 때 상사처럼 일하라는 지시가 도덕적 정당성을 띠게 됩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일을 고르지 마세요. 그런 일을 하는 건 인생의 일부만 살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기왕 태어났으니 인생을 충분히 살아 봐야죠. 단적으로 의사ㆍ변호사가 되어 안정적으로 살려는 건 일종의 지대추구(rent seeking)입니다. 지대추구자가 많아지면 그 사회는 쇠퇴하게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죠. 창조를 많이 해야 사회가 발전합니다.

성공과 행복은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세속적인 성공은 세속적인 행복의 필요조건입니다. 그러니 행복해지려면 성공하기 위해 애써야죠. 그런데 성공은 행복의 여러 조건 중 하나입니다. 건강, 가족과 친구, 몰입할 수 있는 일, 돈 등 나머지 다른 요소들도 함께 충족돼야 행복해질 수 있어요. 말하자면 성공보다 행복이 더 큰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성공을 하려면 우선 자기 기질 내지는 취향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그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 역량을 발휘해야죠. 나머지는 운이죠. 수학교사라면 운의 영향이 아주 작겠지만 사업가가 아니라도 운이 크게 작용하는 직업이 있습니다.

성공과 행복, 양자택일 대상 아니야

저는 대한민국에서 평균 이상의 성취를 한 사람입니다. 성공하면 행복해질까요? 저도 과거 내가 저 자리에 이르면 이런 기분이 들겠지 했었어요. 그렇게 제 안에서 에너지를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자기기만이었어요. 그 자리에 가봤자 별거 없습니다. “부자가 되니 행복하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돈이 많으면 덜 불편하고, 행복해지는 데 필요한 경제적 수단이 생기는 것뿐입니다. 딱 거기까지예요. 돈만 추구했다가는 오히려 더 불행해질 수도 있어요. 

하물며 행복해지려 수단 가리지 않고 성공을 추구하는 건 바보 짓입니다. 모든 걸 잃어버리고 단지 돈 좀 더 버는 건데 그래서 얻는 게 뭐죠? 행복한 삶보다 더 높은 차원이 ‘좋은 삶’입니다. 행복하다고 해서 좋은 삶을 사는 건 아니라는 거죠. 좋은 삶엔 다른 요소도 있습니다. 의미와 가치입니다. 나에게서 주변 사람들이 긍정적 영향을 받고 나로 인해 사회가 조금이라도 나아져야죠. 큰 스트레스 없이 좋은 친구들과 어울려 좋은 기분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산다는 게 그리 중요할까요? 저는 그런 행복은 삶의 양념 같은 거라고 봐요. 시금치 무침을 만들 땐 시금치라는 재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양념은 양념일 뿐이죠.

물론 불행한 삶도 좋은 삶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만의 행복을 위해 사는 삶은 또 뭐가 그렇게 대단합니까? 행복이 과연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있을까요? 어느 대기업 오너가 큰돈을 벌었다는 기사는 나를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골의 한 노점상 할머니가 그렇게 번 돈을 기부했다는 기사엔 영향을 받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바르게 살면 주변에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바르게 열심히 살면 누구나 좋은 삶을 살 수는 있어요.

 
스펙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우리 회사가 공채를 하면 마지막 인터뷰 때 저도 들어갑니다. 입사시험 성적도 거의 안 봅니다. 하물며 스펙은 관심도 없고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일 잘하는 거와 별 상관이 없거든요. 스펙의 효용은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예요. 전술적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시간은 투입해야겠죠. 그 이상의 시간을 스펙을 쌓는 데 쏟는 건 무의미해요. 한번은 HR(human resourceㆍ인사) 실장에게 아래 직원들과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다 읽어보라고 했어요. 1000명 이상이 낸 자소서를 다 읽었는데 2~3명 거밖에 건질 게 없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거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건 좋습니다. 무조건 아무 경험이나 쌓기보다 그 경험이 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책임을 지고 어떤 일을 해 보는 것, 예를 들어 작은 장사를 자기 힘으로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들과 같이할 수도 있겠죠. 남들과 함께 팀을 이뤄 일하는 것도 좋아요. 팀워크를 배울 수 있습니다. 좋은 리더가 되는 데 유용한 경험이죠.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해 볼 수도 있겠죠. 생각을 깊게 하는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팀 스포츠도 도움이 됩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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